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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상대방 ‘수도’ 때리기로 확대된 우크라전···‘드론 전쟁’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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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30일(현지시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의 한 아파트가 드론 공격을 받아 손상됐다. 창문이 파손되고 건물 외벽 일부가 검게 그슬렸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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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현지시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의 민간인 거주 건물들이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은 것은 전쟁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음을 시사한다. 모스크바 또한 전쟁의 포연에서 안전지대일 수 없음이 드러난 것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드론 전쟁’이 가열되면서 전쟁의 무대가 우크라이나를 넘어 러시아 본토로 점차 확대되는 양상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모스크바가 드론 공격을 받은 것은 지난 3일 크렘린궁 상공에서 드론이 격추된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그러나 민간인 거주 구역이 공격 대상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러시아 부유층과 엘리트 거주지이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관저에서 불과 수㎞ 떨어진 루블룝카 주택가도 드론 두 대의 공격을 받았다.

우크라이나는 직접적인 관련성을 부인했으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배후로 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공격과 관련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러시아 시민들을 위협하고 주거용 주택을 공격하는 방법을 선택했다”면서 “이는 명백한 테러 활동의 징후”라고 비난했다.

서방 언론도 우크라이나와의 관련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AP통신은 모스크바를 공격한 드론 중 일부는 폭발물을 탑재할 수 있는 우크라이나제 UJ-22 드론이라고 전했다. 앞서 NYT는 지난 24일 미 정보당국은 지난 3일 크렘린궁에 대한 드론 공격은 우크라이나 보안군의 비밀작전이었을 것으로 본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번 공격으로 모스크바가 입은 피해는 건물 두 채가 경미한 손상을 입고 경상자 2명이 발생하는 데 그쳤으나 모스크바 시민들 사이에 불안감과 공포를 조성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러시아 군사 블로거 라이바르는 “공격의 목적이 시민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라면 모스크바 상공에 우크라이나 드론이 출현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그러한 목표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도 “물리적 피해는 미미했으나 지금까지 국경 너머에서 벌어지는 유혈 사태에 대해 별 생각 없이 일상생활을 해온 시민들이 받을 심리적 충격은 훨씬 더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반격을 앞두고 러시아 방공망을 뒤흔들려는 우크라이나의 전술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AP통신은 드론으로 수도 모스크바를 타격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과시함으로써 전방의 대공 방어망 일부를 모스크바로 이동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NYT는 미 관리들을 인용해 “우크라이나인들의 사기를 진작하고 푸틴 대통령의 불패 이미지를 깨뜨리는 것이 작전의 목표였을 수 있다”고 전했다.

용병기업 바그너(와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러시아 군부를 거세게 비판했다. 그는 성명을 내고 국방부를 ‘쓰레기’라고 지칭하면서 “어떻게 감히 드론이 모스크바에 도달할 때까지 내버려둘 수 있었나”라고 비판했다.

모스크바에 대한 이번 드론 공격은 러시아가 이번 달에만 키이우에 대해 17차례나 공격을 감행하는 가운데 발생했다. 러시아는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3일 연속으로 키이우에 대규모 드론 공격을 퍼붓고 있다. 지난 29일에는 이례적으로 야간이 아닌 오전 11시에 공격을 감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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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한 아파트 건물 일부가 러시아의 드론 공격을 받아 불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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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도 이에 대응해 최근 몇 주 동안 러시아 서부와 크름반도(크림반도)에 대한 드론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 31일에는 크름반도에서 가까운 러시아 크라스노다르주 아핍스키 지역 정유공장이 드론 공격을 받아 불탔다. 이 역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의심하고 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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