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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신한쏠 베트남' 3분이면 통장개설…해외서도 '디지털 전환'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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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로 가는 K-금융]⑤베트남 국가적 디지털전환…신한도 현지화로 맞불

앱 개편·비금융사 제휴로 경쟁 강화…"비대면 가입비중 올들어 22%P↑"

[편집자주] "'금융의 BTS'를 만들겠다." 새 정부의 당찬 포부에 발맞춰 국내 금융사들이 '해외진출'에 사활을 걸고 나섰다. 세계 12위 수준인 한국의 경제규모에 비해 'K-금융'의 글로벌 경쟁력은 미미한 실정이지만 그만큼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특히 세계적으로 가속화되는 금융의 '디지털화'는 'IT 강국'인 한국에 절호의 기회다. 동남아시아 등 신흥경제국가를 중심으로 입지를 확대하고 있는 'K-금융'의 글로벌 성과를 조명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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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호찌민시에 위치한 한 신한베트남은행 지점 앞에 현지 정통의상을 입은 신한금융그룹 대표 캐릭터 '쏠'이 고객을 맞고 있다. /뉴스1 ⓒ News1 신병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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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찌민=뉴스1) 신병남 기자 = "신분증을 촬영합니다. 얼굴 인증도 진행하고요. 추가 정보 확인까지 비대면 계좌 개설은 3분정도가 소요됩니다. 계좌에 필요한 전반적인 속도는 베트남이 한국보다 빠릅니다. 현지 금융당국 규제가 한국보다 덜해 절차가 상대적으로 적기도 하고요."

베트남 정부가 범국가적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면서 현지 46개 은행도 비대면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신한은행 현지법인인 신한베트남은행도 최근 10분이 넘던 비대면 계좌 개설 시간을 절반 이하로 줄여 편의성을 개선했다. 지난해 9만명이던 비대면 신규 가입자 수는 지난 4월 13만명을 넘어서는 등 디지털에 대한 '진심'은 서서히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진출 30년을 맞는 신한베트남은행의 다음 30년은 '베트남을 선도하는 디지털 은행'이 목표다. 현지화 전략으로 외국계 1위 은행으로 거듭날 수 있었지만, 여전히 시장점유율은 1~2%에 불과하다는 판단에서다. 현지 시장 성장과 변화에 맞춰 이번에는 디지털을 도약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각오다.

◇ 베트남에 부는 디지털 전환 바람…'K-금융'도 현지 DNA로 재편

코로나19 이후 베트남 사회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2025년까지, 2030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 계획'이란 목표를 진행하고 있다. 현금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전 국민의 은행 계좌 보급과 디지털 금융 전환을 추진 중이다. 베트남중앙은행(SBV)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은행 계좌를 보유하고 있는 베트남인은 전체 인구의 68% 수준이다.

현지 은행들도 대규모 투자를 통해 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한 은행은 200억원의 컨설팅 비용을 들여 디지털 전환을 위한 전략을 도출했다. 다른 은행도 디지털 관련 사업이라면 50억원, 100억원의 비용을 들이는 일이 흔하다. 'K-금융'의 성공 공식만 믿고 있었다간 '큰코다칠 수 있다'는 뜻이다.

신한베트남은행 관계자는 "베트남최대상업 은행인 비엣콤뱅크도 작년에 영업점 40여곳을 추가하면서 온·오프라인에 걸친 영업망 확대 전략을 펴고 있다"며 "최근 부실 문제로 사이공은행(SCB)의 뱅크런 사태를 겪었음에도 은행업은 성장세가 좋다는 평가다. 디지털 영업을 일견 효율화로 바라보는 국내와는 시각이 다르다"고 말했다.

신한은행베트남은행도 현지화한 디지털 전략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해 5월 리테일 사업 부문의 디지털 전략을 총괄하기 위해 '은행 속 은행' 콘셉트로 출범한 '퓨처뱅크그룹'(Future Bank Group)이 대표적이다. 이 조직은 은행의 디지털화를 이끌고 있다. 올해는 '디지털 고객 셀'(Digital Customer Cell)을 신설하는 등 고객 관리에도 힘을 더하고 있다.

