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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선관위 국조·오염수 청문회 합의했지만…동상이몽에 '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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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先 감사원 전면감사-後 국조' 못박아…野 "선관위 장악 의도" 반대

與 "IAEA 보고서 이후 청문회" 요구…野 "이달 내 최대한 이른 시기에"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설승은 기자 = 여야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국정조사'와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청문회'에 전격 합의했지만, 국정조사와 청문회가 실제로 열리기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두 사안에 대한 여야 가중치와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는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적 이해가 충돌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국민의힘은 선관위 간부들의 자녀 특혜채용 의혹, 이른바 '아빠찬스' 논란을 앞세워 국정조사를 관철했다. 선관위 창립 이래 처음 이뤄지는 국정조사다. 그러면서 선관위에 대한 북한 해킹 의혹까지 국조 대상으로 추가했다.

여기에 더해 국민의힘은 선관위가 국정조사에 앞서 감사원 감사를 전면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것도 특혜채용 의혹에 한정한 '부분 감사'도 아닌, 업무 전반에 대한 감사를 받으라는 압박까지 더하고 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선관위는 국정조사 이전에 국민적 공분을 감안해 감사원 감사를 전면적으로 수용할 것을 국민의 이름으로 촉구한다"고 밝혔다.

특혜채용 의혹이나 북한 해킹 의혹 자체뿐 아니라 선관위의 뿌리 깊은 폐쇄성과 권위 의식, 그리고 편향성을 이번 계기에 바로잡아야 한다는 여권 전반의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전임 정부에서 선관위가 현 야당 편을 들었다는 의구심도 깔려 있다.

윤 원내대표가 전날 여야 합의발표 이후 연합뉴스에 "감사원 감사를 받지 않은 채로 이런 선관위 체제에선 내년 총선을 치르기 어렵다"고 강조한 것은 이런 인식의 단면이다.

선관위 업무와 조직 전반을 외부의 시각으로 점검하고 문제점을 바로잡으려면 한 달, 길어야 두 달 동안 여야가 정치적 공방을 벌이게 될 국정조사보다 감사원 감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발언하는 윤재옥 원내대표
(서울=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6.9 toadboy@yna.co.kr



그러나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요구하는 '선관위 감사'에 거부 반응을 보이면서, 국정조사로 충분하다고 맞서는 형국이다. 국정조사 기간과 구체적 범위, 대상자 등을 담을 조사계획서 협상에 난항이 예상되는 이유다.

애초 민주당은 선관위에 대한 잇단 의혹 제기가 여권의 '선관위 길들이기'라고 여겨왔다. 국정조사도 악화한 여론에 마지못해 합의해준 측면이 없지 않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선관위에 문제가 있다면 여야가 합의한 대로 국정조사를 하고, 부족하면 수사를 하면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선(先) 감사원 감사, 후(後) 국정조사' 주장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관위를 장악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감사원이 선관위에 대한 감사를 계속 주장하면, 민주당은 감사원에 대한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라고도 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어제 여야가 합의를 이루자마자 이렇게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은 국정조사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선관위 국정조사를 내어주면서 챙긴 오염수 청문회도 실제로 언제 개최될지 가늠하기 어렵다.

국민의힘은 오염수 배출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조사 보고서가 나온 뒤에야 청문회를 열 수 있다는 입장이다. 보고서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이달 말 이후 검증특위 구성과 청문 계획서 협상을 거치면 7월로 넘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은 IAEA 조사 보고서를 기다렸다가 청문회를 여는 것은 전날 여야 합의에 어긋난다고 반발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국정조사와 청문회 모두 이달 내 최대한 이른 시기에 해야 한다"며 "그 외의 주장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돈 봉투 전당대회 의혹, 김남국 코인 의혹, 이래경 혁신위원장 사퇴 등 당내 악재들이 쌓인 민주당으로선 여권을 향한 '오염수 공세'로 반전을 도모해야 하는 상황이다.

만약 IAEA 보고서에서 오염수 방류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올 경우 민주당의 공세 동력도 약해진다. 이 때문에 민주당으로선 청문회 개최를 더욱 재촉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국민의힘 원내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후쿠시마 문제는 IAEA 보고서가 발표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사실관계가 잘 전달되면 국민들이 진상을 이해할 거고, 여론 변화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합뉴스

발언하는 박광온 원내대표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가 9일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6.9 xyz@yna.co.kr


zhe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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