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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금)

한전 등 8개 공공기관 250명, 보조금 받고 직접 '태양광 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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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덮인 태양광]

◆ 또 터진 신재생 복마전

산업부 과장, 허위 유권해석해 특혜

스마트계량기보급사업 참여 업체

허위기술평가서로 500억 보조금

묻지마 신재생에 원전수급 흔들

전력수급기본계획 차질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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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진행한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를 살펴본 결과 주관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담당 과장이 행정고시 동기가 대표인 특정 업체에 특혜를 주는 짬짜미식 불법을 자행했다. 군산시장은 계약 조건에 미달하는 지인 업체와의 계약을 밀어붙여 시에 손해를 끼쳤다. 사업권을 편법 취득한 후 매각해 큰 이득을 본 국립대 교수와 태양광 관련 공공기관 임직원 다수가 자신 또는 가족 이름으로 태양광 사업을 겸하면서 부당하게 보조금까지 받아내는 모럴해저드를 보였다.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과 맞물려 추진한 신재생에너지 확대 사업이 부당 이득을 챙긴 비리로 얼룩진 사업이었음이 다시 확인된 것이다. 이 때문에 신재생에너지 확대가 탈원전을 보완할 것이라는 주장과 달리 태양광 사업이 애물단지로 전락한 것은 물론 중장기 원전 수급까지 흔들어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행시 동기 공무원-업자 간 커넥션=감사원에 따르면 모 태양광 개발 기업은 2018∼2019년 안면도 발전소 건설 계획을 추진했으나 개발하려는 부지의 3분의 1가량이 목장 용지로 돼 있어 토지 용도 변경이 필요했다. 게다가 주민 등의 반대로 충남 태안군에서 전용 허가가 나지 않자 중앙부처인 산업부에서 유권해석을 받아 해결하기로 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이 기업 관계자는 자신이 알던 당시 산업부 과장 A 씨로부터 다른 산업부 담당 과장 B 씨를 소개받아 중앙부처가 용지 전용이 가능한 시설인 것으로 판단해 달라고 청탁했다. A 과장과 B 과장은 행정고시 동기였다.

중요 산업 시설에서 태양광을 제외하는 산지관리법이 개정됐음에도 개정 전 법률을 적용해 이 업체에 유리하도록 유권해석을 해준 것이다. A 과장은 퇴직 이후 이 기업 대표이사로 취임했으며 B 과장도 이 기업의 협력 업체 전무로 재취업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A 과장이 퇴직해 이 기업 대표로 있으면서는 태안군 공무원으로부터 사업 종료 후 원상복구 조건을 면제받기도 했다”며 “해당 부지가 목장 용지에서 잡종지로 바뀌면서 공시지가만 전보다 100억 원이 뛰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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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동문 업자에 특혜 준 시장=감사원은 전북 군산시가 2020년 10월 99㎿ 규모의 태양광 사업 건설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때 강임준 군산시장의 고교 동문이 대표이사로 있는 특정 기업에 특혜를 준 사실도 적발했다. 강 시장이 C 사가 연대보증 조건을 갖추려는 의지가 없는데도 이 문제를 해결해주라고 직원에게 지시하는 등 계약을 부당하게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연대보증은 사업의 자금 조달을 담당한 금융사가 내건 조건이었다. 이 때문에 향후 15년간 군산시에 약 110억 원의 이자 손해가 예상된다고 감사원은 판단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시장 측은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지만 기존 입찰 자격에 지역 업체가 참여할 수 있는 요건이 많이 마련돼 있는데도 특정 업체와 계약하려고 규정을 무시하고 수단을 총동원했다”고 지적했다.

◇허위 서류로 500억 원 혈세 꿀꺽=허위 기술평가서를 제출해 대규모 국고보조금을 받은 국립대 교수가 설립한 업체도 적발됐다. D 사는 2020∼2021년 3차례에 걸쳐 산업부가 총괄하는 스마트계량기 보급 사업에 참여하면서 기술평가 자격도 없는 업체에 기술 감정평가를 맡겨 보조금 500억 원 상당을 부당하게 받았다.

또 전북대 소속 E 교수는 개발 업체 주주명부를 조작하고 사업 규모를 부풀려 지역 풍력 사업 추진 허가를 받아 검찰에 수사 의뢰됐다. 투자기관의 투자 계획을 마음대로 작성해 정부로부터 사업 허가를 받은 후에 가족 소유인 자본금 1억 원의 사업시행사(SPC)를 설립한 뒤 지난해 6월 5000만 달러에 해외 업체에 팔아넘기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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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발전자회사 8개 기관서 무더기 비위=이번 감사에서 태양광 관련 공공기관 임직원의 다수가 자신 또는 가족 이름으로 태양광 사업을 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사적 이해관계를 신고하지 않고 태양광 사업과 관련한 업무를 수행하거나 미공개 내부 정보를 이용해 사적 이익을 얻은 사례가 확인돼 확대 감사가 필요하다는 게 감사원 판단이다.

감사원은 일단 한전 등 유관 기관 8곳에서 비위 추정 사례자 250여 명을 확인해 수사 요청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정부의 관리 소홀을 틈타 농업인 대상 발전 사업 혜택을 받으려고 위조 서류를 제출한 사례 등도 700여 건이 파악됐다고 감사원은 덧붙였다.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관계자는 “감사원 감사 결과를 보면 지난 정부가 무리하게 탈원전 사업을 추진하며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대안으로 급하게 밀어붙이면서 사업의 투명성과 수익성 등을 합리적으로 따져보지 못한 채 묻지마식으로 진행한 것”이라며 “탈원전 정책과 신재생에너지 사업 실패로 전력 수급 차질에 따른 비용 부담은 결국 국민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현호 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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