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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WP “이란, 시리아 주둔 미군 공격 강화”…‘평화’ 외친 알아사드 믿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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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방부 유출 기밀문서 보도

이란, 시리아 손잡고 무장세력 훈련

‘조정 센터’ 만들어 반미 분위기 조성

경향신문

바샤르 알아사드(오른쪽) 시리아 대통령과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지난달 3일(현지시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정상회담 전 악수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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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시리아 정부와 손잡고 시리아에 주둔 중인 미군에 대한 공격 강도를 높이려 했다는 주장이 1일(현지시간) 제기됐다.

2011년 내전에서 수많은 반정부인사를 잔혹하게 탄압한 ‘시리아의 학살자’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은 지난달 평화를 강조하며 국제무대에 복귀했다. 하지만 만행에 대한 사과 없이 면죄부를 받은 데 이어 최근까지도 이란과 폭탄 테러 등을 모의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과연 그를 믿어도 되겠는가”라는 의문이 싹트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이란이 시리아에서 활동하는 미군을 겨냥해 도로매설폭탄(EFP)을 다룰 무장세력을 만들고 이들을 훈련하고 있다”며 지난달 온라인 게임 채팅 플랫폼 디스코드에 대거 유출된 미 국방부 기밀문서 일부 내용을 보도했다.

EFP는 미국이 2003년 이라크를 공격할 당시 이란 민병대가 미군에 타격을 가하기 위해 사용했던 무기로, 장갑차를 관통해 탑승자 전원을 사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WP는 이란 당국이 이를 꾸준히 개조해왔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기밀문서엔 이란 정예군이 지난 1월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동쪽 소도시 두마이르에서 EFP 성능 실험을 진행했고 곧바로 실전 배치하려 했지만, 2월 말 미국의 지원을 받는 쿠르드족에게 폭탄 3개를 빼앗기면서 계획이 무산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경향신문

시리아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북부 이들리브에서 지난 4월 23일(현지시간)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아랍연맹 복귀를 반대하는 시위가 펼쳐지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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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은 미군을 교란하기 위한 심리전도 준비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기밀문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이란 정부는 알아사드 대통령과 시리아 북동부 지역에 ‘조정 센터’를 세우기로 합의했다. 양측은 조정 센터를 시리아인들의 반미 정서를 부추기고, 더 나아가 공격에 가담하도록 하는 이른바 ‘풀뿌리 운동’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WP는 “알아사드 대통령은 미국과 쿠르드족이 통제하는 동부 지방을 되찾고 싶어 했다”며 이란이 짜놓은 계획에 알아사드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개입했다고 전했다. 특히 조정 센터 건립엔 러시아 정부도 힘을 보탠 것으로 알려졌다.

미 싱크탱크인 외교정책연구소는 WP에 “러시아는 오랫동안 미국을 시리아에서 몰아내기 위한 시도를 해왔다”면서 “하지만 조정 센터 창설은 완전히 새로운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은 기밀문서 진위를 확인해주지 않았다. 다만 전문가들은 현재 시리아에서 펼쳐지는 일련의 상황을 종합했을 때 기밀문서 내용이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미 싱크탱크 센츄리인터내셔널은 “새로운 저항 캠페인으로 시리아 정부는 동부 지역을 회복할 동력을 얻었다”고 지적했다.

핵심은 알아사드 대통령에게 찍혀있다. 알아사드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아랍연맹 정상회의 연설에서 “전쟁과 파괴가 아닌 지역의 평화와 발전, 번영을 위한 아랍권의 연대를 위한 새로운 행동이 시작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랍연맹도 시리아에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는 이유로 알아사드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지 않은 채 면죄부를 줬다.

하지만 기밀문서엔 알아사드 대통령 이란·러시아와 결탁해 최근까지 폭력적인 계획을 추진하고 있었다는 정황이 담겨있다. 실제로 지난해 3월 시리아에 주둔 중인 미군 부대가 이란제 자폭 드론 공격을 받아 부대 계약업자 1명이 숨지고 장병을 포함한 6명이 다친 바 있다.

중동 분쟁 전문가인 마이클 나이츠는 WP와의 인터뷰에서 “분명 사람들이 죽을 것이다. 이란과 시리아는 그 방법을 매우 열심히 연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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