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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금)

[더스페셜리스트] "주가 오른대?" "집값 떨어질 텐데"…시장 흔드는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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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국내 한 저축은행 앞으로 예금자들이 내 돈을 달라면서 구름 떼처럼 몰려들었습니다.

12년이 지난 올해, 전 세계 금융시장을 휘청이게 한 사건, 미국 지역은행들의 연쇄 파산이 있었습니다.

'뱅크런'은 같은데 두 은행 간의 차이, 어떻게 다른지 느껴지시나요?

은행에 뛰어갈 필요가 없는 모바일 뱅킹이 대세가 되다 보니까, 실리콘 밸리은행 같은 경우 초당 무려 13억 원이 빠져나가서, 파산에 이르는 데 30여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당장의 건전성 부실이 아닌데도 발생한, 'SNS가 촉발한 최초의 뱅크런'으로 규정됐습니다.

뱅크런은 혹시 내 예금만 못 찾는 것 아니냐는 '불안' 이 촉발합니다.

'포모'라는 이 심리, 많이들 들어보셨을 텐데요, 집단 흐름에서 소외되는 것에 대한 불안이나 두려움을 뜻하죠.

심리학 용어인데 경제에서는 마케팅에서 먼저 쓰였습니다.

매진임박, 타임세일, 한정특가 이런 말을 붙이면 불안을 자극해서 매출이 급증하는 현상.

코로나 기간 중에는 풀린 돈이 쏠리면서 자산시장에서 조바심, 포모가 극대화됐습니다.

주식 투자자 수는 이렇게 크게 급증했고, 1400선까지 폭락했던 코스피는 1년 만에 3300선으로 반등했고요, 초유의 마이너스 유가를 기록했던 것은 다시 100달러를 훌쩍 넘어섰습니다.

이렇게 단기간 벌어진 이 롤러코스터, 포모 영향을 빼고는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최근에도 포모가 감지되는데, 예를 들면 배터리, AI만 붙으면 급등하는 현상, '버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부동산 시장에서는 좀 다른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2021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지금 아니면 집을 살 수 없다, 이른바 '영끌족'들의 '패닉 바잉'이 연출됐습니다.

이게 전형적인 '포모'인데, 그런데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속되자 '풉'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풉'은 뭐냐 하면요, 가격이 더 내려갈지 모르는데 지금 비싸게 사는 것 아니냐는 불안입니다.

결국 자산 가치 자체는 판단하려 하지 않고 모두가 '바닥'만 찾다 보니 심각한 거래 절벽에 직면했습니다.

비이성적인 추격매수를 야기해서 버블을 만드는 '포모'나 몸을 사리고 모두가 움직이지 않아서 침체를 더 부추기는 '풉'이나 불안이라는 심리가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이 생각보다 크다는 걸 드러냅니다.

전통 경제학에서는 인간은 합리적인 결정을 한다는 전제를 깔았지만, 사실은 굉장히 충동적이고 군중심리에 좌우됩니다.

그래서 이런 말이 등장했습니다.

'포모' 대신 '조모', 소외를 오히려 즐겨라! 저커버그의 조언이라는데, 포모를 부추기는 페이스북 창업자의 말이라 다소 아이러니하죠.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공포에 사서 탐욕에 팔아라'면서 대중과 같은 방향에 서지 말라고 한 투자 조언이 딱 그 맥락입니다.

대중의 공포가 얼마나 빨리 뱅크런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확인한 미국의 은행들은 지금 SNS에 대한 위기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지금은 위협적으로 발전하는 AI 기술과, 그로 인한 가짜 뉴스까지 더해져서 걱정은 더 큽니다.

실제로 최근에 펜타곤이 폭발했다는 가짜 사진 한 장 때문에 미국 금융시장이 출렁이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죠.

인간이 하는 경제활동이라 심리를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AI가 부추길 수 있는 '실체 없는' 불안이 경제 위기로 전이되지 않도록 시장과 규제 당국의 철저한 대비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기획 : 이호건, 구성 : 박정현, 영상취재 : 박진호·윤 형, 영상편집 : 이승희, CG : 서동민)

정호선 기자 hosu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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