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부산 지역구 의원들이 지난 3일 부산 남구 부산국제금융센터 앞에서 '후쿠시마 괴담 정치 중단, 산업은행 부산 이전법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이헌승·조경태·전봉민·서병수·박수영·안병길 의원. 페이스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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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을 10개월 앞두고 여야가 공공기관 지방이전 이슈에 다시 불을 붙이고 있다.
이종배 국민의힘(충북 충주) 의원은 5일 국회에서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충북 유치를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올해 하반기 2차 공공기관 이전 기본계획 발표를 앞두고 충북 이전 기관 확대를 위해 여론전을 펴겠다는 의도다. 이 의원은 “단순히 공공기관만 이전해선 안 되고 지역 발전과 연계돼야 한다”며 “오늘 논의 사항을 입법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했다.
혁신도시법 29조에는 “공공기관은 혁신도시로 이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명문화돼 있다. ‘지역 특성과 공공기관의 특수성이 있으면 국토교통부 장관이 시·도지사 의견을 듣고 혁신도시 외로 개별이전이 가능하다’는 단서조항이 있긴 하지만 원칙은 정부가 지정한 혁신도시로의 이전이 우선이다. 그런데 충주시는 혁신도시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공공기관을 이전해달라”고 요구한 셈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서면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영남권 규탄대회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에게 '산은 이전 관련 입장을 밝히라'고 공개요구했지만 이 대표는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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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에는 경북 안동시, 경남 밀양시, 충남 공주시, 강원 동해시 등 18개 기초단체장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같은 인구 감소 지역에 공공기관이 우선 배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시·군 역시 혁신도시가 아니다.
공공기관 이전 문제로 상대 당을 강하게 몰아붙이는 경우도 있다. 여권 지지세가 상대적으로 강한 부산에서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고리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압박하고 있다. 국민의힘 부산 지역구 의원들은 지난 3일 부산 남구 국제금융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야당은 부산 발전을 위해 ‘산업은행 부산 이전법’ 반대를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현재 산은법에는 “본점을 서울에 둔다”고 돼 있는데 이를 개정해야 본점을 옮길 수 있다. 하지만 여소야대 상황에서 민주당 동의 없이는 법 개정이 불가능하다.
마침 이날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같은 부산을 찾아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장외 집회를 열었다. 여권 입장에선 맞불을 놓은 셈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자, 부산 지역 숙원사업인 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총선 전에 확실히 성과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해 2월 12일 전북 전주시 전주역 광장에서 시민에게 인사하고 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전주를 서울 다음가는 제 2금융도시로 만들겠다" 약속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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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호남에선 반대로 야당이 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 전북 지역구 의원들은 최근 전주로 예정됐던 ‘전북 금융중심지’ 지정안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자 정부·여당을 맹비난하고 있다. 김성주 민주당(전주병) 의원은 지난달 31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할 6차 금융중심지 기본계획에 전북 금융중심지 지정 논의가 제외된 것은 현 정부의 지역 차별주의 때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전북도민과의 약속 이행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고 비판했다.
호남 정가에선 새로 부처를 만드는 방안까지 나왔다. 민주당 소병철(전남 순천갑)·김회재(여수을) 의원은 ‘남해안 종합개발청’을 신설하는 내용의 특별법과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지난달 말과 이달 초 잇따라 발의했다. 남해개발청을 별도로 세워 도로·철도·항만·공항 등 주요 사회기반시설 건설을 주도하고, 필요하면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미 동·서·남해안 및 내륙권 발전 특별법이 2007년 제정됐는데 전남도에 접한 남해안만 특별대우해야 하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2021년 2월 문재인 대통령(왼쪽 둘째)이 이낙연 민주당 대표(왼쪽 첫째)와 함께 어업지도선을 타고 부산 가덕도 공항 예정지를 시찰하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민주당에 힘을 싣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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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여야가 신경전을 벌이는 건 지역개발 이슈를 선점해 내년 4월 총선에서 표를 얻으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역민 대부분이 반기는 공공기관 이전, 사회기반시설 유치를 통해 지역 내 긍정 여론을 끌어내고, 이에 반대하거나 미온적인 상대 당 후보를 압박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지역개발 이슈를 들고 나오는 건 정치권의 구습이다. 영남권 신공항 문제만 해도 역대 선거 때 대대적 추진을 약속한 뒤 선거 뒤 계획 무산을 반복하다가 2021년 2월 26일에야 국회 본회의에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통과돼 본 궤도에 올랐다. 이마저도 그해 4·7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전략적으로 밀어붙인 측면이 크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직접 가덕도 신공항 예정 부지를 방문하며 민주당을 측면 지원하기까지 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공공기관을 마치 ‘이익시설은 내 지역에’라는 의미의 ‘핌피’(PIMFY) 현상처럼 하나둘씩 요구하면 전체적인 국가균형발전에는 저해가 된다”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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