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1 (월)

“100년 후에도 가치 있는 건축물 만들겠다”···한강 르네상스 밑그림 그리는 김현호 디에이건축 대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잠실 MICE, 콘텐츠·기술 합친 ‘디지털 마스터 플랜’ 적용
압구정2구역엔 베르사유 궁전 정원 차용한 하이엔드 설계


“건축에서도 멋있게만 짓는 것보다 어떤 ‘맥락(Context)’을 담느냐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100년 뒤에도 보존하자는 얘기를 듣는 ‘가치 있는 건축물’을 만든다는 책임감으로 일합니다.”

2001년 설립된 디에이그룹엔지니어링종합건축사사무소(이하 디에이건축)는 도시와 건축을 아우른 설계를 주축으로 창립 20년 만에 국내 굴지의 건축 설계 사무소로 급성장했다.

‘도시·설계’는 건축물 하나에도 도시의 맥락이 담겨야 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그동안 서울 을지로4가 ‘을지트윈타워’, 역삼동 ‘센터필드’ 등 프라임급 오피스를 설계했고, 용산 크라운호텔 부지를 개발해 최고급 주상복합을 짓는 사업에서도 설계를 맡는다.

지난해는 총 사업비만 약 2조1600억원에 달하는 ‘잠실 스포츠·MICE 복합 공간 조성 프로젝트’ 사업을 잇따라 수주한 것도 디에이건축 철학에 기반한 도시·건축 역량을 인정받은 결과로 평가받는다. 이외에도 디에이건축은 여의도 더원 고급 주거 설계를 수주한 데 이어 이번에는 압구정2구역 재건축 설계 공모에도 참여하며 한강변 개발 밑그림을 차곡차곡 실현해가고 있다.

김현호 디에이건축 대표를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매경이코노미

서울대 건축학과/ 서울대 환경대학원 석사 졸업/ 동 대학원 도시설계 박사과정, 도시환경 최고전문가과정 수료/ 아키플랜종합건축사사무소/ 하우드엔지니어링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 소장/ 2001년 디에이그룹엔지니어링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현)


Q. 잠실 스포츠·MICE 복합개발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어떤 점에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지.

A. 디에이건축이 설계 주관사로서 잠실종합운동장 일대 약 35만㎡ 부지를 종합 MICE 공간으로 새롭게 조성하기 위한 밑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맡았다. 지금은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로 야구장을 돔구장으로 바꾸는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공간의 ‘콘텐츠’, 즉 시민과 관광객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할지를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다.

특급호텔·컨벤션·관광·상업 공간뿐 아니라 문화·예술의 축을 만들어 장기 체류가 가능한 공간으로 만들고자 한다. 특히 이곳에서의 물리적 경험은 디지털로 확장해 상호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디지털 마스터플랜’도 고안했다. K-콘텐츠와 첨단 기술이 어우러지는 온·오프라인 하이브리드 도시를 만들기 위해 여러 기반 기술을 적용해보고 있다.

Q. 첨단 기술이라 하면.

A. 잠실 스포츠·MICE 복합개발 사업은 스마트 기술 선도 기업들과 손잡고 진행한다. 도심항공교통(UAM) 플랫폼을 전시 컨벤션 위에 만들고, 단지 내에는 자율주행 수소 모빌리티(PRT)를 위한 기반 시설도 구축할 예정이다. 수소, 태양광, 수열 등 신재생에너지 활용 방안도 설계에 적극 반영했다.

Q. 용산 유엔사부지, 여의도에서 고급 주상복합 설계를 맡았고 압구정에도 공들이는 사업지가 있다. 한강변 최고 주거지를 재탄생시킬 밑그림을 그리는 역할이다. 이런 역할에 꾸준히 도전하는 배경과 역량은 무엇인지.

A. 디에이건축은 기본적으로 ‘도시·건축’을 표방해 만든 회사다. 도시·건축은 다른 말로 ‘맥락의 건축’이다. 단일 건축물뿐 아니라 도시와 지역에서의 맥락을 함께 고려한다. 건축물에는 도시적인 맥락이 담겨야 하고, 도시에도 건축의 디테일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특히 주상복합,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은 단일 건물이 아닌, 일종의 작은 도시이자 마을이다. 디에이건축 전문가들이 도시와 지역, 맥락에 대한 이해가 높은 덕에 그간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 ‘제주녹지헬스케어타운’ ‘판교 알파돔’ ‘상암지구 새천년단지’ 등 다양한 영역에서 대형 단지 건축 설계를 꾸준히 수행해왔다.

