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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법정 선 해리왕자 "손에 피 묻힌 비열한 언론"…5시간 작심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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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데일리 미러 등 영국 언론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해리 왕자가 6일(현지시간) 런던 고등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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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해리 왕자(38)가 6일(현지시간) 영국 대중지 데일리미러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 재판에 출석해 “사악한 언론들이 손에 피를 묻히고 있다”며 이들 언론을 맹비난했다.

로이터통신과 미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해리 왕자는 이날 자신이 제기한 민사소송과 관련해 런던 고등법원에 출석해 5시간에 걸쳐 증언했다. 그는 “나는 태어날 때부터 적대적인 언론을 경험했다”면서 “그들이 불법적으로 쓴 기사로 인해 나는 ‘플레이보이 왕자’ ‘실패자’ ‘무책임한 마약 중독자’와 같은 꼬리표가 붙어 살아왔다”고 강변했다. 해리 왕자는 이 때문에 편집증까지 겪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누군가 이 광기를 멈추기 전까지 얼마나 더 많은 피가 그들의 손가락을 더럽히겠느냐”면서 “돌이켜보면 그들의 행태는 완전히 비열하다”고 말했다.

이번 소송은 해리 왕자를 비롯한 100여명의 원고가 데일리미러, 선데이미러 등을 거느린 미러 그룹을 상대로 제기했다. 1991~2011년 미러 그룹 산하 대중지들이 보도한 기사 100여 건이 전화 해킹과 같은 불법적인 방법으로 작성됐다는 취지에서다. 해리 왕자는 이 가운데 자신과 관련한 33건의 보도를 문제 삼았다.

영국의 왕족이 법정에서 증언을 한 건 1891년 이후 130년 만이라고 한다. 특히 왕실이 현실 정치에 관한 발언을 자제해 온 것과 달리, 해리 왕자는 이날 작심한 듯 정부에 대한 불만도 쏟아 냈다. “우리나라는 언론과 정부는 모두 바닥”이라며 “언론이 정부를 면밀히 감시하고 책임을 묻지 않고 그들과 동침하기로 선택할 때 민주주의는 실패한다”고 혹평한 대목에서다. 해리 왕자는 형인 윌리엄 왕세자 등 가족들과 갈등을 빚고 2020년 왕실을 떠났다. 부인 메건 마클과 미 캘리포니아에 정착해 넷플릭스 다큐멘터리와 자서전 공개를 통해 왕실을 전방위 저격해왔다.

NYT는 “해리 왕자는 이번 재판을 영국 언론의 취재 행태를 비판하기 위한 발판으로 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파파라치로 인해 어머니 다이애나비(1997년 사망)를 잃은 뒤로 해리 왕자는 언론에 강한 불신을 드러내 왔다. 이날 재판에서 미러 그룹 측 변호인은 “우리가 해킹을 통해 취재했다는 건 완전한 추측”이라며 “해리 왕자가 확실한 증거를 제출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단 미러 그룹은 2014년에도 소속 언론사가 취재원의 전화를 해킹한 적이 있다고 인정하고 사과한 전적이 있다고 NYT는 전했다.

해리 왕자가 법정에 선 날 미국에서는 유력 싱크 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이 그를 겨냥한 소송을 제기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 CNN 방송은 6일 헤리티지재단이 최근 “마약 복용 전력을 스스로 밝힌 경우 미 정부는 비자 발급을 거부할 수 있다. 그럼에도 해리 왕자에 대한 미국 이민이 허용된 배경에 특혜가 있었는지 밝혀야 한다”면서 미 연방 법원을 상대로 정보공개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워싱턴DC 연방 법원은 미 국토안보부에 오는 13일까지 관련 기록을 공개할지를 회신하라고 요청했다.

앞서 해리 왕자는 자서전『스페어』를 통해 “10대 때부터 코카인 여러 차례 흡입했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이와 관련 미 정부가 해리 왕자의 입국 허용 과정을 공개해야 한다는 게 헤리티지재단의 주장이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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