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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로 중소기업, 자영업자들의 경영 부담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내년도 최저임금마저 급격하게 상승하면 한계 상황에 내몰리는 사업자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특히 인건비 인상 압박을 견디기 어려운 영세 소상공인 등 자영업자들은 고물가 속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최저임금 '동결'을 넘어 '인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극심한 노정 갈등 와중에 최저임금위원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중소기업, 자영업자들 시름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실제로 오는 8일 3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가 예정된 가운데 정부와 거대 노총이 노동 개혁과 노조에 대한 정부의 강경 대응을 둘러싸고 날 선 대립을 보이고 있어 위원회 논의가 파행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 집권 시기에 최저임금이 급등하는 동안 열악한 일자리의 온상으로 꼽히는 '초단시간 일자리'도 2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매일경제가 통계청의 '취업시간별 취업자 자료'를 분석한 결과 문재인 정권 기간(2017~2022년)에 최저임금이 41.6%(2690원) 오르는 동안 근로시간이 주 36시간 미만인 단시간 근로자 수는 441만3000명에서 802만8000명으로 81.9%(361만5000명) 폭증했다. 36시간 미만 근로자가 전체 취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0년 9.7%에 불과했으나 22년 만에 약 3배로 늘었다. 36시간은 단시간 근로자와 전일제 근로자를 가르는 기준 중 하나다. 단시간 취업자는 임금이나 근로조건·훈련 기회 등에서 상대적으로 열악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질이 나쁜 '불완전 고용' 일자리의 온상으로 지목받고 있다.
같은 기간 근로시간이 주 15시간 미만인 초단시간 근로자 수도 96만명에서 157만7000명으로 64.3% 급등했다. 초단시간 일자리는 근로기준법상 연차휴가나 퇴직금, 주휴수당 관련 규정을 적용받지 못해 법 제도의 공백으로 인한 부작용에 피해를 볼 가능성이 더욱 크다. 단적인 예로 이들은 산재보험을 제외한 4대보험 대상에 해당하지 않으며, 1년 넘게 일해도 퇴직금은커녕 휴가도 받을 수 없다.
경색된 노정 관계 속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처럼 '주먹구구식'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사회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노정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최저임금위원회가 파행될 전망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양대 노총은 지난달 31일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 중 한 명인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이 고공 농성을 벌이던 중 강제 연행된 데 이어 지난 2일 구속되면서 대정부 투쟁 의지를 다지고 있다.
만약 최저임금위원회가 파행된다면 내년도 최저임금은 2022년과 2023년도 최저임금 산출 때처럼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2.3%)에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3.5%)를 더한 수치에서 취업자 증가율 전망치를 빼 인상률을 산출하는 기존 방식대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상황에 따라 지난해 오름폭인 5.0%보다 높은 인상폭으로 결정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위원회는 심의 요청을 받은 날부터 90일 이내(6월 말)에 최저임금 수준을 의결해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최저임금 고시 시한은 매년 8월 5일로, 이의제기 절차 등을 감안하면 늦어도 7월 중순까지는 심의를 마쳐야 한다.
이런 가운데 일선 경제 현장에서는 최근 수년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경기 침체가 맞물리면서 한계에 봉착한 사업주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이날 자영업자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폐업을 고려할 최저임금 인상분에 대한 질문에 자영업자 중 36.2%가 '이미 현재도 한계 상황'이라고 답했다. 또 응답 자영업자의 43.2%는 '시급 9620원인 현재 최저임금도 경영에 부담이 된다'고 토로했다. 이 밖에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시 고용 영향과 관련한 문항에는 55.0%가 '현재도 이미 고용 여력이 없다'고 반응했다. 또 '최저임금을 1∼3% 인상하면 고용을 포기하거나 기존 직원 해고를 고려하겠다'는 응답은 전체에서 9.2%에 달했다. 3∼6% 인상 시 같은 선택을 하겠다는 응답자는 7.2%였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의 업종·지역별 차등 적용 등 제도 고도화 방안을 논의해야 할 시점에 최저임금위원회가 당파성에 매몰되면서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근로자 대표로 최저임금에 영향을 받지 않는 양대 노총 관계자가 협의에 들어가는 등 집단의 대표성도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 소멸 등 직접적인 피해를 볼 사람들이 협의 대상자로 참여하지 않으면서 집단이기주의적인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도 "현행 최저임금위원회 운영 방식을 유지해야 한다면 인원 구성부터 효율화가 필요하다"며 "노사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조직을 따로 만들고 최종 의사결정은 전문가의 의사결정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편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진한 기자 / 성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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