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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연간 80억명 타는 인도 열차…2%만 충돌방지시스템 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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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3일 인도 오디샤주 발라소르에서 열차 충돌 사고 희생자를 옮기는 구조요원들. [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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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현지시간) 인도 동부 오디샤주의 발라소르에서 발생한 열차 삼중 충돌로 최소 275명이 숨지고 1000여 명이 다쳤다. 뉴욕타임스(NYT) 등은 이번 참사가 “수십 년 만에 일어난 최악의 열차 사고”라고 전했다.

이번 사고는 이날 오후 7시쯤 동북부 하우라 샬리마르를 출발해 남부 첸나이주를 향해 달리던 여객 열차 ‘코로만델 익스프레스’가 발라소르의 바하나가 바자르역 부근에 정차해 있던 화물열차를 들이받으며 발생했다.

당시 코로만델 익스프레스는 승객 1257명을 실은 채 시속 126㎞로 달리고 있었다. 충돌 직후 코로만델 익스프레스의 선체가 크게 부서진 채 탈선했고, 이어 반대편에서 시속 116㎞로 마주 오던 여객열차 ‘하우라 수퍼패스트 익스프레스’(1032명 탑승)와 2차 충돌을 했다.

순식간에 세 열차가 뒤엉키고 전복된 현장은 처참했다. 탈선한 코로만델 익스프레스는 종잇장처럼 구겨져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됐다. 발라소르의 병원들엔 부상자와 사망자가 밀려들었다. 영안실이 부족해 학교 강당을 임시 영안실로 이용할 정도라고 한다. 당국은 응급대원 1000여명을 투입해 구조 작업을 하고 있다.

인도 철도·통신부는 예비 조사 결과 “사고 원인은 신호 오작동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본선으로 주행해야 할 코로만델 익스프레스에 순환선으로 진입하라는 신호가 떨어졌던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신호는 곧바로 철회됐지만, 이미 순환선에 들어선 코로만델 익스프레스는 그곳에 정차 중이던 화물열차를 피하지 못했다. 당국은 잘못된 신호가 전달된 경위, 조작 실수 여부 등에 대해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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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사고 이튿날 현장을 찾은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이번 사고에 책임이 있는 어떤 사람도 빠져나가지 못할 것이고, 강력한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 정부는 사망자 유족에 1만2000달러(약 1500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NYT는 “이번 사고가 내년 세 번째 임기를 준비하는 모디 총리의 철도 현대화 사업에 흠집을 냈다”고 보도했다. 모디 정부는 일부 남아 있는 디젤 기관차를 내년까지 100% 전기 철도로 전환하는 등 현대화 사업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어 왔다. 최대 야당인 인도 국민회의당의 란디프 싱 수르제왈라 상원의원은 트위터에 “모디 정부와 철도부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규모의 인도 철도망은 19세기 영국 식민지 시절 목화·석탄 등을 운반하기 위해 처음 도입됐다. 현재 철도 이용자는 하루 1300만 명, 연간 80억 명에 이른다. 매일 약 1만1000대의 열차가 10만7826㎞의 선로를 오간다.

하지만 설비 노후화와 운영 미숙으로 탈선·충돌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열차가 위급 상황에 자동으로 제동을 하는 열차 충돌 방지 체계는 전체 노선의 2%에서만 작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고가 일어난 동부 노선에도 이 기술이 없었다.

인도에선 최근 20년 동안 최소 13건의 대형 열차 사고가 있었다. 2016년 북부 푸크라얀 지방에서 열차 탈선 사고로 146명이 사망했다. 1995년 8월 북부 우타르프레데시에서도 브레이크 고장 등으로 열차 두 대가 충돌하면서 358명이 숨졌다. 1981년 6월 동부 비하르주에선 다리 위를 달리던 열차가 탈선해 강으로 떨어지며 800명가량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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