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대낮에 마약에 취한 사람이 비틀대고 있는 이곳은 미국의 한 지하철역 앞입니다. 가까운 곳에 경찰이 있긴 하지만 본체만체, 그대로 놔두고 있습니다. 이렇게 마약이 심각한 미국에서는 12살 이상 국민 5명 가운데, 1명꼴로 불법 약물을 하고 있습니다. 마약을 제때 강력하게 막지 못했던 게 지금의 이런 결과로 이어진 건데 마약이 빠르게 번지고 있는 우리나라가 눈여겨봐야 할 대목입니다.
미국의 실상이 어떤지, 먼저 신용식 기자가 뉴욕 맨해튼에서 현장 취재한 내용부터 보시겠습니다.
<기자>
한 사람이 행인들 사이 멈춰서 무언가를 피우고 있습니다.
들여다보니 종이에 대마 잎을 말아서 만든 대마초입니다.
전형적인 마약 중독 증세입니다.
저는 지금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 있습니다.
그런데 옆을 보시면 이렇게 시민들 사이에 약에 취한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섞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뉴욕시는 지난 2021년부터 대마 판매소 60여 곳을 허가했습니다.
이를 빌미로 불법 판매소가 1천400곳 넘게 생겨났고 대마 외에 펜타닐, 헤로인 등 불법 마약까지 팔고 있습니다.
대마는 상대적으로 중독성이 낮으니 양지로 끌어내 관리도 하고 세금도 매기겠다는 생각이었는데, 판도라의 상자를 연 셈입니다.
[나오미/뉴욕 주민 : 학교에서 누군가 고등학생인 제 딸에게 대마를 주려 했었습니다. 현재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원하는 대로 마약을 할 수 있고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많아 슬픕니다.]
[코리 윌슨/마약 중독 경험자 : 나는 대마에서 출발해 더 강한 마약인 코카인과 헤로인까지 중독됐습니다. 그리고 내 삶은 계속해서 나빠졌습니다.]
(영상취재 : 김승태, 영상편집 : 김준희)
---
신용식 기자 나와 있습니다.
Q. 대마 합법화, 이대로 괜찮나?
[신용식 기자 : 대마를 양성화해서 통제도 하고 세금까지 걷는다? 뉴욕을 비롯한 미국 몇몇 도시의 이런 발상 자체가 무모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뉴욕은 불법 판매소 단속을 강화했습니다만, 판매소 단속으로 될 일이 아닙니다. 미국은 이미 마약 차단에 이른바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평가까지 나오는데, 그 상징적인 장소가 바로 필라델피아 켄싱턴입니다. 미국이 뭘 놓친 건지, 현지 취재 보시겠습니다.]
---
[쫓아옵니다. 쫓아옵니다. 쫓아옵니다!]
마약 중독자 무리 중 1명이 쇠꼬챙이를 들고 취재진 차량에 달려듭니다.
[오 이런…. 내렸으면 큰일 날뻔했네요.]
무법지대를 방불케 하는 이곳은 미국 최대 마약 시장이 있는 필라델피아 켄싱턴 거리입니다.
시내 중심가에서 차로 불과 10분 거리입니다.
3km 남짓한 이 거리에는 방금 쓴 주사기와 쓰레기가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버려져 있습니다.
마약의 유혹이 얼마나 가까이, 또 얼마나 심각한지 지금부터 확인해 보겠습니다.
켄싱턴에서 수년째 마약 중독자 봉사활동을 해 온 목사님과 동행했습니다.
[채왕규/현지 목사 : 저거 보세요. 저기 지금 펜타닐 먹고 굳어 있죠?]
서로 마약이 든 주사기를 놔주는 모습도 보이고.
[채왕규/현지 목사 : (저게) 헤로인 주사 바늘이죠. 그걸 이제 100~200개 막 갖고 다녀요.]
유모차까지 끌고 와 마약을 하려는 엄마의 모습도 보이고, 도서관 내 공원 잔디에는 학생은 온데간데없고 마약에 뻗어버린 어른들만 가득합니다.
[채왕규/현지 목사 : 이 켄싱턴 지역에 마약 하는 사람들이 한 2만 명 된다 그래요. 여기서 폭력과 돈거래와 또 성매매와 사회의 기초적인 것이 다 망가져요.]
강력한 공권력까지 동원하고 있지만, 사태는 계속 악화하고 있습니다.
[조셉 비숍/마약 중독 경험자 : 이 도시에 있는 10명 중 5~6명은 직·간접적으로 마약과 연관돼 있습니다.]
켄싱턴이 이 지경이 된 건 강력히 대응해야 할 적기를 놓쳤기 때문입니다.
1990년대 말 포르투갈과 미국의 마약 상황은 비슷했습니다.
