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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자살은 보험금 안 줘도 된다, 단 예외 있다…유족 손 든 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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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대법원 전경.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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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을 앓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 유족은 상해보험금을 받을 수 있을까.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보험금 지급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방법원으로 되돌려보냈다고 6일 밝혔다.

2019년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자 A씨의 부모는 한달 뒤 손해보험사에 상해보험금 9000만원을 청구했다. A씨가 미성년자이던 2012년 들어둔 보험이었다. 그러나 보험사는 지급을 거부였다.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발생한 자살’로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A씨의 부모는 보험금 지급 청구 소송을 냈지만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는지를 두고 1·2심의 판단은 달랐다. 1심 재판부는 “맞다”고 했지만 2심 재판부의 판단은 “아니다”였다. 최종적으로 대법원은 “맞다”고 판단해 사건을 돌려보낸 것이다.



자살엔 상해보험 부지급이 원칙, 예외는 하나



생명보험의 경우 통상 자살의 경우에도 유족에게 일반사망 보험금을 지급한다. (다만 악용을 막기 위해, 사망일이 보험가입일로부터 2년 이상 지나야한다) ‘상해’를 전제로 하는 상해보험은 일반상해가 인정돼야 일반상해사망 보험금을 받는다. 공적 보험에 해당하는 산재보험 등에서는 자살과 업무와의 관련성을 따져 지급여부를 판단한다.

상해보험에선 기본적으로는 보험수익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해 상해 사고가 발생한 경우 보험사는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살 역시 원칙적으로 보험금 부지급 사유에 해당되는 것이다.

유일한 예외는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불가능할 경우’다. 이 때는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행동을 하는 걸 제어할 수 없는 정신상태에 있었다는, 의학적 입증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공산이 크다. 장기간 주요 우울장애라는 진단을 받아 치료를 받아왔다거나, 조현병 등으로 현실을 왜곡해 인식하는 일이 잦았다거나 하는 증거가 있다면, 극단적 선택을 한 게 명료한 정신에서 벌어진 일이 아니라 본인도 어쩔 수 없는 의식의 흐름에 따라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예외적으로 보험금 지급 사유에 해당된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입증이 없다면 신변상의 이유로 비관 자살을 한 것으로 판단될 수밖에 없다. 최근까지도 신변을 비관해 차를 끌고 교외로 나가 번개탄을 피운다든가, 차를 끌고 물에 뛰어들었다든가 하는 경우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이 있었다.

그래서 통상적으로 목을 매 사망한 경우, 갑자기 뛰어내리거나 약물에 의해 자살하는 경우보다 심신미약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것저것 준비할 게 많은 방법이라, 의사결정 능력이 온전치 못한 상태라고 보기 어렵다고 보는 경향이 강해서다. 그러나 A씨의 경우엔 달랐다.

A씨는 목을 매 사망했지만 대법원은 예외적 지급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14세에 처음 우울증 진단을 받은 뒤 20대 초반 반복해서 우울증 치료를 받았고, 사망 직전에 음주상태였던 점 등 심신상실 상태로 볼 수 있는 정황이 다수있었지만 2심 재판부는 “우울이 심하거나 지속된다는 것만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능력이 결여돼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이 다시 심리하라고 판단한 것도 이부분이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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