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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애플, 700조 규모 정신건강 시장 출사표… 개인정보 무단수집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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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5일(현지시각) 본사가 위치한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에서 연례 개발자 행사 ‘세계개발자대회(WWDC) 2023′를 열고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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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가장 큰 공헌은 인류의 건강 증진이 될 것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2022년 8월 미 과학 전문매체 파퓰러미케닉스와 인터뷰 中


7년 내 700조원 규모로 성장이 예상되는 정신건강 시장에 애플이 출사표를 던졌다. 올 가을 선보일 ‘마음 상태(State of Mind)’ 기능이 사용자 반응을 가늠할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전망이다. 애플이 계속되는 ‘개인정보 무단수집’ 논란을 뚫고 사업을 확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애플은 지난 5일(현지시각) 자사 연례 개발자 행사 ‘세계개발자대회(WWDC) 2023′에서 아이폰 ‘건강’ 애플리케이션(앱)과 애플워치 ‘마음 챙기기’ 앱에 마음 상태 기능을 탑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용자가 기분과 감정을 직접 기록, 마음 관리를 습관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게 이 기능의 취지다. 해당 업데이트는 아이폰, 애플워치의 차세대 운영체제(OS)인 iOS 17, 워치OS 10부터 적용된다. 애플은 올 하반기 아이패드OS 17 출시를 통해 아이패드에도 건강 앱을 더할 계획이다. 아이패드에 건강 앱이 탑재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섬벌 데사이 애플 헬스 담당 부사장은 “사용자들이 자신의 건강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중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기능들을 도입하게 되어 기쁘다”며 “이 인사이트들은 사용자가 일상에서 결정을 내릴 때 도움을 주며, 의사와 상담할 때 더 자세한 정보를 참고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마음 상태 기능 첫 화면에서 사용자는 ‘아주 좋음’부터 ‘아주 나쁨’ 사이에서 현재 기분을 선택할 수 있다. 사용자가 기분을 선택한 뒤에는 이 기분이 어디서 비롯됐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상관 관계’ 화면이 나타난다. 사용자는 여기서 여행, 가족 등의 선택지 중 자신의 기분에 영향을 미친 요인을 고르면 된다. 이후 마지막 화면에서 사용자는 이를 바탕으로 지금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를 ‘감사’ ‘걱정’ 등의 단어로 묘사할 수 있다.

마음 상태와 함께 댓글도 남길 수 있다. 보다 자세한 기록을 통해 사용자가 나중에 감정의 원인을 특정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란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애플은 “사용자는 건강 앱에 기록되는 운동, 수면 등 다른 데이터를 참고해 생활 습관과의 인과 관계도 살펴볼 수 있다”고 했다.

애플은 마음 상태 기능과 더불어 의료기관에서 사용하는 불안·우울 자가진단 검사도 건강 앱에 추가할 방침이다. 검사 결과는 전문가와의 상담 등을 목적으로 출력 가능하다. 미 IT 전문매체 톰스가이드는 “오늘날 우리는 정신건강이 신체건강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지만, 이제까지 나온 건강 관리 기기 중 사용자가 능동적으로 스스로를 돌볼 수 있게끔 돕는 도구를 제공하는 기기는 없었다”며 “(애플의 이번 업데이트는) 이를 바꿀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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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상태' 기능 이용화면. /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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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는 애플이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의 대유행)을 거치면서 정신건강 시장 진출을 결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커지는 사회적 관심에서 사업 가능성을 봤다는 것이다. 애플은 그간 건강 앱을 통해 심적 안정을 위한 호흡법, 명상법 등을 제공하는 데 그쳤었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은 이미 나온 아이디어를 새롭게 포장해 전체 시장의 수요를 흡수하는, 리브랜딩의 대가다”라며 “그런 애플이 뛰어드는 시장이라면 그만큼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뜻”이라고 했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미국 정신건강 분야 상위 10개 앱은 2020년 4월 한 달 동안에만 400만건 이상의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인 같은 해 1월 대비 무려 17.6% 늘어난 수치다. 시장조사업체 얼라이드마켓리서치에 따르면 2020년 3833억달러(약 498조2900억원) 규모에 달했던 전 세계 정신건강 시장은 연평균 3.5% 성장세를 기록하며 오는 2030년 5379억달러(약 699조2700억원) 규모에 육박할 전망이다.

관건은 개인정보보호다. 애플은 경쟁사 대비 보안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지만, 사용자 동의 없이 정보를 수집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프랑스 국가정보자유위원회(CNIL)는 올해 1월 자국 개인정보보호법 제82조를 위반한 애플에 800만유로(약 111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애플이 iOS 14.6 사용자들의 사전 동의를 구하지 않고 사용자 식별이 가능한 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밝혀지면서다. 애플은 해당 정보를 광고 개인화 등 목적에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IT 전문매체 기즈모도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최소 12개에 달한다. 보안 전문가 토미 마이스크가 지난해 11월 ‘아이폰 분석 정보에 이름, 이메일, 전화번호와 연결된 ID 번호가 포함돼 있다’고 폭로한 이래 접수된 소송들이다. 이는 “수집되는 정보는 사용자 개인의 신원을 나타내지 않는다”라고 명시한 애플의 ‘기기 분석 및 개인정보 관련 법적 고지’ 내용과 상충된다. 마이스크는 앞서 사용자가 설정에서 ‘분석 공유’ 기능을 꺼도 애플이 아이폰 분석 정보를 수집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애플은 관련 의혹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는 대신 대외 홍보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발간한 ‘건강 개인정보 보호’ 백서가 대표적인 예다. 애플은 이 백서에서 개인정보보호를 염두에 두고 아이폰 건강 앱과 ‘헬스키트’를 설계했다고 강조했다. 헬스키트는 건강 앱에 보관되는 모든 정보를 사용자가 직접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애플은 백서 발간과 동시에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24개국에 건강 정보 보호의 중요성을 알리는 옥외광고도 게재했다.

박수현 기자(htinmaki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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