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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 (화)

‘바가지요금’에 민심 폭발?…선 넘은 지 오래 [요즘,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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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기잖아요”
“에이~ 한 철 장사인데~”


어마어마한 가격에 멈칫대자 어김없이 날아오는 대답들인데요. 이런 시기(?)와 이런 행사(?)에는 이 정도 ‘바가지요금’은 당연히 감수하고 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참으로 당당한 답변이죠. 이 어이없는 당당함에 결국 수그리고 마는데요. 시간 내서 나온 좋은 날을 망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큰 이유죠.

매일 찾는 단골이 아닌, 어쩌다 만나는 고객들을 대하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정말 ‘한철’ 장사이기 때문일까요? 그리고 당연하게 그 ‘바가지’를 마치 ‘서비스’처럼 받아야 하는 걸까요?

최근 연이어 이 ‘바가지요금’이 시민들과 네티즌들의 분통을 터트리게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엔데믹’에 맞춰 각 지자체도 저마다의 지역축제를 재개했는데요. 마스크를 벗고 가족들과 친구들과 함께 오랜만에 축제를 찾은 발걸음도 경쾌했죠. 하지만 마주한 금액에 멈춰 서고 말았는데요. ‘그래 축제니까~’라는 말로도 도저히 용인되기 어려운 숫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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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전국에서 이름난 벚꽃 축제죠. ‘진해군항제’에서 바가지 물가 논란이 시작됐는데요. 진해군항제 야시장 먹거리 장터에서 음식을 사 먹은 한 네티즌의 불만 성토 글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공유된 메뉴판 사진에는 통돼지 바비큐 5만 원, 삼겹·쪽갈비 5만 원, 고래고기 소(小) 6만 원·대(大) 8만 원, 해물파전 2만 원, 먹장어 3만 원, 순대 채소볶음 3만 원, 꼬치 어묵 1만 원 등 한 향토 음식관의 가격이 적혀있었는데요. 이 가격에 놀랄 틈도 없이, 제공된 음식에 입을 다물지 못했죠. 동행한 이들과 2점씩만 먹으면 접시 위 고기가 다 사라질 듯한 ‘쥐꼬리만 한’ 음식량이었던 건데요. 글 작성자는 “하나도 손대지 않은 사진”이라는 쐐기 글도 덧붙였죠.

이어 5월 전북 ‘남원춘향제’도 이 논란에 이름을 올렸는데요. 매년 5월 열리는 ‘남원춘향제’는 이번 5월 25~29일 5일간 진행됐죠. 전북 남원시는 춘향제 기간 바가지요금 근절 등 물가 안정 캠페인을 벌인다고 밝혔지만, 이 발표가 무색할 정도였는데요.

축제 기간 남원 하천변 야시장을 찾은 방문객의 ‘음식 사진’에 또 온라인이 들끓었습니다. 반 접시 밖에 안 되어 보이는 통돼지 바비큐가 4만 원에, 해물파전 큰 2조각 정도로 보이는 양이 1만8000원에 판매되고 있었던 건데요. 아무리 생각해도 주방장이 양을 착각한 것 같아 원래 양이 적냐고 직원에게 물어보니 “이게 정량이에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하죠.

이 방문객은 호구 취급당하다가 지갑이 거덜 날 것 같다며 바로 일어섰고, 그러자 주인은 “어떠세요, 맛있으시죠?”라고 내뱉어 황당함을 더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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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바가지 논란’ 비난 축제가 한창이었던 상황에 굳이 합류하려는 지역축제가 또 등장했습니다.

바로 전남 ‘함평나비대축제’였는데요. 이번엔 네티즌이 아닌 유튜버의 영상으로 논란이 됐죠. 지난달 28일 일본인 유튜버 ‘유이뿅’이 함평나비대축제를 방문했다가 ‘어묵 한 그릇 만 원’ 가격에 놀라는 영상이 또 도마 위에 오른 건데요. 돈이 모자랐던 유튜버가 “혹시 5000원에 어묵 반 그릇은 안 되냐”고 물었지만, “5000원어치는 안 판다”고 말한 상인의 태도에도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결국, 해당 유튜버는 종이컵에 담긴 번데기(4000원)와 소시지 한 개(4000원)를 겨우 구매해 주린 배를 때울 수 있었죠.

