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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기술 유출 범죄 대응 강화”···여야, 첨단전략산업법 추진 [국회 방청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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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의원, 5월에 ‘첨단전략산업법’ 발의
국내 기술 해외 유출 시 처벌 기준 강화 등 내용
지난 5월 25일 국회 첨단산업특위에서도 한목소리
전경련 관계자 “양형 기준 상향해야”


매경이코노미

삼성전자 보안 담당자들이 본사 출입구에 첨단 기기를 이용해 출입자들의 소지품을 점검하고 있다.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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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가 핵심 기술의 해외 유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한 가운데, 해외와 비교해 기술 유출 범죄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이에 지난 5월 여야 의원들이 국내 기업의 첨단 기술을 보호하는 법안을 발의해 관심이 쏠린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홍석준·김영식 국민의힘 의원과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홍석준 의원 개정안은 국가 핵심 기술 등 산업 기술의 해외 유출에 대한 처벌 기준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해당 법안은 국가 핵심 기술을 외국에서 ‘사용될 것을 알면서’ 유출하는 경우 등의 행위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해 입증 요건을 완화하고, 해외 유출 시 가중 처벌되는 침해 행위의 범위를 넓혀 처벌 기준도 높였다.

홍석준 의원실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2018~2022년까지 국내 산업 기술과 국가 핵심 기술 해외 유출 적발 건수’는 126건에 이른다. 국내 산업 기술은 총 93건, 국가 핵심 기술은 33건이 유출됐다. 연도별로는 2018년 25건, 2019년 19건, 2020년 26건, 2021년 32건, 2022년 24건이다.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이 민·군 겸용으로 활용됨에 따라 국내외 기업 간 경쟁이 심화하면서 최근 5년간 줄어들지 않은 것.

홍석준 의원은 “국가 핵심 기술과 산업 기술의 해외 유출 범죄가 계속 발생하고 있지만 솜방망이 처벌로 범죄 예방에 한계가 있었다”며 “산업기술보호법 및 국가첨단전략산업법 개정을 통해 처벌의 실효성을 높이고 국내 기술의 해외 유출 범죄가 근절되기를 기대한다”고 입법 취지를 밝혔다.

같은 당 김영식 의원은 현행법 체계에서 보호 대상 기술을 선정한다는 관점이 해외보다 미비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국가첨단전략기술 지정 시 보호 대상 기술을 선정한다는 관점에서의 검토 요건을 추가하고, 기술 지정 심의 시 필요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기술 지정을 심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또한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과 소관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 절차를 규정하고, 기술조정위원회의 위원장이 전략 기술의 지정·변경·해제 검토 대상 기술을 정해 심의할 수 있도록 해 현행법을 개선 보완하는 내용도 담았다.

김영식 의원은 “이번 개정안을 통해 국가첨단전략 산업의 육성을 위한 제도적 체계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앞으로도 우리나라의 국가첨단전략 산업이 세계를 선도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야당도 첨단 기술 보호에 진심이다.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주요 기반시설·개인민감 데이터 보유 기업의 외국인 투자를 통한 해외 인수합병 등에 대해 정부의 승인·신고 등을 받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특히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과 ‘외국인투자 촉진법’을 함께 발의해 ‘주요 기반시설’ ‘개인민감 정보를 보유한 기업’에 대한 국가적 관리와 ‘핵심 인력’을 해외에 뺏기지 않을 관리 방안을 마련했다.

박병석 의원은 “우리나라도 세계적인 경제 안보 강화 추세를 반영한 특별조치법을 지난해 통과시켜 법적 기반을 마련했으나, 일부 법적인 공백이 있어 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며 “기업의 중요 시설과 핵심 기술의 해외 유출은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된 지 오래됐다. 우리의 사람, 기술, 시설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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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첨단전략산업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지난 5월 25일 오전 국회에서 유의동 위원장 주재로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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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한목소리로 첨단 기술 보호를 주장하는 만큼 관련법은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지난 5월 25일에 열린 국회 첨단전략산업특별위원회에서도 여야는 기술 범죄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주문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일반 형사 사건 무죄율이 1%인데 기술 유출 범죄의 경우 무죄율이 19.3%로 20배나 더 높다”며 “관련 범죄의 솜방망이 양형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기술 유출 범죄 무죄율이 일반 형사 사건보다 훨씬 높고, 기소 인원 자체가 매년 100명 정도밖에 안 된다는 점을 볼 때 적발 자체가 어려운 범죄”라며 “관련 수사 인력의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기술 유출에 대한 처벌 강화가 기업 피해로 이어지면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영식 의원은 “(기술 유출) 양형 기준을 강화하는 것은 좋지만, 선의의 피해자가 없도록 주의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기술 유출 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가 해외에 비해 매우 낮다는 목소리가 적잖다. 실제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대법원 사법연감을 기반으로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처리된 제1심 형사공판 사건 81건을 검토한 결과에 따르면, 집행유예가 39.5%에 달했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 일본, 대만 등 주요 경쟁국들은 기술 유출에 대해 엄중한 처벌을 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이른바 ‘경제 스파이법’으로 국가 전략 기술을 해외로 유출하다 적발 시 간첩죄로 가중 처벌한다. 법정 최고형은 징역 20년, 추징금은 최대 500만달러(약 65억원)에 이른다. 일본도 범죄 수익에 대한 몰수 규정을 강화하고 기술 유출 방지와 중요 물자의 공급망 안정을 위해 지난해 5월 ‘경제안전보장추진법’을 제정했다. 내각부에 경제안전보장을 담당하고 관련 행정기관 간 업무를 조율하는 조직도 새로 꾸렸다. 대만 역시 ‘국가안전법’을 개정해 핵심 기술 유출이 적발될 경우 경제간첩죄를 적용해 12년의 징역과 벌금 1억대만달러(약 43억원)를 부과한다.

전경련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2019년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을 통해 기술 유출에 대한 벌칙 규정의 법정형을 상향했으나 실제 법원에서 선고되는 형량은 아직 법정형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며 “강화된 법률 개정 내용이 실제 법원 판결에 적용될 수 있도록 기술 유출 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을 상향해 처벌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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