그런데 포르투갈은 2000년대 이후 마약 중독 사망자가 유럽 평균의 1/5까지 낮아졌지만, 미국은 가파르게 증가해 지난해 11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가장 큰 차이는 마약 문제 해결에 전면적으로 나선 시점인데 포르투갈은 2001년, 미국은 필라델피아에서조차 2016년에서야 시작했습니다.
때를 놓친 미국에서는 마약 유통망의 뿌리가 더 깊어졌고 마약값도 싸지면서 청소년과 가난한 사람까지 중독의 늪에 걸려들었습니다.
미국은 지난해 마약 퇴치를 위해 500억 달러, 50조 원의 기금을 마련했지만 골든타임이 지난 상태에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영상취재 : 김승태, 영상편집 : 오영택, CG : 조수인)
---
<앵커>
Q. 적기에 젊은 층 집중?
[신용식 기자 : 골든타임 안에 정책이 시행됐느냐, 이게 가장 큰 차이입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젊은 층에 집중한 포르투갈의 승부수가 주효했습니다. 포르투갈의 분석 보고서를 보면 15~19세 연령층의 마약 소비를 낮추도록 한 게 가장 큰 성공 요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2가지 정책을 시행했는데, 첫 번째는 공급 차단입니다. 과거 식민지였던 남미 국가 등에서 마약이 유입되는 걸 철저히 감시했습니다. 두 번째는 교육입니다. 보고서에는 "융단 폭격을 하듯 교육했다"고 쓰여 있습니다. 마약이 얼마나 해로운 것인지 청소년이 모이는 모든 장소에서 교육했다는 겁니다. 비교적 청소년 마약 교육에는 소극적인 우리나라도 참고해야 할 것 같습니다.]
Q. 우리나라도 영향?
[신용식 기자 : 미국 대마 합법화의 여파가 이미 현지 한인 사회에 미치고 있고 유학생, 관광객 등을 통해 한국 사회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현지 취재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그 연결고리의 실태는 내일(6일) 전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영상취재 : 김승태, 영상편집 : 오영택·김준희)
신용식 기자 dinosik@sbs.co.kr
▶ 네이버에서 S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가장 확실한 SBS 제보 [클릭!]
* 제보하기: sbs8news@sbs.co.kr / 02-2113-6000 / 카카오톡 @SBS제보
※ ⓒ SBS & SBS Digital News Lab. : 무단복제 및 재배포 금지
대낮에 마약에 취한 사람이 비틀대고 있는 이곳은 미국의 한 지하철역 앞입니다. 가까운 곳에 경찰이 있긴 하지만 본체만체, 그대로 놔두고 있습니다. 이렇게 마약이 심각한 미국에서는 12살 이상 국민 5명 가운데, 1명꼴로 불법 약물을 하고 있습니다. 마약을 제때 강력하게 막지 못했던 게 지금의 이런 결과로 이어진 건데 마약이 빠르게 번지고 있는 우리나라가 눈여겨봐야 할 대목입니다.
미국의 실상이 어떤지, 먼저 신용식 기자가 뉴욕 맨해튼에서 현장 취재한 내용부터 보시겠습니다.
<기자>
한 사람이 행인들 사이 멈춰서 무언가를 피우고 있습니다.
들여다보니 종이에 대마 잎을 말아서 만든 대마초입니다.
지하철역 안, 어정쩡한 자세로 계단 벽에 기대어 미동도 하지 않거나, 의식 없이 축 늘어져 있습니다.
전형적인 마약 중독 증세입니다.
저는 지금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 있습니다.
그런데 옆을 보시면 이렇게 시민들 사이에 약에 취한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섞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뉴욕시는 지난 2021년부터 대마 판매소 60여 곳을 허가했습니다.
이를 빌미로 불법 판매소가 1천400곳 넘게 생겨났고 대마 외에 펜타닐, 헤로인 등 불법 마약까지 팔고 있습니다.
대마는 상대적으로 중독성이 낮으니 양지로 끌어내 관리도 하고 세금도 매기겠다는 생각이었는데, 판도라의 상자를 연 셈입니다.
[나오미/뉴욕 주민 : 학교에서 누군가 고등학생인 제 딸에게 대마를 주려 했었습니다. 현재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원하는 대로 마약을 할 수 있고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많아 슬픕니다.]
현지에서 어렵게 만난 한 중독 경험자의 고백도 가볍게, 쉽게, 시작했던 마리화나가 결국 "삶을 파괴했다"였습니다.
[코리 윌슨/마약 중독 경험자 : 나는 대마에서 출발해 더 강한 마약인 코카인과 헤로인까지 중독됐습니다. 그리고 내 삶은 계속해서 나빠졌습니다.]
(영상취재 : 김승태, 영상편집 : 김준희)
---
<앵커>
신용식 기자 나와 있습니다.
