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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야당 공화당의 대표적인 중국 강경파인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미 행정부에) 로비를 벌여 1년간 중국 내 반도체 장비 반입 규제에 대한 특별 유예를 얻어냈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 내 반도체 공장을 운영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가리켜 “중국 내 공장을 감축하고 장비 반입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라고 했다.
이는 사실상 한국 기업에 대한 규제 유예 연장을 반대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미 메모리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에 대한 중국의 판매 제한 조치 이후 미 정계에서 한국에 대한 규제 유예 연장을 막으려는 압박이 커지고 있고, 중국 견제를 둘러싼 집권 민주당과의 선명성 경쟁 속에 한국 기업이 타깃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루비오 “한국 때문에 규제 결정 미루나”
루비오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공개한 서한을 통해 “기업들은 중국 내 반도체 장비 반입 규제를 약화시키고 회피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며 “상무부 산업안보국(BIS) 규칙(수출 규제)은 강화되고 강력하게 시행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상무부는 앞서 지난해 10월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제조장비의 중국 반입과 인공지능(AI) 개발에 사용되는 첨단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차단하는 수출 규제 잠정규칙을 발표했다. 루비오 의원은 이를 강화한 최종규칙을 내놓을 것을 미 정부에 촉구한 것이다.
그는 한국 기업은 물론 최근 세계 반도체 기업 최초로 장중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넘어선 미 대표 반도체기업 엔비디아에 대해서도 수출 규제에 적용되지 않는 저사양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중국에 판매하고 있음을 문제 삼았다.
루비오 의원은 러몬도 장관에게 5가지 질문을 던지며 답을 요청했다. 질문에는 ‘한국 반도체 기업을 위해 (장비 반입 규제) 최종규칙 결정을 미뤘나’, ‘한국 기업에 2차 규제 유예를 부여할 계획인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등이 포함됐다. 5개 질문 중 세 개가 한국 관련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국내 반도체 기업을 타깃으로 삼은 셈이다.
공화당은 중국의 마이크론 판매 제한 조치 이후 국내 반도체 기업에 대한 상무부의 장비 반입 규제 유예를 겨냥해 공세를 펴고 있다. 마이크 갤러거 미 하원 미중전략경쟁특위 위원장 또한 지난달 23일 “상무부는 중국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외국 메모리반도체 기업에 부여한 장비 반입 규제 유예가 마이크론의 공백을 메우는 데 쓰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과 SK하이닉스가 마이크론의 중국 내 빈자리를 채우면 두 기업에 대한 규제 유예를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 對中 선명성 경쟁에 美기업도 우려
공화당 강경파의 이런 행보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 대응이 예상만큼 강경하지 않다는 불만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화당은 최근 상·하원 청문회에서 “상무부가 미국 및 해외 기업이 중국에 규제 대상 품목에 대한 수출을 지속할 수 있도록 허가를 남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 의회에 압박이 높아지면서 10월 만료되는 국내 반도체 기업에 대한 규제 유예의 연장 여부를 두고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규제 유예를 장기간 연장해야 한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에 바이든 행정부도 공감대를 이룬 상황에서 의회 압박이 거세지면 연장 결정에 부담을 가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 반도체 업계는 규제 일변도의 정책이 능사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31일 “(우리는) 규제가 어떻든 준수하겠지만 중국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자국 기업을 육성할 것”이라며 “중국에 그렇게 많은 그래픽처리장치(GPU) 스타트업이 있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덱스터 로버츠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 또한 “미국반도체협회(SIA)는 수출 규제로 미국 및 동맹국 기업이 큰 피해를 입지 않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가세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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