황철오 신한베트남은행 부법인장은 "빅데이터, AI 기술을 활용해 고객을 분석하는 부서도 있다"며 "신규 고객이 한 명이 늘었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고객 관리도 비대면화하겠다는 것으로, 가상의 디지털 창구에서 고객을 맞는 프론트 라인(Front line) 업무를 강화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푸시 메시지를 통해 이자 납입일이나 생일과 같은 간단한 알림을 전달할 수 있는 동시에, 타행 신용카드를 이용하는 고객에게 자행 상품을 적극 권하는 등 보다 능동적인 영업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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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베트남은행 한 지점에서 고객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스1 ⓒ News1 신병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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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앱 개편·비금융사 제휴로 활로 모색…비대면 계좌개설 비중 65% '껑충'

신한베트남은행의 디지털 전환에 대한 전략적 관심은 지난해 12월 재단장을 마친 모바일뱅킹 플랫폼 '신한 쏠(SOL) 베트남'에 고스란히 담겼다. 재단장의 핵심도 '현지화'다. 담당 부장부터 사전 설문 조사, 디자인 개발 의뢰 등 주요 과정에 베트남 현지 직원과 업체의 손을 거쳤다.

또한 100% 비대면 '디지털 컨슈머론' 등 베트남 금융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상품이 추가됐다. 베트남 정부에서 추진 중인 비대면 고객실명확인(e-KYC) 기능이 고도화돼 예·적금 계좌 가입 절차 또한 크게 개선됐다는 게 신한베트남은행의 설명이다.

실제 4월 말까지 신규 계좌 개설자 수는 약 20만명으로 이 중 13만명은 비대면으로 가입했다. 올해 들어 비대면 가입 비중을 65%까지 끌어 올린 것이다. 지난해 약 35만명의 신규 계좌 개설자 중 비대면을 통한 유입이 15만명인데 비해 비중이 약 22%포인트(p) 확대됐다.

신규 계좌 개설 확대는 제휴망 강화 전략도 주효했다. 신한금융지주회사(055550)는 지난해 베트남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티키'의 지분(10%)을 인수했다. 이에따라 신한베트남은행이 티키와 전략적 제휴를 맺게 됐고 지난해 티키 플랫폼 내 신용대출 상품을 선보인 데 이어 올해 5월에는 전용 신용카드 2종을 출시하기도 했다.

또한 전자지갑·결제 업체 3곳(VN페이·페이유·모모)과 부동산 플랫폼 '무하반나닷', 채팅 앱 '잘로' 등과도 손잡았다. 향후 여행·약국업체 등 다양한 이종업종과의 협업해 고객들이 신한베트남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는 채널을 보다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황 부법인장은 "채널 확대 전략뿐만 아니라 상품에서도 경쟁력 강화를 고민하고 있다"며 "지난해 청년희망적금을 모델로 한 상품이 대표적이다. 오토바이를 사고 싶다거나 유학을 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상품에 입히고 고금리를 약속했는데, 호응이 컸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신한베트남은행의 고민은 현지 당국에도 좋은 디지털 전환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달 1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진행된 '2023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행사에서는 외국계 은행 중 유일하게 'Certificate of Merit' 상을 받았다. 베트남 당국은 신한베트남은행을 포함해 현지 상위사인 비엣콤뱅크, 비에틴뱅크, 아그리뱅크 등 총 4개 은행을 선전해 포상했다.

강규원 신한베트남은행 법인장은 "베트남은 회사 급여계좌와의 은행 연동이 한국보다 강해 잦은 이직 만큼이나 계좌 이탈률이 높다"며 "단순히 고객이 편한 영업 프로세스만을 고민하지 않고 어떻게 스토리를 입힐지, 전자상거래와 같은 재미를 줄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fellsic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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