Q. 어쨌든 최고급 주거지를 설계하려면 ‘하이엔드’ 주거에 대한 남다른 철학이 바탕에 깔려야 할 텐데.

A. 하이엔드 주거란 단순히 건축에 고가의 재료를 사용하는 개념이 아니다. 내가 사는 곳에 내게 맞춘 특별한 경험이 있는지, 남들에게는 없는 가치를 지녔는지, 즉 ‘희소가치’를 갖는 것이 중요해졌다. 고액 자산가에게는 다양한 니즈가 있고 추구하는 바도 각기 다르지만 이들이 원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잘 파악해 건축물에 담아주는 것이 바로 하이엔드 주거다.

예컨대 디에이건축이 설계한 ‘용산 유엔사부지 복합개발(더파크사이드서울)’의 경우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상으로 내려오면 샹젤리제 거리 같은 매력적인 가로를 만나게 된다. 부산 해운대에 계획 중인 한 레지던스에는 ‘자동차 갤러리’를 거실 앞에 뒀다. 가구마다 차량용 승강기와 로봇을 통해 내 집 거실 앞까지 차를 타고 이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다. 이동 과정은 도시에 색다른 볼거리를 만든다.

Q. 이번에 참여하는 압구정2구역 설계 공모에도 그런 철학이 담겼는지.

A. 압구정2구역은 집 안에서 한강과 서울 풍경을 어떻게 온전히 담아내고 경험하도록 할 것인지 고민했다. 정원에는 인공데크를 도입해 1층 가구를 5층 높이로 조성했다. 최대한 많은 가구에서 한강을 조망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대신 데크 하부에는 미술품 등 귀중품을 보관하는 수장고 서비스를 도입했다. 수장고를 넘어 취미가 같은 주민과 지인을 초대해 프라이빗한 작품 감상과 와인 시음 등의 커뮤니티를 형성하도록 구상한 계획이다. 또한 각 가구당 1개의 엘리베이터를 둬 프라이버시를 엄격하게 보장하도록 ‘품격’을 디자인했다.

Q. 잠실, 용산, 여의도, 압구정으로 이어지면 자연스럽게 ‘서울은, 한강변은 이렇게 개발돼야 한다’ 큰 그림도 그리고 있겠다.

A. 서울을 명품 도시로 만들려면 공공뿐 아니라 민간도 개발의 주역이 돼야 한다. 서울 한강변의 76%가 주거지로 이뤄져 있는데, 여느 나라와 비교해도 상당히 높은 비율이다. 이들 주거지는 대부분 민간 소유다.

마침 최근 서울시가 도시 디자인 경쟁력 확보차원에서 아파트의 경우에도 창의·혁신디자인 제안을 유도하고 있다. 여기에 평가를 통해 인센티브나 신속한 인허가 등 혜택을 제공하려 하고 있다.

이를 고려해 압구정2구역 설계에서도 창의적인 설계안를 제안해 주민 재산 가치뿐 아니라 서울의 주거 명품으로서 공공 가치 상승을 가져올 수 있게 제안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압구정2구역 설계에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을 차용해 한강변 앞동을 한강에서 한발짝 물러나도록 설계했다. 한강변에 바짝 붙여 설계하지 않으면 사업적으로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오히려 주택의 가치를 높이는 효과가 생겼다.

모든 세대 거실 바로 앞에 정원이 있고 시선은 한강, 남산까지 한번에 연결되기 때문이다. 한강과 압구정 앞을 지나치는 사람들에게도 탁 트인 공간감을 제공한다. 그간 재건축 단지들이 한강변 맨 앞동만 한강 조망을 누릴 수 있었던 것과 대비된다.

재건축 후 100년이 지나도 보존 가치가 있는, 상징적인 건축물을 만들려면 이렇게 다양하고 특화된 공간(한강, 정원, 커뮤니티, 공공 공간 일체 개발)을 입체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결국 주거지 가치 상승으로 이어지는 만큼 민간과 공공이 윈-윈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대담 = 임상균 국장, 정리 = 정다운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13호 (2023.06.14~2023.06.20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