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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절도는 나쁘지만"…분유·기저귀 훔친 미혼모에 "돕고 싶다" 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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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단체 후원 문의 100통 넘게 쏟아져

미혼모, 도움받기 꺼려해…지원 방안 모색 중

넉넉지 못한 가정형편 때문에 대형마트에서 갓난아기에게 줄 분유와 기저귀 등을 훔친 40대 미혼모의 사연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이 여성을 돕고 싶다는 이들의 연락이 쇄도하고 있다.

2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원주시 반곡관설 행정복지센터, 원주경찰서 등에는 40대 미혼모 A씨를 돕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개인 및 단체의 문의가 이어졌다. 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온종일 후원 문의 전화가 쏟아지고 있다"며 "지금까지 100통이 넘는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A씨의 사연은 같은 날 오전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그는 지난 3월 23일 강원 원주시 관설동의 한 대형마트에서 물건을 훔치다가 적발됐다. 당시 A씨는 식료품과 분유, 기저귀 등 약 17만원어치의 물품을 계산하지 않은 채 마트를 빠져나가려다가 이를 수상히 여긴 보안요원에게 발각됐다.
아시아경제

지난 3월23일 강원 원주시의 한 마트에서 분유를 훔치고 있는 40대 미혼모의 모습[이미지출처=연합뉴스]


그는 출동한 경찰에 "조리원에서 막 나온 아기가 10시간 동안 밥을 못 먹었다"며 "수중에 돈이 하나도 없어서 잘못된 줄 알면서도 분유 등을 훔치게 됐다"고 말했다. 처음엔 A씨의 말을 믿지 않았던 경찰은 A씨와 동행해 그가 사는 원룸을 찾았다. 그곳에는 생후 2개월 된 갓난아이가 울고 있었다. A씨는 이 아기를 홀로 키우며 등록된 주소지 지자체로부터 받는 육아수당 등으로만 생활 중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 그는 이전에도 절도 범죄를 두 차례 저질러 각각 벌금형을 선고받은 데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벌금까지 미납해 수배된 상태였다.

현장에 출동했던 치악지구대 소속 고탁민(34) 경사는 사비를 들여 A씨 아이에게 줄 분유를 구매한 뒤 A씨에게 건넸다. 고 경사 역시 지난해 12월 태어난 아이의 아빠라, 이 같은 상황이 무척이나 안타까웠기 때문이었다. 고 경사는 연합뉴스에 "잘못을 인정하고 '힘들어서 그랬다'고 하니 마음이 아팠다"며 "어려운 형편에도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그런 행동을 한 것 같아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경찰 조사를 받으러 가더라도 일단 아이의 끼니부터 해결해야겠다 싶어서 분유를 건넸다"고 했다.

원주경찰서는 지난 3월 말 A씨를 절도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조산아로 인큐베이터 생활을 한 아이가 혹시라도 잘못될까 두려웠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에도 경찰은 벌금을 분할 납부할 수 있는 지원 정책 등을 안내하는 등 A씨를 도왔다. 사건 일주일 뒤 A씨는 고 경사에게 "당시 경황이 없어서 감사 인사를 못 했다"며 "덕분에 여러 가지 도움을 받았다. 정말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넸다.

A씨의 사연과 경찰의 미담을 알게 된 시민들은 "같은 미혼모로서 너무 가슴 아파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필요 없는 육아용품을 드리고 싶다", "소액으로나마 돕고 싶다", "절도죄 자체는 나쁘지만, 사연이 안타까워 작게나마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하며 후원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A씨는 갑작스러운 관심에 당황스러워하며 도움받기를 꺼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다른 지역에 주소를 둔 탓에 원주시에서 직접적인 지원을 받기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원주시는 A씨와 아기가 지원받을 수 있는 다른 방안 등을 찾고 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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