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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투신 영상 사고 팔기까지… 반성 없는 우울증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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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갤러리, 폭력 판치는 "동물의 왕국"

투신 사망 사건에 '애도할 만한 사람이냐'

놀이처럼 폭력 즐겨, 오히려 피해자 비난

제2의 n번방? 해결책 마련에 도움 안돼

'우울증 갤러리' 책임 명확하게 지적해야

표현의 자유? 성착취 방지 대책 꼭 필요



■ 방송 : CBS 라디오 <오뜨밀 라이브> FM 98.1 (20:05~21:00)
■ 진행 : 채선아 아나운서
■ 대담 : 김다은 '시사IN' 기자, 신혜림 PD

◇ 채선아> 더 밀도 있게 알아볼 이슈 짚어보는 뉴스 탐구생활 시간입니다. 오늘은 신혜림 PD가 준비한 주제네요.

◆ 신혜림> 안녕하세요, 뉴스 번역기, 씨리얼의 신혜림 PD입니다.

◇ 채선아> 우울증 갤러리 관련된 소식 가지고 오셨어요.

◆ 신혜림> 네. 지난 4월 16일, 서울 강남의 고층 건물에서 10대 여학생이 투신해서 숨진 일이 있었죠. 자살 계획과 실행 전 과정을 SNS 라이브로 생중계했다는 점 때문에 당시 큰 주목을 받았는데요. 자살 배경으로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우울증 갤러리가 지목되어서 지금 논란이 계속 일어나고 있어요. 익명 게시판이죠. 바로 검색해서 들어갈 수 있는 곳이고, 그런데 이 우울증 갤러리에서 알고 보니 집단 괴롭힘과 성착취가 계속 이루어진거죠.

뿐만 아니라 5월 5일에는 우울증 갤러리에서 만난 10대 2명이 서울 한남대교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면서 중계를 하려다 경찰에 구조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 우울증 갤러리가 폐쇄 여부 논란이 계속 벌어지고 있는데요. 관련 취재를 해온 기자를 모시고, 얘기를 들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모셨습니다.

◆ 김다은> 네. 안녕하세요. '시사IN' 김다은입니다.

◇ 채선아> 현장취재도 다녀오셔서 이 사안에 대해 자세히 얘기 나눠보고 싶어서 모셨는데요. 저 같은 경우에는 이 사건이 불거지고 나서야 우울증 갤러리라는 존재를 알았거든요. 이 투신 사건이 벌어진 게 두 달 전인데, 기자님은 지난해에도 기사를 썼어요. 그 기사 제목이 <디시인사이드 우울증 갤러리 수사는 왜 중단됐나>예요.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부터 한번 나눠주실까요?

◆ 김다은> 그 기사 내용은 우울증 갤러리에서 1년 정도 활동을 했던 여성 유저가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 중에 자신의 모습을 캡처한 다른 남성 유저에 의해서 지속적으로 갤러리 내에서 성적인 괴롭힘을 당한 사례였습니다. 저는 당시 제보자와 오랜 시간 관계를 맺고 계속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어요. 왜냐하면 온라인 성착취, n번방, 이 정도 돼야 사건으로 다룰 만하다는 감각이 우리 사회에 있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지금 말씀드린 것 같은 사례는 '그건 그냥 괴롭힘 정도 아니야?' 이렇게 느껴지는 사안이다 보니 이분이 다른 매체에도 제보를 했지만 '이걸 기사화하기 어렵다' 이런 반응을 보였다고 해요.

그런데 제가 오래 이야기를 나누고 실제로 어떤 사건들이 일어나서 여성들이 어떤 피해를 겪고 있는지를 알아보면서, 이게 그냥 어떤 한 사람이 운이 나빠서 겪는 일이 아니라 굉장히 보편적인 폭력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구나라고 하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기사화를 결정하게 됐던 것이었고요.

