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없는 사이, '복마전' 된 가상화폐 시장…처방전은?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오프닝: 이광빈 기자]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을 진단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모색하는 뉴스프리즘 시작합니다. 이번주 뉴스프리즘이 풀어갈 이슈, 함께 보시겠습니다.
[영상구성]
[이광빈 기자]
가상자산 시장이 첫 활황을 맞았던 때는 2017년, 무려 약 6년 전이었죠. 당시 정부는 규제 마련에 손놓고 있다가 최근에야 대책 마련 움직임을 조금씩 보이고 있는데요.
김남국 의원의 코인 투자 논란을 계기로, 혼탁해진 가상자산 시장의 생태계를 재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먼저 김유아 기자가 피해 실태를 살펴봤습니다.
['코인열풍' 5년 지나도 사각지대 여전…곳곳서 갈등 폭발 / 김유아 기자]
[기자] 지난 2월 문자로 가상화폐에 투자하라고 권유받은 박 모 씨.
<박 씨/가상화폐 투자 사기 피해자> "제가 집 담보 대출이 있어서…(수익이) 원금에서 한 4~5배 정도 났다는 것 같습니다."
박 씨가 넣은 1억원이 3억원까지 올랐다고 들었지만, 돈을 빼려하자 실장이라던 사람은 거래소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다며 차일피일 미루다 잠적했습니다.
살펴보면 금융당국에 신고되지도 않은 가짜 거래소인데, 갓 투자를 시작한 경우 진위를 단번에 확인하기 쉽지 않습니다.
이번 피해로 박 씨는 잠도 못 자고 가족에게 말 못한 채 속만 앓고 있습니다.
<박 씨> "계속 (출금이) 지연되니까 '아차' 싶더라고요. 더 이상 이런 걸로 다른 추가 피해자들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정부 감독이 없는 탈중앙화 거래소 등에 가상화폐를 상장해 투자금을 모으고, 가격이 오르자마자 현금으로 바꿔 잠적하는 사기 행위, 소위 '러그 풀'(rug pull)도 기승을 부립니다.
2018년부터 작년까지 가상화폐 관련 불법 행위로 발생한 피해 금액은 5조 3,000억원에 달한다는 통계가 최근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가상화폐를 둘러싸고 우후죽순 잡음이 생겨나면서 사회 곳곳에선 갈등이 생기고 있습니다.
가상화폐 시세조종에 휘말려 거액을 잃었다며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여성을 납치하고 살해하는 사건까지 최근 벌어졌습니다.
<이경우 / 강남 납치·살인 사건 공범> "(투자 피해봐서 앙심 품은 겁니까?)…"
<황은희 / 강남 납치·살인 사건 공범> "(피해자 유가족에게 할 말 없나요?)…"
김남국 국회의원은 공직자 재산 목록에서 제외된 가상화폐 지갑에 거액을 보관했고, 공개 안 된 정보를 얻어 수십억원을 거래했다는 의혹까지 받으며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이런 가운데 규제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적 처분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
<변창호 / 코인사관학교 운영자(김남국 의원 지갑 최초 발견자)> "자본시장법을 적용 못할 수 있다고 얘기를 하는데…뭔가 좀 잘못된 부분이 있다는 건 누구나 인지하는 부분이에요."
"투자자들이 법 사각지대에 방치되는 동안 누적돼 온 피해가 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어, 신속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연합뉴스TV 김유아입니다."
[이광빈 기자]
자본시장법을 통해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한 관리·감독할 수 있는 증권과 달리
가상자산 시장은 통제할 법적 근거가 없는 실정입니다. 유럽연합 등 해외에서도 새로운 금융 자산이라 할 수 있는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데요. 우리는 어떤 점들을 참고해야 할 지, 이은정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이젠 가상화폐도 자산"…해외선 이미 제도권으로 / 이은정 기자]
[기자] 국내 게임회사 위메이드가 발행한 가상화폐인 위믹스.
지난해 말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가 참여한 공동협의체 닥사는 공시 계획보다 더 많이 유통됐다는 이유로 위믹스를 상장 폐지했습니다.
한때 2만8,000원대까지 올랐던 위믹스는 거래소에서 퇴출되면서 200원대까지 폭락해 막대한 손해를 본 투자자들이 속출했습니다.
<이은정 기자> "하지만 이로부터 두 달 뒤 상장폐지에 동참했던 한 거래소는 홀로 위믹스 거래를 재개했습니다.
