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갑질119 "스스로 사직서 쓰도록 압박…서명하면 권리 사라져"
인력 감원 (PG) |
(서울=연합뉴스) 최윤선 기자 = "대표가 함께 일하기 힘들겠다며 퇴사를 권유해 저는 계속 근무를 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회사에서 갑자기 제 업무상 실수로 손실이 발생했다며 소송을 걸겠다고 해 하는 수 없이 사직서에 서명했습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11일 노동자들이 회사의 '해고 갑질'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해고와 권고사직 구분 등 대처방안을 제시했다.
권고사직은 회사가 사직을 먼저 권하고 노동자가 이에 동의한 경우다. 해고와 달리 사직서를 작성하고, 자진 퇴사와 달리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사용자가 사직을 권고해놓고 근로복지공단에는 '자진퇴사'로 신고하는 경우가 있다. 해고나 권고사직을 하면 정부 지원금 등 각종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서다.
직장갑질119는 "적지 않은 회사가 해고나 권고사직 대신 직원을 괴롭혀 견디다 못해 스스로 사직서를 작성하도록 압박한다"며 "사직서를 내는 순간 해고시 사용자 의무와 해고·권고사직시 발생하는 노동자의 권리가 사라진다"고 말했다.
단체는 '회사 상대 소송을 포기한다'는 내용의 부제소 확약서나 각서를 쓰라고 압박해도 서명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단체는 "본인이 원하지 않을 경우 절대 사직서나 각서에 서명해선 안 되며 노동자를 지켜주는 건 결국 증거이므로 필요시 녹취할 수 있게 녹음기를 지녀야 한다"고 말했다.
직장갑질119는 경기침체로 인해 실직이나 해고 관련 제보도 늘었다고 전했다.
단체가 사무금융우분투재단과 함께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3월 직장인 1천명에게 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13.7%가 '2022년 1월 이후 의지와 무관한 실직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실직 사유는 계약기간 만료(29.2%), 권고사직·정리해고·희망퇴직(25.5%), 비자발적 해고 (23.4%) 순이었다. 임시직(31.7%), 프리랜서·특수고용직(21.0%) 등 고용이 불안정할수록 실직 사례가 많았다.
단체가 올해 1∼5월 접수한 이메일 제보 813건 가운데 징계·해고 호소가 28.4%(231건)로 지난해 같은 기간(175건·18.5%)보다 9.9%포인트 늘었다.
직장갑질119 윤지영 변호사는 "법원이나 노동위원회는 사직서라는 형식만 보고 해고 판단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는 경향이 있다"며 "부당해고 사건에서도 형식이 아니라 근로자의 의사, 당시 상황, 사직서 작성 경위 등을 두루 살펴 진짜 사직인지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ys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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