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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시위와 파업

[단독] 대법 ‘전합 정치’ 논란 부담?…‘파업 손배소’ 소부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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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노란봉투법 닮은꼴’ 사건으로 불려온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조 파업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심리를 중단하고 오는 15일쯤 소부(小部)로 사건을 넘기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안다”고 법조계 핵심 인사가 11일 전했다. 이 인사 등에 따르면 불법 파업에 따른 손해배상을 개별 노동자에게 청구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된 해당 민사소송 사건을 7개월여 심리하던 대법원이 최근 이를 소부로 돌려보내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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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10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에 앞서 마련된 사전환담에서 김명수 대법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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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은 2013년 7월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조(비정규직 지회)의 부분파업으로 촉발됐다.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면서 차량 생산라인이 1시간여 멈췄고, 현대차는 4500만원의 손해를 배상하라고 소송을 냈다.

1심은 현대차의 청구를 기각했지만, 2심 법원은 노동자 5명이 총 2300여만원을 현대차에 공동으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사건은 2018년 9월 대법원에 넘어가, 노정희 대법관을 주심으로 대법관 4명이 심리하는 소부에 배당됐다. 이후 해당 사건은 지난해 1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넘어갔다. 대법원은 통상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소부에서 사건을 심리·판결하지만, 의견이 일치하지 않거나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경우, 혹은 판례 변경이 필요한 사건은 전원합의체로 넘긴다.

재판의 쟁점은 노동조합의 쟁의 행위로 손해가 발생했을 때 회사가 개별 조합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을 권리 남용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다. 이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의 입법 목적과도 맞닿아 있다. 아울러 대법원은 책임 제한의 개별화가 가능한지도 따져왔다.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자는 모두 동일한 책임을 부담하는 게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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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11월 25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오석준 대법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은 김명수 대법원장.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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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불법 쟁의행위와 관련 노동자마다 개별적으로 책임을 묻는 게 불가능하다고 해석한다면, 사실상 노란봉투법과 비슷한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법리 해석에 대한 일종의 기준점을 제공해 하급심 판단은 물론 각종 법률 사무에 영향을 끼친다. 이런 논란 속에 대법원이 돌연 해당 사건을 소부로 돌려보내기로 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 변호사는 통화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결론을 낼 경우 입법을 대체하는 수준의 힘을 갖는다”며 “노란봉투법 개정 논의가 진행 중이고 대통령 거부권 행사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대법원에서 먼저 결론을 내려야 하는 것에 부담을 느껴 소부로 회귀한 것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전원합의체는 매달 열려 소부보다 진행 속도가 빠른데, 최근 김명수 대법원장 퇴임 전 이 사건 관련 전원합의체 선고가 나올 거란 관측이 나오자 더욱 부담을 느낀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여권 관계자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재임 중 대법원 전원합의체를 보면 정치사건·이념사건·노동사건 등을 진보 진영 입맛대로 판례 변경하는 정치 기구로 활용했다”며 “이번 현대차 불법 파업 손해배상 사건도 입법 새치기란 비난 여론이 들끓자 다시 소부로 되돌리려 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김 대법원장은 오는 7월 퇴임하는 조재연·박정화 대법관 후임으로 각각 중도 성향인 권영준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서경환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윤 대통령에게 지난 9일 임명제청했다. 앞서 여권에선 대법관 후보자 8명 가운데 특정 인사 두 명에 대한 비토론이 거셌는데, 결과적으로 여권이 지목한 두 인사는 임명 제청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선 “김 대법원장이 임기 마무리 국면에서 현 정부와의 마찰음을 줄여나가려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현일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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