이렇게 상장과 폐지 기준이 거래소마다 달라 신뢰하고 투자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오는 겁니다."
가상자산 시장이 규제 사각지대라 불리는 이유는 이 뿐만이 아닙니다.
국내에선 관련 법이 미비해 아무나 가상자산을 찍어내 유통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시세 조종 같은 불법 행위가 이뤄져도 제대로 처벌할 근거가 없는 겁니다.
해외 사례는 어떨까.
유럽연합은 지난 달 세계 최초로 가상자산을 규제하는 '미카법'을 만들었습니다.
발행과 유통, 소비자 보호 등 단계마다 규제를 두고 필요 시에 금융당국의 개입이 가능하도록 하는 게 골자입니다.
최근엔 국내 기관들도 규제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가상자산 시장이 전통 금융시장의 속성과 유사하다며 잠재적 위험에 대비해 규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감독 당국도 가상자산·토큰증권을 담당하는 신종 디지털 조사 대응반을 신설해 불공정 거래를 선제적으로 감시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이복현 / 금융감독원장(지난 23일)> "적극적으로 가상 자산과 관련된 피해자들에 대해서 금융당국이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자본시장 못지 않게 지금 내부 검토 중이고…"
전문가들은 이제는 가상화폐도 하나의 자산으로 받아들여지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이를 담아낼 새 틀이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구태언 / 변호사·법무법인 린> "새로운 현상인 가상자산 블록체인의 성질은 완전히 다른데, 이것을 오래된 법을 적용하는 건 맞지 않고 새 법을 만들어 해결해야 한다…"
무엇보다 튼튼한 진입 장벽을 세우는 것만으로도 불법 시세 조종 세력으로 인해 투기판이 되는 일은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구태언 / 변호사·법무법인 린> "가상자산 거래소가 여러개 설립돼있고 자체적으로 검토하지만, 적어도 발행은 아무나 할 수 있어요. 발행을 규제하지 않고서는 가상자산 시장을 정상화하기 어렵습니다."
이제는 몸집이 커져버린 가상자산 시장,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서둘러 제도권 내로 들여와 관리·감독하는 게 시급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연합뉴스TV 이은정입니다.
[코너 : 이광빈 기자]
한 때 자고나면 새로운 코인이 생겨났습니다. 일획천금을 노리는 욕망은 부실 코인을 마구 만들어냈습니다.
지난 5년 간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상장폐지된 코인은 300여개에 달합니다. 사라진 코인은 애초 '사기 코인'이 많다는 분석입니다. 사업을 계속해 나갈 의사가 없으면서 코인만 팔고 사업을 그만두는 경우 등입니다. 마음만 먹으면 코인 발행부터 상장, 거래량과 가격 끌어올리기가 가능한 게 코인 시장입니다. 거짓 내용으로 투자자들을 유인해 돈을 끌어모으는 수법이 횡행합니다.
가상화폐와 관련된 불법행위로 발생한 피해액이 최근 5년간 5조2천900억원에 달합니다. 적발 건수는 최근 5년간 841건입니다. 사업성과 기술력 부족으로 상장폐지된 코인들도 많습니다. 시세조작을 일으켰거나 거래량이 너무 적은 점도 상장 폐지의 이유가 됩니다. 아예 상장 조건에 해당되지 않는 코인이 뒷돈을 주고 상장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거래소 코인원의 한 임원은 특정 코인을 상장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수십억원의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습니다. 이처럼 가상자산 거래소 자체의 공신력은 깨진 채 무법천지의 시장이 펼쳐져 있는 실정입니다.
지난해 11월에는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제스트'의 대표가 법원에서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고객 예치금을 경영 비용으로 사용한 혐의입니다. 코인제스트는 한 때 우리나라 최상위 거래소였습니다. 코인제스트의 부정으로 고객들만 피해를 입었습니다.
아예 가상자산 거래소가 장부를 조작하고, 이 장부로 거래에 참여한 경우도 적발됐습니다.
가상자산 거래소 뉴비트의 대표 박모 씨는 지난 `2021년 4월 법원 항소심에서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차명계좌에 거래소가 발행한 코인이 상당수 있는 것처럼 전산을 조작해 시세 조작을 유도했습니다.
가상자산 거래소의 탈선이 계속되는 이유는 거래소가 이해상충 업무를 독점하고 있는 탓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코인 상장과 코인 예치·예탁, 매매중개, 청산·결제, 전산시스템, 분석·평가 등의 기능을 가상자산 거래소가 모두 수행하고 있습니다. 기존 자본시장에선 각 단계마다 업무 주체가 다릅니다.
