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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특전사 품은 5·18 희생자 어머니 "내 아들 역 해다오, 사죄 받아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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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근단 여사 만난 임성록 특전사회 광주지부 고문 "처절하게 사죄"

행사 종료 후 특전사회 5·18묘역으로…"참배 방해 말아달라"

뉴스1

3일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 2층 대동홀에서 열린 '5·18 유족 어머니와 대한민국 특전사동지회의 만남과 당부' 행사에서 임근단 여사와 특전사 소속 임성록씨가 이야기 나누고 있다. 임근단 여사는 80년 5월 처음으로 목숨을 잃은 고(故) 김경철씨의 어머니다. 2023.6.3/뉴스1 ⓒ News1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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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1980년 5월 광주를 총칼로 제압했던 특전사와 희생자의 어머니가 함께 이야기 나누며 사죄하고 용서했다.

3일 오전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 2층 대동홀에서는 '5·18 유족 어머니와 대한민국 특전사동지회의 만남과 당부' 행사가 개최됐다.

공법단체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와 공로자회, 사단법인 특전사동지회가 주최한 이날 행사에는 특전사회 광주지부 고문 임성록씨와 5·18 희생자의 어머니 임근단 여사가 대표로 발언했다.

임근단 여사는 80년 5·18 최초 사망자인 김경철씨의 어머니다. 김씨는 사망 당시 28세로, 청각장애인 제화공이었다. 5월18일 오후 4시쯤 제7공수여단에게 붙잡혀 무차별 폭행 당한 뒤 '살려 달라'는 말조차 해보지 못한 채 사망했다.

임성록 고문은 지난해 5·18부상자회 첫 접촉 후, 임근단 어머니를 소개 받은 뒤 '아들 노릇'을 해오고 있다. 어머니가 계시지 않은 군인 임성록 고문과 군인으로부터 아들을 잃은 임근단 어머니는 이 공통점으로 일주일에 한번씩 만남을 가졌다.

앞서 지난 2월19일 같은 장소에서 열렸던 '포용과 화해와 감사' 대국민 선언식에서 두 사람이 '모자 결연'을 예고했으나 반발이 많았던 행사에 임근단 어머니가 갑작스레 불참하게 되면서 결연이 취소됐다.

임근단 어머니와 임성록씨는 이날 약 4개월 만에 다시 무대에 올라 서로의 손을 맞잡고 지난 세월을 이야기했다.

임근단 여사는 아들 김경철씨를 잃은 뒤, 오랜 시간 재판에 다니며 군과 경찰로부터 압박 받았던 한 맺힌 세월을 '피와 눈물의 삶'이라고 비유하며 털어놨다.

임 여사는 "기 막힌 삶이다. 눈물을 참고 고통을 내리면서 우리는(오월 어머니들은) 남편의 이름, 애들의 이름으로 살기 위해 힘내곤 했다. 정말 그때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져도 내 자식이 돌아올 수 없기 때문에 힘들었다"며 "(하지만)우리 특전사도 이걸 하고 싶어서 했겠냐. 그러니까 그때 당시에 군인들은 나라를 지키고, 국민을 구하자고만 생각했는데 (어쩌다 보니)우리 자녀들한테(제압하고)간 거지 정말 힘들고 그랬을 거다. 이 말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성록이가 1월1일에 집을 찾아와서는 '아들 역을 하겠다'고 하길래 처음에는 '정말인가' 싶었다. 네가 정말 모든 것을 용서하고 내 아들이 되어준다면 '아들 역을 해다오. 용서하고 받아주겠다'고 했다"며 "보니까 너무 참 바르고 똑똑하다"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우리 광주시민들 앞에 (특전사들이)몇번 용서를 했는데, 이렇게 한마디 계속하고 '잘못했다'는 말 계속한다면 우리는 용서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뉴스1

3일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 2층 대동홀에서 열린 '5·18 유족 어머니와 대한민국 특전사동지회의 만남과 당부' 행사에서 임근단 여사와 특전사 소속 임성록씨가 이야기 나누고 있다. 임근단 여사는 80년 5월 처음으로 목숨을 잃은 고(故) 김경철씨의 어머니다. 2023.6.3/뉴스1 ⓒ News1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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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록 고문은 "80년 5월 광주에서 저질러졌던 저희 선배 전우의 잘못에 대해서 후배들은 처절하게 사죄드리고 있다"며 "당시 부상 당했던 분들과 마음의 상처를 입은 유족, 민주화 열망했던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용서를 빌었다.

이어 "매년 광주와 전남에서도 특전사에 지원하는 인원이 약 3000명 이상이다. 광주의 아들딸들이 특전사 출신이라고 해서 혐오와 증오가 아닌 대상으로 삼아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저희들이 진정성을 갖고 5·18피해자들의 국가유공자 승격을 돕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지속적인 화해와 용서 프로그램 실천 △공법단체와 긴밀한 협력 △국립묘지 정기 참배 △역사왜곡 바로잡기 교육 △오월영령 추모 와 희생자 위로 공연 등을 함께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특전사회는 행사 종료 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에 반발하는 시민단체가 오전 11시부터 기자회견을 열고 "기만적인 대국민 공동선언 폐기와 광주·전남 시도민에게 진실한 사죄 없는 특전사동지회의 5·18민주묘지 참배는 결단코 허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임성록 고문은 행사 말미 참배 계획을 다시 한번 되새기면서 "참배를 방해하는 사람들의 실체는 무엇이냐. 대한민국 사람이냐 광주시민이냐"고 비난했다.

또 "저희들은 어떠한 정치적인 의도도 없고, 누구의 사주를 받은 적도 없다. 누구의 이익을 위해서도 출발한 것이 아니다"며 "제발 저희들의 참배를 방해하지 말아달라. (참배를 막는 것은)바로 5·18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왜곡하는 아주 파렴치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breat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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