제가 그때 얘기를 들으면서 느낀 것은 굉장히 정신적으로 취약한 여성을 그루밍하는 성인 남성들이 그 공간에 굉장히 많다는 점, 그리고 그런 여러 가지 폭력들이 마치 놀이나 장난처럼 인식되고 있다는 것, 갤러리 문화가 그런 거죠. 그리고 무법적이라고 정말 느껴질 정도로 가해 행위가 통제가 되지 않는 디시인사이드의 특성, 이 세 가지가 맞물리면서 정말 이럴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아주 비현실적인 일들이 그곳에서 계속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결국 이번 강남역 투신 사건이 그 일들을 가시화시킨 사건이다,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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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김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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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혜림> 실은 크고 작은 사건이 계속 벌어지고 있었고, 저희가 이제까지 그 사실을 몰랐던 게 아닐까 싶어요.

◇ 채선아> 우리는 이제야 주목을 한 거지만 이렇게 가시화될 때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던 거죠. 그래서 차근차근 우울증 갤러리가 대체 어떤 곳인지 좀 들여다보고 싶은데, 굉장히 인기가 많은 게시판이라고 들었거든요. 거기 들어가서 뭘 어떤 식으로 활동을 하는 건가요?

◆ 김다은> 먼저 말씀드릴 것이, 꼭 우울증이나 우울감이 있는 사람들만 이용하는 곳은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디시인사이드라고 하는 곳이 국내 최대 커뮤니티 사이트고요. 지난 4월에 미국 마케팅 조사업체인 샘러쉬라고 하는 곳에서 한국 인터넷 사이트 중에서 누적 접속자 수가 많은 곳들을 집계한 결과를 발표했는데, 1위가 유튜브 그다음에 구글, 네이버 그 다음이 디시인사이드였습니다.

◇ 채선아> 네이버 다음에 디시인사이드에요?

◆ 김다은> 쿠팡, 다음, 트위터 이런 곳들보다도 압도적으로 높았고요. 그런데 우울증 갤러리는 이런 디시인사이드 내에서도 방문객 상위 1% 안에 드는 인기 갤러리입니다. 하루에 6천여 개 이상의 글이 올라오는데 말하자면 14초마다 글이 하나씩 올라오는 그런 게시판인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굉장히 많은 사람이 유입돼서 광범위하게 활동하고, 몇 살의 어떤 성별이 오느냐, 이런 얘기를 하는 것보다는, 고정 닉네임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어떤 성별이냐, 혹은 어떤 나이대냐, 또 오프라인 모임을 나가거나 우울증 갤러리 헤비 유저들이 모이는 디스코드 방이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누구냐 이런 것들을 파악하는 게 더 유의미해 보입니다.

◆ 신혜림> 저도 오늘 들어가 봤거든요. 진짜 14초 만에 게시글이 올라오나 해서. 그런데 제가 갔을 때는 6초에 하나 약간 1분에 10개가 올라오더라고요. 이런 글에서 연령대나 이런 게 드러나지는 않잖아요. 취재를 해보신 걸까요?

◆ 김다은> 우울증 갤러리를 이용하시는 분들하고 인터뷰를 나눠봤는데요. 종합한 바를 말씀드리자면 여성은 10대에서 20대 초반 정도가 많습니다. 중학생 여성들도 있고, 실제 여러 가지 성적 피해를 당한 여성들 중에 중학생도 상당히 있어 보였고요. 남성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 정도가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문제는 이렇게 나이 차이가 많이 남에도 불구하고 속칭 갤 연애라고 해서 연애 관계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고 다만 그런데 그게 온라인 그루밍의 또 다른 버전이다라는 것을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 채선아> 지금 강남역 투신 사건도 저희가 계속 언급을 하고 있는데 그 사건의 당사자도 10대 여학생이었잖아요. 사건의 현장에 직접 가보셨다고요.

