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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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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글돈글]카드론 금리만 200%…브라질은 왜 이렇게 금리가 높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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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초인플레이션위기

물가안정목표제로 인플레 억제

2014년 경제 위기로 기초체력 상실

높은 금리에 개인 대출 연체율 6.2%

지난해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시중에 풀렸던 유동성을 거둬들이고자 긴축 기조로 전환한 가운데, 유독 높은 금리로 주목을 받은 국가가 있습니다. 바로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입니다. 현재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의 기준금리는 각각 91%와 13.75%로, 믿기 힘든 수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기준금리가 각각 3.5%, 5.00~5.25%이라는 점에서 정말 높은 수치입니다.

그런데 명확히 물가 상승에 따른 영향을 제외하고 실질금리 차원에서 따져보면 아르헨티나의 기준금리는 사실 브라질보다 낮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질금리는 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실제 이자율을 의미하는데요. 정기 예금을 부었을 때 실제 우리 주머니에 떨어지는 이자율을 실질금리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아르헨티나의 지난 4월 물가상승률은 108.8%로, 명목금리에서 이 수치를 빼면 실질금리는 -17.8%에 해당합니다. 반면 브라질의 실질금리는 9.57%에 달하죠.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브라질은 대체 어떤 이유로 기준금리를 높이 올렸을까요? 오늘은 브라질의 기준금리가 왜 이토록 높아졌는지, 그리고 국민들은 이로 인해 어떤 타격을 입고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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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의 악몽…브라질, 물가 잡기에 사활
일반적으로 금리는 두 가지 상황에 의해 상향 조정이 됩니다. 첫 번째 경기가 호황일 경우 올라갈 수 있습니다. 기업들이 더 많이 투자하려 들고 가계들은 씀씀이를 늘리면서 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게 되죠. 경제 성장률이 높은 국가일수록 높은 투자수요가 반영돼 금리도 높게 책정됩니다. 물가가 치솟을 때도 금리는 높아집니다. 시중에 돈이 풀려 물가가 오르면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올려 이러한 상황을 통제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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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의 통화 헤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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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브라질은 경제 성장률이 높아 금리도 높은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지난 10년간 브라질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0.65%에 불과합니다.

브라질의 금리가 치솟은 것은 물가 변동성이 심한 경제 구조와 낮은 국가 신용등급이 원인으로 꼽힙니다. 브라질은 1980년대부터 1990년 사이 초인플레이션 위기를 경험한 바 있습니다. 당시 브라질을 비롯한 중남미 국가들은 오일 파동으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던 1970년대 무분별하게 외채를 끌어들였다가 80년대 원자재 가격 폭락과 채무 위기로 물가가 폭등하며 극심한 경제위기를 겪습니다.

당시 겪은 경제난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던 것인지 브라질 정부는 1999년 물가 안정 목표제를 도입합니다. 물가안정목표제란 일정 기간 달성해야 할 목표 물가를 미리 제시하고 이에 맞춰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뜻합니다. 이후 브라질은 정책금리를 다른 신흥국보다 높게 유지하면서 물가 상승을 억제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왔습니다. 브라질의 기준금리는 2000년대 초반에는 20%대에 육박하다가 브라질의 경제가 회복되고 정부의 물가 억제 노력이 빛을 발하면서 차차 10% 안팎으로 낮아집니다.

◆10% 안팎 머물던 금리, 경제위기에 14%까지 치솟아
이후 2010년대 들어 10%대 아래를 맴돌던 금리가 다시 한번 10% 중반대까지 뛰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룰라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 여파에 물가가 급격히 상승한 데 이어 국제 원자재 가격까지 하락하면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브라질에 극심한 경제 위기가 도래한 것입니다. 2013년까지 9%대를 기록하던 브라질의 기준금리는 2015년 7월 14.25%까지 뛰게 됩니다.

브라질이 1990년대 이후 다시 한번 심각한 경제 침체를 겪게 된 것은 원자재 수출에 집중하는 경제 구조에 원인이 있습니다. 2014년 이후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면서 농축산물과 석유, 광물을 주축으로 움직이던 무역 경기가 큰 타격을 입게 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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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5월 탄핵으로 물러나는 호세프 전 대통령(오른쪽). 왼쪽은 전임자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


이런 상황에서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은 룰라 대통령의 바통을 이어받아 포퓰리즘성 복지 정책을 남발하기 시작했습니다. 호세프 정부는 최저생계비를 보장하기 위해 국가 재정에서 보조금을 지급하고 2002년 월 80달러 수준의 최저임금을 2010년 320달러로 끌어올렸습니다. 정부가 포퓰리즘 정책을 무분별하게 펼친 여파로 2016년 8월 브라질의 물가상승률은 10.71%까지 뛰었습니다.

이에 더해 상황에서 국영 에너지기업인 페트로브라스를 둘러싼 정치인들의 부패 스캔들이 터지면서 정치적 혼란까지 더해졌습니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이어진 경제 위기로 브라질의 국가 신용등급은 투기부적격 수준인 'Ba2'로 하향 조정됐고 바닥난 경제 기초체력은 아직 회복되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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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중앙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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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지속될 것 같은 브라질의 고금리는 2020년 코로나19로 사상 최저치인 2%대까지 하락합니다. 브라질 정부는 코로나19로 물가가 하락하고 경기 침체가 지속되자 2020년 6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2%로 기준금리를 유지했습니다.

그러나 물가가 다시 오르고 시장에 풀린 유동성을 거둬들여야 할 필요성이 생기면서 2021년 3월부터 12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11.75%포인트나 끌어올렸습니다. 현재 브라질의 기준금리는 지난해 8월부터 13.75%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리볼빙 금리만 447%…빚 갚느라 휘청이는 가계
지나치게 높은 기준금리는 국민들의 가계경제를 휘청이게 했습니다. 지난 4월 기준 브라질의 신용카드 리볼빙 대출 평균 이자율은 전년 대비 84%포인트가 늘어 447%에 육박했습니다. 같은 달 한국의 전업 카드사 7곳의 리볼빙 평균 금리가 17.11%에 달하는 것을 고려하면 엄청난 수치입니다. 할부 이자율은 평균 200%로 중앙은행이 통계를 집계한 201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브라질 국민들은 저축을 잘 하지 않고 신용카드 사용률이 높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브라질 국민들이 소지한 신용카드 수는 1억1100만개로 경제활동 인구수의 두배에 달한다고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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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충격으로 문을 닫은 브라질의 상가들.


이러한 경제 구조인데 대출 금리가 급격히 뛰니 각각의 가정들은 빚을 갚는데 허덕이게 됐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브라질 국민들의 월급에서 빚이 차지하는 비중이 49%에 달한다고 합니다. 개인 대출 연체율은 6.2%에 달합니다. 지난 2월 기준 한국의 개인 대출 연체율은 0.32%에 불과합니다.

그간 한국 기준에서 지나치게 높아 보이는 브라질 금리에 의문을 가지셨을 법도 한데요. 인플레이션의 충격에 오랜 기간 앓아왔던 브라질의 경제 사정을 알게 되니 금리를 높게 책정하는 이유를 알 듯합니다. 브라질 경제가 오랜 침체기를 벗어나 다시 활력을 찾길 바라며 기사를 마칩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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