Q. 대마 합법화, 이대로 괜찮나?
[신용식 기자 : 대마를 양성화해서 통제도 하고 세금까지 걷는다? 뉴욕을 비롯한 미국 몇몇 도시의 이런 발상 자체가 무모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뉴욕은 불법 판매소 단속을 강화했습니다만, 판매소 단속으로 될 일이 아닙니다. 미국은 이미 마약 차단에 이른바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평가까지 나오는데, 그 상징적인 장소가 바로 필라델피아 켄싱턴입니다. 미국이 뭘 놓친 건지, 현지 취재 보시겠습니다.]
---
[쫓아옵니다. 쫓아옵니다. 쫓아옵니다!]
마약 중독자 무리 중 1명이 쇠꼬챙이를 들고 취재진 차량에 달려듭니다.
[오 이런…. 내렸으면 큰일 날뻔했네요.]
무법지대를 방불케 하는 이곳은 미국 최대 마약 시장이 있는 필라델피아 켄싱턴 거리입니다.
시내 중심가에서 차로 불과 10분 거리입니다.
3km 남짓한 이 거리에는 방금 쓴 주사기와 쓰레기가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버려져 있습니다.
마약의 유혹이 얼마나 가까이, 또 얼마나 심각한지 지금부터 확인해 보겠습니다.
켄싱턴에서 수년째 마약 중독자 봉사활동을 해 온 목사님과 동행했습니다.
[채왕규/현지 목사 : 저거 보세요. 저기 지금 펜타닐 먹고 굳어 있죠?]
서로 마약이 든 주사기를 놔주는 모습도 보이고.
[채왕규/현지 목사 : (저게) 헤로인 주사 바늘이죠. 그걸 이제 100~200개 막 갖고 다녀요.]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유모차까지 끌고 와 마약을 하려는 엄마의 모습도 보이고, 도서관 내 공원 잔디에는 학생은 온데간데없고 마약에 뻗어버린 어른들만 가득합니다.
[채왕규/현지 목사 : 이 켄싱턴 지역에 마약 하는 사람들이 한 2만 명 된다 그래요. 여기서 폭력과 돈거래와 또 성매매와 사회의 기초적인 것이 다 망가져요.]
강력한 공권력까지 동원하고 있지만, 사태는 계속 악화하고 있습니다.
[조셉 비숍/마약 중독 경험자 : 이 도시에 있는 10명 중 5~6명은 직·간접적으로 마약과 연관돼 있습니다.]
켄싱턴이 이 지경이 된 건 강력히 대응해야 할 적기를 놓쳤기 때문입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1990년대 말 포르투갈과 미국의 마약 상황은 비슷했습니다.
그런데 포르투갈은 2000년대 이후 마약 중독 사망자가 유럽 평균의 1/5까지 낮아졌지만, 미국은 가파르게 증가해 지난해 11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가장 큰 차이는 마약 문제 해결에 전면적으로 나선 시점인데 포르투갈은 2001년, 미국은 필라델피아에서조차 2016년에서야 시작했습니다.
때를 놓친 미국에서는 마약 유통망의 뿌리가 더 깊어졌고 마약값도 싸지면서 청소년과 가난한 사람까지 중독의 늪에 걸려들었습니다.
미국은 지난해 마약 퇴치를 위해 500억 달러, 50조 원의 기금을 마련했지만 골든타임이 지난 상태에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영상취재 : 김승태, 영상편집 : 오영택, CG : 조수인)
---
<앵커>
Q. 적기에 젊은 층 집중?
[신용식 기자 : 골든타임 안에 정책이 시행됐느냐, 이게 가장 큰 차이입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젊은 층에 집중한 포르투갈의 승부수가 주효했습니다. 포르투갈의 분석 보고서를 보면 15~19세 연령층의 마약 소비를 낮추도록 한 게 가장 큰 성공 요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2가지 정책을 시행했는데, 첫 번째는 공급 차단입니다. 과거 식민지였던 남미 국가 등에서 마약이 유입되는 걸 철저히 감시했습니다. 두 번째는 교육입니다. 보고서에는 "융단 폭격을 하듯 교육했다"고 쓰여 있습니다. 마약이 얼마나 해로운 것인지 청소년이 모이는 모든 장소에서 교육했다는 겁니다. 비교적 청소년 마약 교육에는 소극적인 우리나라도 참고해야 할 것 같습니다.]
Q. 우리나라도 영향?
[신용식 기자 : 미국 대마 합법화의 여파가 이미 현지 한인 사회에 미치고 있고 유학생, 관광객 등을 통해 한국 사회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현지 취재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그 연결고리의 실태는 내일(6일) 전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영상취재 : 김승태, 영상편집 : 오영택·김준희)
신용식 기자 dinosik@sbs.co.kr
▶ 네이버에서 S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가장 확실한 SBS 제보 [클릭!]
* 제보하기: sbs8news@sbs.co.kr / 02-2113-6000 / 카카오톡 @SBS제보
※ ⓒ SBS & SBS Digital News Lab. : 무단복제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