김남국 의원의 코인 다량 보유 의혹은 국회 차원에서의 가산자상 시장 규제에 불을 당겼습니다. 가상자산 이용자들을 보호하는 법안이 속속 발의되고 있는데, 세부 대책이 시장에 적용되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신현정 기자입니다.
['코인 이용자 보호법' 처리임박…"아직 갈길 멀어" / 신현정 기자]
[기자] 가상자산을 매개로 한 사기 범죄는 매년 늘고 있습니다.
피해 금액도 매년 불어 최근 5년간 피해 금액은 5조 원을 훌쩍 넘겼습니다.
지난해 루나 폭락 사태로 가상자산 시장이 침체했음에도 피해액은 1조 원이 넘었습니다.
가상자산 이용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어 온 이유입니다.
국회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관련법을 단계적으로 입법하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발의됐던 19개 관련 법안을 통합한 법안으로,
1단계 법안은 가상자산 사업자에게 고객 예치금 보호와 손해배상 책임 등 이용자 보호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최근 소관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 상정을 앞두고 있습니다.
2단계 법안은 가상자산 유통과 공시 등 시장질서 규제에 초점을 맞춰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습니다.
법안이 마련됐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시행령 마련 등 실제 법시행까지는 상당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1단계 법안의 경우 상정된 건 2021년 7월, 통과는 약 2년 뒤인 2023년 5월에야 이뤄졌습니다.
2단계 법안까지 통과돼 완전한 법이 적용되기까지 여러 해를 더 기다려야 하는 셈입니다.
<윤창현 / 국민의힘 디지털자산특별위원장(지난 25일)> "더 다듬고 더 보완해서 2단계로 가서 기본법의 개념으로, 지금은 거래법이지만 정확하게 만들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해야 될 상황인 것 같습니다."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이용자 보호 방안에 대한 논의가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특히 거래 이상 징후 감시를 가상자산 사업자인 코인거래소에 맡긴 것에 물음표가 붙습니다.
<박선영 /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불공정 거래를 어떻게 모니터링하고 스크린 할 것인지에 대한 실질적인 방안 자체는 또 세부적으로 논의를 해야 되는 부분이 있잖아요. 전통 자본시장에서는 사실상 걸러내지 못했던 새로운 거래 패턴이기 때문에…"
<신현정 기자>
"국회의원의 가상자산 다량 보유 의혹이 불거지면서 국회에선 이용자 보호와 시장 규제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습니다. 가상자산 시장의 건전성 확보를 위한 법적 토대 마련에 이번 만큼은 때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연합뉴스TV 신현정입니다."
[클로징: 이광빈 기자]
가상화폐의 역사는 짧지만, 빠른 속도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최초의 코인은 2008년 10월 31일 공개된 비트코인인데요. 비트코인을 시작으로 가상화폐의 세계가 탄생한 겁니다. 가상화폐는 집단지성, 탈중앙화된 자율 조직, 암호화 등 혁신적인 IT기술을 통해 주목받았습니다. 그래서 전 세계에서 가상화폐의 돌풍이 불어왔는데요.
시간이 지날수록 가상화폐와 관련된 수많은 범죄행위도 발생했습니다. 기존 금융 규제를 피해 가기 유리한 조건 때문에 더욱 범죄가 기승을 부려왔는데요. 블록체인 기술과 시장은 탐욕 앞에 혼탁해졌고, 투자자들은 안전장치 없이 불법 피해의 위험에 노출돼 왔습니다. 세계 각국에서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규제에 앞다퉈 나선 이유입니다.
규제가 생기면 변화도 생기기 마련일 텐데요. 다시 창의성과 기술에 기반한 코인 생태계가 건전하게 구축될지 주목됩니다. 이번주 뉴스프리즘은 여기까지입니다. 시청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가상화폐 #가상화폐범죄 #가상화폐규제
PD 김선호
AD 허지수
송고 이광빈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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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 연합뉴스T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프닝: 이광빈 기자]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을 진단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모색하는 뉴스프리즘 시작합니다. 이번주 뉴스프리즘이 풀어갈 이슈, 함께 보시겠습니다.
[영상구성]
[이광빈 기자]
가상자산 시장이 첫 활황을 맞았던 때는 2017년, 무려 약 6년 전이었죠. 당시 정부는 규제 마련에 손놓고 있다가 최근에야 대책 마련 움직임을 조금씩 보이고 있는데요.