심지어 방송국도 이 바가지를 피하지 못했는데요. 4일 방송된 KBS2 ‘1박2일’에선 출연진이 경북 영양전통시장을 방문해 옛날 과자를 사는 m장면이 전파를 탔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옛날 과자에 추억을 상기하며 이것저것 집어 구매하려던 출연진은 금액에 놀란 눈이 됐는데요. 이제까지의 바가지 물가는 명함도 못 내밀 수준이었죠. 한 봉지에 7만 원, 총 3봉지를 채웠던 이들은 20만 원이 넘는 금액을 낼 위기(?)에 닥쳤습니다.

혹시 우리가 생각하는 한 봉지가 아닐까 의심스러웠지만 1.5kg 한 봉지가 맞습니다. 심지어 저울에는 6만8000원으로 찍혔지만, 당당한 반올림으로 7만 원을 외쳤죠. 방송 이후 해당 시장과 상인을 향해 비난 글이 쏟아진 건 당연한 순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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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지역 축제와 지역 시장의 ‘바가지요금’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지자체의 사과글도 이어졌는데요. 진해군항제를 주관하는 이충무공선양군항제위원회는 입장문을 내고 “최근 군항제 장터 음식의 비싼 가격과 질 낮은 음식 수준을 비판하는 목소리와 관련해 사과 말씀을 드린다”며 “자격 미달인 곳은 폐점 및 강제 퇴출 등 강제 조치하고 앞으로도 영원히 입점을 배제하겠다”라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함평군 또한 “제재 방법이 마땅치 않더라도 향후 축제장 바깥 야시장에도 시중 가격을 지속 안내하고 너무 비싼 가격은 조정할 수 있도록 꾸준히 계도하겠다”라고 밝혔죠.

영양군도 사과대열에 합류했습니다. 6일 군청 홈페이지에 “옛날 과자 바가지 논란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습니다. 이 사과문은 두 번째 사과문이었는데요. 앞서 영양군은 ‘옛날 과자 바가지 논란’에 대해 “판매한 상인은 외부 상인으로, 영양전통시장 상인들과는 전혀 무관하다”라고 해명해 논란을 키웠었죠.

이 글에서 영양군은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며 “5일 배포한 해명자료에서 이번 일을 마치 외부 상인만의 문제인 것처럼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부적절했음을 인정하며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방송에 출연한 상인도 사과글을 남겼는데요. 자신의 실명까지 밝힌 A 씨는 “변명하지 않겠다. 코로나19로 인해 먹고 살기 힘들어서 제가 생각이 짧았다. 과자 단가를 높이 책정해서 모든 상인 여러분과 ‘1박2일’ 여러분께 죄송하다”라고 사과의 뜻을 전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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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짠 듯이 바가지요금에 이어 사과로 이어지는 이 일관된 수순에 오히려 화가 날 지경인데요. 이런 행태가 반복되는 점이 이를 찾은 방문객들의 분노를 불러오고 있습니다.

상인들은 매번 “한 철 장사다”라는 이유를 내세우지만, 해당 행사와 가족 여행을 계획한 이들은 1년 일해 번 돈으로 찾는데 왜 이들의 어이없는 이유를 들어주고 있어야 하는지 의문이죠. 심지어 상인들은 각 지역의 지역 축제를 돌아다니며 장사하는 것으로 알려지며 ‘한 철 장사’ 또한 진실이냐는 의심이 더해집니다.

이처럼 ‘바가지요금’은 수십 년 간 반복됐던 문제임에도 두루뭉술 넘어가며 지자체들의 개선 의지가 부족했다는 비판이 나왔는데요. 지자체장이 조금만 관심을 두고 적극적으로 개입하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데 담당 공무원들에게만 맡기면서 방치돼 온 문제란 의견도 제기됐습니다.

또 이들이 주최 측에 내는 일명 ‘자릿세’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오는데요. 일반적으로 지역축제의 경우 적게는 100만 원에서 많게는 200만 원 정도의 입점료로 식품업체를 모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죠. 지자체도 바가지요금에 대한 계도 조치에 나서고 있지만, 야시장 상인들이 지역 주민이 아닌 축제 때만 식당을 운영하다 보니 지자체의 계도 조치를 잘 따르지 않는다는 토로도 흘러나옵니다.

최근 일본과 동남아 등지로 여행하는 관광객의 수가 급증했는데요. 이들은 국내 여행 바가지 상술에 내는 돈과 비교하면 해외가 더 싸다는 이유를 들었죠.

바가지 상술이 벌어지는 모든 과정이 이어지지 않도록 지자체도 주최 측도 상인들도 하나 된 마음이 필요해 보이는데요. “더는 참지 않아” 호구로 전락하지 않겠다는 시민들의 불난 심정을 잠재우기 위해선 말이죠.

[이투데이/기정아 기자 (kki@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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