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안정에 중점 둘 것”
한국은행이 인플레이션(물가오름세) 하락 속도의 불확실성, 높은 가계부채 비율, 환율 상승 압력이 다시 높아질 가능성 등을 향후 통화정책의 잠재 위험으로 진단했다.
이 같은 진단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긴축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설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은은 8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이번 금리 인상 과정에서 마주한 여러 위험 요인 가운데 상당 부분이 여전히 해소되지 못한 채 잠재 리스크로 남아 있다”고 밝혔다.
우선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빠르게 떨어지고 있지만, 기조적 물가 흐름을 나타내주는 지표들이 하방 경직성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3.3%까지 내려왔지만, 한은이 추정한 기조적 물가지표의 중위값은 지난 4월 3.9% 수준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돈다.
한은은 전기·도시가스 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이 오랜 기간에 걸쳐 물가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또 예기치 못한 공급 충격 등으로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다시 오를 가능성도 거론됐다.
이상형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설명회에서 호주·캐나다 등이 깜짝 인상에 나선 것에 대해 “호주·캐나다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하락했다가 반등하고 근원물가 경직성에 관한 우려가 나오면서 통화정책을 좀 더 제약적인 수준으로 가져가 물가를 목표 수준으로 만들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나라는 호주·캐나다와 같다고 볼 순 없으나 물가 상황을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높은 가계부채 수준 등 금융 불균형 해소가 생각보다 더딘 점도 위험 요소로 꼽혔다. 한은은 “주택 가격이 여전히 소득 수준과 괴리돼 고평가됐고, 가계부채 비율도 높은 수준”이라며 “정부 규제 완화 등 영향으로 올해 들어 주택 가격 하락세가 빠르게 둔화하고, 주택 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은행 가계대출도 재차 증가함에 따라 가계부채 디레버리징(부채 상환·축소)이 지연될 상황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 가능성도 안심할 수 없는 요소다.
한은은 “경상수지 적자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추가 인상하거나 국내 통화정책 기조가 조기에 전환될 경우에는 환율 상승 압력이 다시 커질 수도 있다”며 “경상수지 개선이 지연되면 성장 하방 위험과 외환 수급 불균형 위험이 높아지면서 대외건전성에 대한 신뢰가 약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와 같은 ‘신용·유동성 위기’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 있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한은은 “물가 안정에 중심을 두고 긴축 기조를 상당 기간 이어나갈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 성장 하방 위험과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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