그 사이 가상화폐를 둘러싼 사기 행각이 기승을 부리면서 피해자들이 속출했습니다. 가상자산 시장은 불법과 탈법의 욕망이 이글거리는 무법지대가 됐는데요.
김남국 의원의 코인 투자 논란을 계기로, 혼탁해진 가상자산 시장의 생태계를 재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먼저 김유아 기자가 피해 실태를 살펴봤습니다.
['코인열풍' 5년 지나도 사각지대 여전…곳곳서 갈등 폭발 / 김유아 기자]
[기자] 지난 2월 문자로 가상화폐에 투자하라고 권유받은 박 모 씨.
본인을 실장이라 소개하며 접근해온 사람은 특정 코인에 투자해 큰 수익을 벌 수 있다며 거래소 한 곳을 소개했습니다.
<박 씨/가상화폐 투자 사기 피해자> "제가 집 담보 대출이 있어서…(수익이) 원금에서 한 4~5배 정도 났다는 것 같습니다."
박 씨가 넣은 1억원이 3억원까지 올랐다고 들었지만, 돈을 빼려하자 실장이라던 사람은 거래소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다며 차일피일 미루다 잠적했습니다.
살펴보면 금융당국에 신고되지도 않은 가짜 거래소인데, 갓 투자를 시작한 경우 진위를 단번에 확인하기 쉽지 않습니다.
국내 투자자들이 우리 당국에 신고되지 않은 해외 거래소에 접근할 수 없도록 막을 법적 규정도 없는 데다 정상적으로 영업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이들 거래소와 구분하기 어려운 겁니다.
이번 피해로 박 씨는 잠도 못 자고 가족에게 말 못한 채 속만 앓고 있습니다.
<박 씨> "계속 (출금이) 지연되니까 '아차' 싶더라고요. 더 이상 이런 걸로 다른 추가 피해자들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정부 감독이 없는 탈중앙화 거래소 등에 가상화폐를 상장해 투자금을 모으고, 가격이 오르자마자 현금으로 바꿔 잠적하는 사기 행위, 소위 '러그 풀'(rug pull)도 기승을 부립니다.
문자나 메신저 오픈채팅방에 이어 최근에는 유튜브까지 이용해 영상을 올리면서 믿을 만한 곳이라고 속이는 등 사기 수법은 대담해지고 있습니다.
2018년부터 작년까지 가상화폐 관련 불법 행위로 발생한 피해 금액은 5조 3,000억원에 달한다는 통계가 최근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가상화폐를 둘러싸고 우후죽순 잡음이 생겨나면서 사회 곳곳에선 갈등이 생기고 있습니다.
가상화폐 시세조종에 휘말려 거액을 잃었다며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여성을 납치하고 살해하는 사건까지 최근 벌어졌습니다.
<이경우 / 강남 납치·살인 사건 공범> "(투자 피해봐서 앙심 품은 겁니까?)…"
<황은희 / 강남 납치·살인 사건 공범> "(피해자 유가족에게 할 말 없나요?)…"
김남국 국회의원은 공직자 재산 목록에서 제외된 가상화폐 지갑에 거액을 보관했고, 공개 안 된 정보를 얻어 수십억원을 거래했다는 의혹까지 받으며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이런 가운데 규제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적 처분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
<변창호 / 코인사관학교 운영자(김남국 의원 지갑 최초 발견자)> "자본시장법을 적용 못할 수 있다고 얘기를 하는데…뭔가 좀 잘못된 부분이 있다는 건 누구나 인지하는 부분이에요."
"투자자들이 법 사각지대에 방치되는 동안 누적돼 온 피해가 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어, 신속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연합뉴스TV 김유아입니다."
[이광빈 기자]
자본시장법을 통해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한 관리·감독할 수 있는 증권과 달리
가상자산 시장은 통제할 법적 근거가 없는 실정입니다. 유럽연합 등 해외에서도 새로운 금융 자산이라 할 수 있는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데요. 우리는 어떤 점들을 참고해야 할 지, 이은정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이젠 가상화폐도 자산"…해외선 이미 제도권으로 / 이은정 기자]
[기자] 국내 게임회사 위메이드가 발행한 가상화폐인 위믹스.
지난해 말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가 참여한 공동협의체 닥사는 공시 계획보다 더 많이 유통됐다는 이유로 위믹스를 상장 폐지했습니다.
