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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정부가 2대 주주 된 넥슨… 여전히 경영권 위태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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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넥슨 사옥./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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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넥슨의 지주회사인 NXC의 2대 주주가 되면서, 넥슨의 지배구조 변화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NXC는 고(故) 김정주 창업자의 유가족들이 지분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어 경영권이 안정적이라고 했지만, 정부가 언젠가는 지분을 매각해야 하기에 변화가 불가피하다. 때문에 상속세를 물납하는 것이 아니라 믿을 만한 파트너를 물색, 지분을 매각하는 등의 방법으로 상속세 재원을 마련했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2일 NXC에 따르면 NXC는 기획재정부가 지난 2월 전체 지분율의 29.3%에 해당하는 85만2190주를 보유해 2대 주주가 됐다고 밝혔다. 김 창업자 유족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NXC 지분을 정부에 물납한 것이다. 국세청은 물납된 지분 가치를 4조7000억원으로 본 것으로 전해졌다.

NXC 지분은 김 창업자가 별세하기 전까지 창업자 일가가 100%를 소유하고 있었다. 김 창업자가 보유하고 있던 NXC 지분은 67.49%, 배우자인 유정현 이사는 29.43%, 두 자녀가 보유한 지분은 각각 0.68%였다. 그런데 유 이사가 4.57%, 두 자녀가 각각 30.78%씩 상속받게 되면서 NXC 지분은 유 이사가 34%, 두 자녀가 각각 31.46%, 두 자녀가 지분을 절반씩 보유한 유한회사 와이즈키즈가 1.72%를 갖게 됐다. 지분 1.36%는 상속 과정에서 행방이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에 상속세를 물납하면서 유 이사와 두 딸이 보유한 지분율은 총 98.64%에서 69.34%로 줄어들었다. 유 이사의 지분율은 34%로 기존과 동일하고, 두 자녀의 지분율만 각각 31.46%에서 16.81%로 감소했다.

상속세 규모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6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김 창업자가 남긴 자산은 NXC 지분과 계열사 지분을 포함해 약 10조원 규모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NXC 관계자는 “상속세로 물납한 지분을 금액으로 산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다만 물납을 통해 상속세 대부분을 해결했다. 물납 후에도 창업주 일가가 상당한 지분율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NXC의 최대주주로서 회사의 안정적 경영권은 유지될 전망이다”라고 했다.

하지만 정부가 30%에 달하는 지분을 갖고 있는 것은 비상식적인 상황이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그동안 정부가 물납을 통해 중소·중견 기업의 지분 5% 이상을 보유하고 대주주가 되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시가총액이 수십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기업 지주사의 2대 주주가 된 것은 사실상 처음 있는 일이다. 국세청이 주식 등을 물납받으면 기재부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위탁해 지분을 매각하는데, 언젠가는 반드시 매각을 하기에 지배구조에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는 비상장 주식을 매각하는데 늘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NXC 지분을 매각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지분을 매각할 때까지 넥슨 경영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재부가 적극적으로 NXC 경영에 참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배당금을 받거나 주주총회가 열릴 때 참석하는 것은 주주로써의 당연한 권리이기 때문에, 일정 부분 영향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예컨대 인력 채용시 면접에 들어간다든지 경영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상황”이라며 “확률형 아이템 문제 등 정부가 게임업계에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경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라고 말했다.

기재부가 NXC 지분을 매각할 때 적절한 매수자를 찾지 못할 경우 당초 평가한 가치보다 낮은 가격에 지분을 처분하게 될 수도 있다. 또한 게임업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회사가 지분을 사들이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같은 상황 때문에 넥슨이 애초에 믿을 만한 국내외 파트너사에 지분을 매각하고 재원을 마련하는 게 맞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중장기적인 미래를 생각하지 않은채 무책임한 결정을 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당초 유가족들이 상속세를 납부하는 시나리오로는 10년 연부연납을 하거나 회사를 통째로 매각하는 방안이 유력했다. 삼성가(家)도 5년 연부연납으로 매해 5000억원가량의 상속세를 납부하고 있으며 계열사 지분매각, 주식 담보대출, 신용대출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한국게임학회장)는 “당분간은 넥슨 매각설을 잠재울 수 있겠지만, 상속세 대부분을 물납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라며 “일부만 물납하고 나머지는 현금으로 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로썬 정부가 앞으로 주식을 매각했을 때 소액 투자자들이나 주식을 장기 보유하고 싶은 사람들이 사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지희 기자(zh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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