◆ 김다은> 현장이라고 해도 그냥 쓸쓸하게 남아 있는 번화가의 오피스텔 건물인 건데요. 제가 그 건물을 딱 보고, 정말 이 죽음이 정말 안타깝고 쓸쓸하구나, 이런 생각이 저절로 들었습니다. 투신한 건물이 강남역 바로 앞이에요. 테헤란로 한복판에 있는 19층 오피스텔 옥상인데, 그 근처에 다 정말 크고 으리으리한 건물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1층에 대부분 경비원이 있어요. 그래서 건물 관계자로 보이는 성인이 아니면 들어가기 어려운 공간들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오피스텔만이 굉장히 좀 어려 보이는 여성들도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인 거예요. 거주자들이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 신혜림> 다른 데는 되게 부담이 컸을 텐데

◆ 김다은> 그래서 거기를 딱 보면 여기일 수밖에 없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사람이 목숨을 끊는다는 것이, 자기가 사는 동네도 아니고 또 조용하게 삶을 마감할 수 있는 그런 곳도 아니고, 어떻게 이런 곳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까 그 마음을 우리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상상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요. 왜냐하면 2차 가해가 너무 심각했기 때문입니다.

◇ 채선아> 사건이 벌어진 이후에요?

◆ 김다은> 이 투신 사건이 드러나고 우울증 갤러리 유저라는 게 밝혀진 이후에 우울증 갤러리 내에서 '이 사람이 어떤 말을 했고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었다'를 두고 '애도할만한 사람이냐, 우리가 그런 대우라도 해줄 만한 사람이냐'를 두고 그 안에서 굉장히 평판 조리돌림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충격을 받은 또 다른 2차 가해는 투신 영상을 사고파는 2차 가해가 굉장히 심각했다는 겁니다.

지금 여러 가지 정황상 투신한 여학생이 성폭력 피해자였을 가능성도 지금 제기되고 있는데 이런 2차 가해들이 굉장히 빈번하게 일어났고, 특히 언론에서 보도를 할 때도 '영상을 보니 피해자가 마치 마약을 한 것 같다, 약물을 과다 복용한 것 같다'는 이야기까지 했거든요. 피해자에 대한 낙인을 찍을 수 있는 그런 말들이 굉장히 무분별하게 확산됐기 때문에 고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지켜지지 않는구나, 죽음 자체가 대상화되고 수단화되는 그런 사건, 죽은 사람은 정말 사라지고 사건만 남았구나 이런 생각들을 많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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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시인사이드 우울증 갤러리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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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선아> 저는 2차 가해가 이렇게 심각한 줄 몰랐거든요. 사건만 보고 그냥 그걸로 끝나버렸던 언론도 많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좀 반성이 들고요. 자꾸만 피해가 발생하는 건 아마 이런 취약한 고리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김다은 기자님이 취재한 내용을 보니까 갤러리 이용자가 이런 말을 했더라고요. "우울증 갤러리는 한마디로 동물의 왕국이다" 어떤 생태계이길래 이런 말을 하는 건가 궁금해요.

◆ 김다은>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정서적으로, 관계적으로 지지 기반이 약한 여성, 청소년들과 이들을 이용하는 성인 남성이 공존하면서 연애나 관심, 인기, 이런 이름의 온라인 그루밍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는 겁니다. 제가 만난 한 취재원은 우울증 갤러리 오프라인 모임에서 자신이 본 모든 10대 여학생들의 팔에 자해 흔적이 있었다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실제 많은 10대들이 우울감을 호소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 없다 보니까 이런 익명의 온라인 공간을 찾아가는 경우가 굉장히 많고요. 사회적 유대를 찾기 위해서 이런 행위를 하는 건 저는 너무나 자연스럽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곳에 그런 정신적으로 취약한 어린 여자들이 있다고 하는 사실을 악용하는 남성들입니다. 실제로 성인 남성 1명이 여러 미성년자 여성 유저들과 연애를 하면서 자신들의 연애담을 갤러리에 중계하듯이 계속 올리거나, 여자친구를 때린 다음에 그런 상처 흔적 사진들을 계속해서 올린다거나, 헤어졌는데도 게시판에 계속 그 사람을 호명하면서 '걔랑 어쨌는데, 무슨 일을 했는데, 내가 걔한테 무슨 사진을 받았는데' 이런 것들을 계속해서 올리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들이 이 관계 안에서 신상이 쉽게 노출되고 또 사진도 유포되는 경우가 많고 성폭력이나 조건 만남에 연루되는 경우까지 많습니다. 그러다 이 일에 휘말린 자신을 자책하면서 극단적 상황까지 이어지는 거거든요

◇ 채선아> 게다가 그 당사자가 10대라면 더욱이 더 취약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같네요.