한때 2만8,000원대까지 올랐던 위믹스는 거래소에서 퇴출되면서 200원대까지 폭락해 막대한 손해를 본 투자자들이 속출했습니다.
<이은정 기자> "하지만 이로부터 두 달 뒤 상장폐지에 동참했던 한 거래소는 홀로 위믹스 거래를 재개했습니다.
이렇게 상장과 폐지 기준이 거래소마다 달라 신뢰하고 투자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오는 겁니다."
가상자산 시장이 규제 사각지대라 불리는 이유는 이 뿐만이 아닙니다.
국내에선 관련 법이 미비해 아무나 가상자산을 찍어내 유통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시세 조종 같은 불법 행위가 이뤄져도 제대로 처벌할 근거가 없는 겁니다.
해외 사례는 어떨까.
유럽연합은 지난 달 세계 최초로 가상자산을 규제하는 '미카법'을 만들었습니다.
발행과 유통, 소비자 보호 등 단계마다 규제를 두고 필요 시에 금융당국의 개입이 가능하도록 하는 게 골자입니다.
최근엔 국내 기관들도 규제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가상자산 시장이 전통 금융시장의 속성과 유사하다며 잠재적 위험에 대비해 규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감독 당국도 가상자산·토큰증권을 담당하는 신종 디지털 조사 대응반을 신설해 불공정 거래를 선제적으로 감시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이복현 / 금융감독원장(지난 23일)> "적극적으로 가상 자산과 관련된 피해자들에 대해서 금융당국이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자본시장 못지 않게 지금 내부 검토 중이고…"
전문가들은 이제는 가상화폐도 하나의 자산으로 받아들여지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이를 담아낼 새 틀이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구태언 / 변호사·법무법인 린> "새로운 현상인 가상자산 블록체인의 성질은 완전히 다른데, 이것을 오래된 법을 적용하는 건 맞지 않고 새 법을 만들어 해결해야 한다…"
무엇보다 튼튼한 진입 장벽을 세우는 것만으로도 불법 시세 조종 세력으로 인해 투기판이 되는 일은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구태언 / 변호사·법무법인 린> "가상자산 거래소가 여러개 설립돼있고 자체적으로 검토하지만, 적어도 발행은 아무나 할 수 있어요. 발행을 규제하지 않고서는 가상자산 시장을 정상화하기 어렵습니다."
이제는 몸집이 커져버린 가상자산 시장,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서둘러 제도권 내로 들여와 관리·감독하는 게 시급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연합뉴스TV 이은정입니다.
[코너 : 이광빈 기자]
한 때 자고나면 새로운 코인이 생겨났습니다. 일획천금을 노리는 욕망은 부실 코인을 마구 만들어냈습니다.
지난 5년 간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상장폐지된 코인은 300여개에 달합니다. 사라진 코인은 애초 '사기 코인'이 많다는 분석입니다. 사업을 계속해 나갈 의사가 없으면서 코인만 팔고 사업을 그만두는 경우 등입니다. 마음만 먹으면 코인 발행부터 상장, 거래량과 가격 끌어올리기가 가능한 게 코인 시장입니다. 거짓 내용으로 투자자들을 유인해 돈을 끌어모으는 수법이 횡행합니다.
가상화폐와 관련된 불법행위로 발생한 피해액이 최근 5년간 5조2천900억원에 달합니다. 적발 건수는 최근 5년간 841건입니다. 사업성과 기술력 부족으로 상장폐지된 코인들도 많습니다. 시세조작을 일으켰거나 거래량이 너무 적은 점도 상장 폐지의 이유가 됩니다. 아예 상장 조건에 해당되지 않는 코인이 뒷돈을 주고 상장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거래소 코인원의 한 임원은 특정 코인을 상장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수십억원의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습니다. 이처럼 가상자산 거래소 자체의 공신력은 깨진 채 무법천지의 시장이 펼쳐져 있는 실정입니다.
지난해 11월에는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제스트'의 대표가 법원에서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고객 예치금을 경영 비용으로 사용한 혐의입니다. 코인제스트는 한 때 우리나라 최상위 거래소였습니다. 코인제스트의 부정으로 고객들만 피해를 입었습니다.
아예 가상자산 거래소가 장부를 조작하고, 이 장부로 거래에 참여한 경우도 적발됐습니다.
