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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쉬운 단어로 새로운 질문을” 영국이 사랑하는 공공예술가 네이단 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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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단 콜리 첫 개인전
성수동 더페이지갤러리
대형 텍스트 조명 설치
건축모형 활용 사회 메시지


매일경제

서울 성수동 더페이지갤러리에서 네이단 콜리가 본인의 텍스트 조명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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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말부터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 야외에는 대형 텍스트 조명(illuminated text) ‘YOU MUST CULTIVATE YOUR GARDEN’이 세워진다. 프랑스 대문호 볼테르의 풍자소설 ‘캉디드’의 마지막 문장에서 따온 이 구절은 이 작품을 보는 사람들에게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라는 의미와 함께 자연을 잘 가꾸라는 뜻도 함께 품고 있다.

이처럼 문학에서 따온 문장으로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며 영국 곳곳에서 공공예술품을 선보여온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출신 설치 작가 네이단 콜리(56)가 국내 첫 개인전 ‘황금률은 없다(No golden rules)’를 성수동 더페이지갤러리 EAST관에서 열고 있다.

이번에는 건축공사장에서 흔히 보이는 보조 지지대(비계)에 네온사인이 아니라 조명을 달아 표현하는 텍스트 조명의 3부작을 한자리에 펼쳐보였다.

아일랜드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의 우화적 희곡에서 따온 문장 ‘상상은 창조의 시작이다. 당신은 당신이 원하는 것을 상상한다. 당신은 당신이 상상하는 것을 원한다. 그리고 마침내 당신은 당신이 원하는 것을 창조한다’에서 따왔다. 기존 맥락에서 벗어나 어떤 순서로든 읽을 수 있도록 문구를 분할하고, 개인의 자유와 창의성을 찬양하기도 하고 긍정적인 행동변화를 권고하기도 한다.

작가는 “첫눈에 사랑에 빠진 남자가 여인을 위해 세레나데를 도저히 들을 수 없게 만드는 과정도 이런 상황에 빗댈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맥락에서 자유롭게 해석될 수 있도록 설치했다”며 “항상 쉬운 단어로만 작품을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라고 밝혔다.

런던 테이트모던은 물론 스코틀랜드현대미술관 등에서 세계로부터 차용한 단어와 문구를 신중하게 선택한 위치와 상호작용을 통해 새로운 맥락을 제공한다.

‘PALCE(궁전)’이라는 작품은 어두컴컴한 전시장에 LIFE(삶) MIND(정신) BELIEF(믿음) LAND(땅) WEALTH(부)라는 5가지 단어가 세워져 있다. 이 단어들은 서구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가치나 목표를 찬양하는듯 보이지만 사실 이슬람교 해석에 따른 다섯가지 핵심적인 인간의 권리다. 작가는 “무신론자이지만 종교가 얼마나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기에 작품에 종교적인 요소를 쓰기도 한다”고 했다.

또다른 작품 ‘위장 교회, 모스크, 유대인 회당’(2006)은 기독교와 유대교, 이슬람교 성전 모형이 얼룩말처럼 줄무늬를 한 채 모여있다. 예루살렘을 방문했던 작가는 세계 3대 종교의 성지가 서로 인접했지만 서로 분열된 모습에서 영감을 받았다. 종교건물의 특징을 잡아 임의로 만든 건축 모형이지만 실제 구현될 가능성을 품고 있는 모형의 운명이 흥미롭다고 전했다. 그는 기존에도 건축모형을 무더기로 쌓은 설치작업이나 실제 집 사이에 비슷한 크기의 모형 집을 끼워넣는 작업도 종종 진행했다.

이번 전시장 말미에는 모형 집 바닥에 막대기를 꽂아져서 버려진 듯 흩어져 있음을 발견한다. 전시설치가 끝나기 전 상태가 아닌 ‘퍼레이드 조각’(2015)에 대해서 작가는 요셉 보이스의 ‘액션 오브제’(action objects)처럼 행진이나 거리 시위에 사용되고 벽에 기대둔 물건처럼 보이게 하고 싶었다고 한다.

런던 템즈강변 블랙프라이어다리 인근에서 또다른 장기 설치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영국인 특유의 냉소적 말투로 “영국의 고질적인 관료주의 등으로 인허가가 안풀려서 앞으로 2년 후에야 완성될 작업은 ‘Beutifully ugly(아름답게 추한)’ 대형 콘크리트 작품이다”라고 귀뜸했다.

전시는 7월 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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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단 콜리, 텍스트 조명 3부작 작품 전시 전경 <사진제공=더페이지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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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단 콜리의 ‘위장 교회, 모스크, 유대인 회당’(2006) 설치 전경 <사진제공=더페이지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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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단 콜리, 텍스트 조명 ‘PALACE ’ 전시 전경 <사진제공=더페이지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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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단 콜리의 ‘퍼레이드 조각’(2015) 설치 전경 <사진제공=더페이지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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