◆ 김다은> 누가 봐도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공간이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그 안에서 '잘못된 행동이니까 그만해야 된다. 이거 뭔가 문제가 있다' 이런 말이 하나도 나오지 않았을까 저는 그 점이 너무 이상했는데 사실 정말 이곳을 동물의 왕국으로 만드는 진짜 문제는 커뮤니티 그루밍 범죄의 특성상 피해와 가해의 책임이 굉장히 뒤섞이는 착시 효과가 일으켜진다는 겁니다. 그것 때문에 피해자가 고립된다는 건데요.

좀 더 설명을 드리면 이게 오픈된 커뮤니티 게시판이기 때문에 이용자 수가 굉장히 많고 공개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서 굉장히 고도화된 방식으로 일어나는 폭력들이 재미나 놀이처럼 여겨져서 뭔가 이게 잘못됐다라고 누구도 쉽게 얘기하지 못하는 겁니다. 오히려 어떤 피해 사실이 벌어졌을 때 그 피해자를 비난하는 말들이 훨씬 더 나오기 쉽습니다. 이를테면 '네가 왜 그 게시판에 들어가고, 네 사진도 올리고, 그 사람들하고 어울렸잖아. 외롭고 힘들었어도 거기 가지 말았어야지' 이런 식인 겁니다.

◇ 채선아> 피해자를 탓하는 거군요.

◆ 김다은> 그 공간 안에서 권력관계가 존재하는 게 분명한데도 그 이야기가 사라지고 마치 피해자가 이런 위험들을 충분히 통제할 수 있었음에도 하지 않았다는 식으로 이어진다는 거고요. 결국 범죄를 예방하고 막을 기회조차 없어지게 되는 겁니다.

◆ 신혜림> 제가 우울증 갤러리 관련 보도를 보면서 좀 궁금한 게 있었는데 n번방으로 비유가 많이 돼요. 제2의 n번방, 진화된 n번방, 디씨판 n번방. 이렇게 n번방이라고 이름 붙이는 보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 김다은> 먼저 n번방과 우울증 갤러리가 사안이 동일한가라는 부분을 한번 따져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온라인, 그리고 성착취라고 하는 키워드에서 유사성이 있죠. 분명히 비슷한 느낌을 주기는 합니다. 하지만 현재 알려진 바에 의하면 n번방과 달리 성착취물을 유통하고 매매하고 제작하는 행위가 있었는지는 아직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n번방 피해자들하고 다르게 이 사건의 피해자들은 그루밍 피해자가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피해자들의 정신적인 취약성이나 혼란 등을 이용한 범죄라는 점에서 두 사안이 일단 동일하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점이 하나 있고요.

그럼 만약 아주 많은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면 이걸 제2의 n번방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을 하게 되는데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온라인 성착취 범죄는 굉장히 다양한 플랫폼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데 그때마다 우리가 몇 번째 n번방이라고 호명하는 것이 옳을까요? 그렇게 되면 해결책을 뾰족하게 마련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인식 자체가 계속 n번방 비슷한 거, 유사한 거, 이렇게 인식이 뭉뚱그려지기 때문에 각 사안의 개별성을 우리가 정확하게 판단할 수 없게 되는 겁니다. 저는 디시인사이드든 우울증 갤러리든 정확히 책임 소지가 있는 곳을 호명하는 방식으로 이 사건을 명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신혜림> 뭐가 더 심하니까 이건 좀 덜한 거 아니야? 아까 초반에 말씀하신 것처럼 사실 언론에서도 'n번방보다 (우울증 갤러리는) 좀 덜한 것 같은데'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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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선아> 그런 식으로 말을 할 수도 있는 거죠. 이 사건 이후에 경찰이 방심위에 우울증 갤러리 일시 차단 요청을 했어요. 그런데 그게 이루어지지는 않은 것 같아요.