가상자산 거래소 뉴비트의 대표 박모 씨는 지난 `2021년 4월 법원 항소심에서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차명계좌에 거래소가 발행한 코인이 상당수 있는 것처럼 전산을 조작해 시세 조작을 유도했습니다.
가상자산 거래소의 탈선이 계속되는 이유는 거래소가 이해상충 업무를 독점하고 있는 탓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코인 상장과 코인 예치·예탁, 매매중개, 청산·결제, 전산시스템, 분석·평가 등의 기능을 가상자산 거래소가 모두 수행하고 있습니다. 기존 자본시장에선 각 단계마다 업무 주체가 다릅니다.
김남국 의원의 코인 다량 보유 의혹은 국회 차원에서의 가산자상 시장 규제에 불을 당겼습니다. 가상자산 이용자들을 보호하는 법안이 속속 발의되고 있는데, 세부 대책이 시장에 적용되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신현정 기자입니다.
['코인 이용자 보호법' 처리임박…"아직 갈길 멀어" / 신현정 기자]
[기자] 가상자산을 매개로 한 사기 범죄는 매년 늘고 있습니다.
피해 금액도 매년 불어 최근 5년간 피해 금액은 5조 원을 훌쩍 넘겼습니다.
지난해 루나 폭락 사태로 가상자산 시장이 침체했음에도 피해액은 1조 원이 넘었습니다.
가상자산 이용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어 온 이유입니다.
국회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관련법을 단계적으로 입법하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발의됐던 19개 관련 법안을 통합한 법안으로,
1단계 법안은 가상자산 사업자에게 고객 예치금 보호와 손해배상 책임 등 이용자 보호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최근 소관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 상정을 앞두고 있습니다.
2단계 법안은 가상자산 유통과 공시 등 시장질서 규제에 초점을 맞춰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습니다.
법안이 마련됐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시행령 마련 등 실제 법시행까지는 상당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1단계 법안의 경우 상정된 건 2021년 7월, 통과는 약 2년 뒤인 2023년 5월에야 이뤄졌습니다.
2단계 법안까지 통과돼 완전한 법이 적용되기까지 여러 해를 더 기다려야 하는 셈입니다.
<윤창현 / 국민의힘 디지털자산특별위원장(지난 25일)> "더 다듬고 더 보완해서 2단계로 가서 기본법의 개념으로, 지금은 거래법이지만 정확하게 만들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해야 될 상황인 것 같습니다."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이용자 보호 방안에 대한 논의가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특히 거래 이상 징후 감시를 가상자산 사업자인 코인거래소에 맡긴 것에 물음표가 붙습니다.
<박선영 /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불공정 거래를 어떻게 모니터링하고 스크린 할 것인지에 대한 실질적인 방안 자체는 또 세부적으로 논의를 해야 되는 부분이 있잖아요. 전통 자본시장에서는 사실상 걸러내지 못했던 새로운 거래 패턴이기 때문에…"
<신현정 기자>
"국회의원의 가상자산 다량 보유 의혹이 불거지면서 국회에선 이용자 보호와 시장 규제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습니다. 가상자산 시장의 건전성 확보를 위한 법적 토대 마련에 이번 만큼은 때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연합뉴스TV 신현정입니다."
[클로징: 이광빈 기자]
가상화폐의 역사는 짧지만, 빠른 속도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최초의 코인은 2008년 10월 31일 공개된 비트코인인데요. 비트코인을 시작으로 가상화폐의 세계가 탄생한 겁니다. 가상화폐는 집단지성, 탈중앙화된 자율 조직, 암호화 등 혁신적인 IT기술을 통해 주목받았습니다. 그래서 전 세계에서 가상화폐의 돌풍이 불어왔는데요.
시간이 지날수록 가상화폐와 관련된 수많은 범죄행위도 발생했습니다. 기존 금융 규제를 피해 가기 유리한 조건 때문에 더욱 범죄가 기승을 부려왔는데요. 블록체인 기술과 시장은 탐욕 앞에 혼탁해졌고, 투자자들은 안전장치 없이 불법 피해의 위험에 노출돼 왔습니다. 세계 각국에서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규제에 앞다퉈 나선 이유입니다.
규제가 생기면 변화도 생기기 마련일 텐데요. 다시 창의성과 기술에 기반한 코인 생태계가 건전하게 구축될지 주목됩니다. 이번주 뉴스프리즘은 여기까지입니다. 시청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가상화폐 #가상화폐범죄 #가상화폐규제
PD 김선호
AD 허지수
송고 이광빈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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