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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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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태양광장비 1년내 상용화...전기차 동행 모색” [헤경이 만난 사람-주성엔지니어링 황철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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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개발, 발전효율 35% 목표

리튬배터리 의존 시스템 보완 가능

반도체 부진은 경기사이클 문제

R&D 강화로 혁신기회 삼아야

헤럴드경제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이 지난 15일 인터뷰에서 “차세대 태양광장비 상용화 모델을 1년안에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명했다. [주성엔지니어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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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효율을 높일 수 있는 차세대 태양광장비 개발이 80% 정도 진행됐습니다. 1년 안에 상용화 모델을 공개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빛을 전기로 바꾸는 태양광 관련 원천기술을 가진 주성엔지니어링의 차세대 태양광장비 개발이 가시화됐다. 이를 통해 국내 전기차 양산과 대중화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리튬배터리에 의존하는 현 전기차 에너지시스템을 태양광전기로 보완해줄 경우 차량 생산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은 지난 15일 경기도 용인 주성엔지니어링 R&D센터에서 본지와 만나 태양광사업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지난 1993년 설립된 대표적 반도체장비 기업이다. 국내 반도체산업이 지금의 위치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주성과 같은 장비기업들의 뒷받침이 컸다.

주성의 기존 주력사업은 반도체장비와 디스플레이장비. 여기에 태양광 제조장비가 최근 추가됐다. 주성은 지난 2004년부터 태양광장비 연구개발을 시작했다. 반도체장비와 디스플레이장비를 생산하며 확보한 전기기술을 바탕으로 차세대 태양광장비 개발에 나선 것.

황 회장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태양광 3가지의 기술 원천이 똑 같다. 전기를 빛으로 바꾸는 디스플레이기술을 갖고 있다보니 반대로 빛을 전기로 바꾸는 태양광기술도 개발할 수 있다고 봤다”며 “이것이 기존 반도체, 디스플레이 장비사업 집중을 보완할 차세대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주성이 개발 중인 태양광장비는 기존 장비보다 수율을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태양광 발전효율은 12% 수준에 불과하다. 주성은 이를 28%까지 높인 장비를 개발했다. 주성이 목표로 하는 건 지금보다 3배 높은 35% 이상이다.

황 회장은 “전기차가 대중화되려면 배터리문제를 극복해야만 한다. 배터리 제조역량과 리튬, 니켈 등 원재료 공급문제에 막혀 쉽지 않다”며 “배터리문제를 태양광전지 같은 다른 쪽에서 절반 정도만 해결해주면 전기차는 대중화될 수 있다. 태양광의 발전효율이 35% 이상이면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했다.

현재 순수 전기차 보급률은 10%선에 머물러 있다.

“전 세계가 RE100으로 가려고 한다. 탄소유발 에너지를 쓰지 않겠다고 하면서 전기차가 대세라고 한다. 하지만 전기차시장이 빠르게 확대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배터리문제다. 수소차도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수소의 생산과 유통이 어렵다. 또 수소를 에너지로 써서 전기를 생산해야 하는 복잡한 문제가 있다. 빛을 전기로 바로 전환하는 고효율 태양광장비를 전기차에 적용할 수 있다면 전기차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주성이 태양광장비 사업에 집중하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장비 사업의 한계 때문이기도 하다. 반도체장비 쪽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라는 국내 회사와 인텔 , ASML 등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한 분야다. 디스플레이 분야도 비슷하다.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로 관련 산업도 침체기를 맞고 있다.

반면 태양광장비는 아직 시작단계여서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장비회사로서 존재감을 보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황 회장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시장은 고객사 힘이 강해 장비업체가 좌우하기 힘들다”며 “하지만 태양광 시장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라 기회다. 선두주자가 기술주도권을 쥐고 시장을 이끌어 갈 수 있다”고 전했다.

주성이 태양광장비 사업에 있어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장비에서 구축한 기술력이 있기 때문. 세계 최초로 반도체 제조과정의 핵심 공정인 원자층증착(ALD) 장비를 개발했다. 증착이란 반도체 토대인 웨이퍼(기판) 위에 화학물질을 얇게 쌓아 전기적 특성을 갖도록 만드는 과정을 말한다. ALD는 원자 단위로 얇은 막(박막)을 만들어 더욱 미세한 반도체 제작이 가능하다.

황 회장은 현재의 3가지 포트폴리오로도 경쟁력은 충분하다고 자신했다. 인류가 존재하는 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필요하며, 탄소중립과 맞물려 태양광으로 전기를 만드는 일은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주성은 2020년 회사가 개발한 ALD 장비에 시공간분할(TSD) 기술도 도입했다.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을 고객사로 뒀다. 디스플레이장비 고객사로는 LG디스플레이 등이 있다.

현재 회사는 반도체산업에서 차별화된 ALD기술을 기반으로 메모리와 비메모리의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수요를 충족하는 반도체 양산장비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왔다. 디스플레이사업의 경우 공정 확대 및 중소형, 대형 패널장비의 다각화를 통해 매출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태양광사업에서는 혁신적인 공정기술을 통해 단접합(Single)과 다중접합(Tandem)에서 각각 세계 최고 수준의 광변환 효율을 구현한 태양전지 제조장비를 개발했다. 최근 태양광산업에서 각광받고 있는 탠덤기술은 빛의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두 개의 서로 다른 에너지 흡수대를 가진 태양전지를 하나로 다중접합 한 혁신 기술이다.

주성은 전기자동차와 UAM(도심항공교통) 등의 뉴모빌리티산업 등 전방위적 산업 및 어플리케이션에 폭넓게 적용할 수 있는 태양광전지 출시를 앞당길 계획이다.

이런 기술력 확보는 황 회장의 혁신에 대한 철저한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황 회장은 매일 7시30분에 기술회의를 빠짐 없이 열고 있다. 이 회의에는 직원 누구나 참석할 수 있고 많은 아이디어와 혁신적인 기술 개발을 위한 토론이 이뤄진다. 회의로 끝나지 않는다. 회의 후에는 황 회장이 연구실과 실험실 곳곳을 돌아다니며 하나하나 세밀히 점검한다.

황 회장은 현재의 반도체 불황에 대해서도 낙관적으로 봤다. 그것은 회사의 경쟁력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경기 사이클의 문제이기 때문이란 것이다. 주성의 올 1/4분기 실적은 매출 687억원, 영업이익 123억원이었다.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35.8%, 59.6% 감소했다.

그는 “지금 전방산업 경기가 나쁘지만 우리의 경쟁력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현금흐름도 나쁘지 않아 문제가 안 된다. 나중에 경기가 좋아지면 회복할 수 있다”며 “지금의 불황은 오히려 혁신의 기회다. 미래에 대비해 R&D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손인규 기자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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