◆ 김다은> 결국 자율 규제를 하는 방식으로 결과가 나왔죠. 최종 결론이 내려졌던 회의록이 있거든요. 저는 그걸 많은 분들이 직접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이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 들어가시면 제36차 통신심의소위원회 회의록이라는 게 있습니다. 그걸 보시면 여기 있는 위원들이 어떤 정도로 이 문제를 바라보고 있구나라고 하는 걸 보실 수 있고, 시민들이 그런 걸 계속 감시해야 된다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 신혜림> 방심위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잖아요. 수사기관은 사이트 차단 권한이 없고 딱 여기만 권한을 가지고 있어서, 이 위원회에서 성착취물이랄지 이런 상황을 어떻게 대하느냐가 지금 굉장히 중요한 상황인 것 같아요.

◆ 김다은> 방심위는 일단 최소 규제 원칙을 기반으로 심의를 합니다. 통신 사업자들의 경쟁력을 위한 것, 그리고 표현의 자유를 위한 것, 이런 이유로 최소규제를 하는데요. 어떤 문제가 있는 게시물이 있을 때 '이 사이트 자체를 폐쇄해야 돼'라고 하는 게 아니라 '그 게시물만 삭제해' 이런 결정을 주로 하거든요.

다만 저는 폐쇄까지는 아니더라도 선언적인 제스처를 이번에 취해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체 심의 의무를 강력하게 부과하거나 페널티를 부과하는 방식이 있겠죠. 왜냐하면 디시인사이드도 그렇고, 이용하는 유저들도 그렇고, 결국 (우울증 갤러리에) 아무 규제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고 그런 식으로 대응했는데 그들의 예상 그대로 됐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큰 일이 있었는데도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걸 확인시켜주는 것 이상의 무슨 의미가 있었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더라고요.

◇ 채선아> 이대로라면 이런 사건이 또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조치가 좀 필요해 보이는데 저는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어요. 우울증 갤러리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도 있다. 왜냐하면 얼마 전에 그런 기사가 있었거든요. '자살하려고 했던 학생이 정부의 상담기관이 아니라 이 우울증 갤러리에서 만난 이용자가 회유해서 자살을 안 하게 됐다' 이런 얘기였어요. 어쩔 수 없이 찾게 되는 그런 경우도 있는 거잖아요.

◆ 김다은> 그렇죠. 지금 초중고등학교 상담 프로그램들이 있기는 한데, 많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고 장기간 상담을 해주기가 어렵지 않습니까? 무엇보다 학교에서 하는 경우에는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되면 학교가 부모님에게 이 사실을 알리게 됩니다. 청소년들한테는 굉장히 부담스러운 거예요. 왜냐하면 이들이 익명의 공간을 찾는 이유 자체가 부모님이 알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사실은 여러 소셜 플랫폼에서 우울증 갤러리 같이 이런 고민을 나누는 커뮤니티가 만들어지는 것, 이용하는 것이 굉장히 자연스러운데. 다만 이런 공간을 이용할 때 어떤 점들을 주의해야 할지, 그리고 이 안에서 위험한 관계를 맺을 수도 있다고 하는 점들, 그리고 그런 일이 벌어질 때 어떻게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지를 학생들에게 알려줄 필요가 있을 것 같고요. 무엇보다도 현실에서 직접적인 사회적 안전망들을 확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정말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우리 사회가 이제 디시인사이드에 대해서 얘기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런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사업주한테 사회적 책임을 물린다는 것이, 예전에는 '아니 왜 규제하느냐' 이렇게 이야기를 했지만 지금 굉장히 다양해진 온라인 그루밍부터 시작해 여러 가지 성착취 행위들, 이런 범죄들이 실제로 이런 공간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표현의 자유가 중요하다면 정말 우리 디지털 시민들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왜 더 이상 얘기하지 않느냐, 새롭게 업데이트돼야 하는 인식들이라고 생각됩니다.

◇ 채선아> 네, 디시인사이드가 회원가입도 거치지 않고 운영되는 사이트인데 이 부분이라도 좀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보면서, 여기서 인사 나누겠습니다. '시사IN' 김다은 기자, 신혜림 PD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다은, 신혜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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