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있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본사 [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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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글로벌 원유 패권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 4일 석유수출국기구(OPEC) 및 주요 원유 생산국 합의체인 OPEC플러스(OPEC+) 회의에서 회원국 간 추가 감산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채 나홀로 추가 감산에 나섰지만 유가는 잠잠하다.
앞서 사우디는 하루 100만배럴 추가 감산을 7월 한 달 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는 사우디 산유량의 10% 수준으로, 강력한 유가 부양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지난 4월 OPEC+ 회의에서 깜짝 감산 발표를 했을 때 유가가 10% 가까이 껑충 뛰었던 것과 달리 이번 사우디의 독자 감산 발표 이후 유가는 배럴당 70달러 초중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연말 국제 유가 전망치를 종전보다 10% 가량 낮췄다. 한때 배럴당 100달러를 예측했던 골드만삭스는 최근 6개월 사이 세 번이나 하향조정했다.
OPEC+ 회의 직전 열린 카타르경제포럼에서 유가 하락을 전망한 시장 참여자들은 ‘따끔한 고통’을 받을 것이라던 압둘아지즈 빈살만 사우디 에너지 장관의 엄포는 전혀 먹혀들지 않은 셈이다.
오히려 이번 OPEC+회의를 통해 회원국 간 이견이 크다는 것이 확인된 만큼 앞으로 공급 측면에서 유가를 흔들 가능성은 낮아졌으며 사우디 혼자만의 힘으로 국제 유가를 뒤흔들기는 쉽지 않다는 것만 보여줬다.
압둘아지즈 빈살만 사우디 에너지 장관 [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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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럼 브루스 골드만삭스 연구원은 러시아와 이란, 베네수엘라 등의 공급 증가와 경기침체 우려가 국제 유가를 짓누르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러시아의 원유 생산과 운송은 서방 국가의 제재에도 거의 완전히 회복됐다고 지적했다.
연말까지 사우디는 필사적으로 OPEC+ 차원의 감산 합의를 이끌어낼 것으로 보이지만 러시아를 필두로 한 주요 생산국이 얼마나 의지를 보여줄지는 미지수다. 심지어 원유 생산 투자에 따른 생산 할당량 증가를 주장해온 UAE는 이번 OPEC+회의 결과 2024년 1월부터 할당량이 대략 20만배럴 증가할 계획이다.
자연스레 국제 유가의 향방을 좌우할 동력은 공급이 아닌 수요로 옮겨졌다. 그 중에서도 가장 주목 받는 건 더딘 중국의 경기회복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수년 간 수요 증가의 기반이었던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유가 약세 전망을 떠받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4.6%로 8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8.8로, 3개월 연속 감소했다. 또 중국의 지난달 수출액은 2835억달러로 1년 전보다 7.5% 감소했다. 이로 인해 중국 정부가 목표한 성장률 5% 달성이 힘들 수 있단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설사 중국 경기가 코로나19 종식에 따른 리오프닝 효과로 빠르게 반등하더라도 원유 비축량이 지난달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해 유가 상승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블룸버그는 내다봤다.
프란체스코 마르토치아 씨티그룹 연구원은 “원유 생산국들은 여러 곤경에 처해있고 비(非)OPEC 산유국의 공급은 더 강해 보이는 반면 수요는 연말까지 더 약해보인다”고 진단했다.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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