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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올여름 ‘슈퍼 엘니뇨’라던데···폭염·폭우 왜 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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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니뇨’와 온난화 결합 동남아 괴물 폭염으로 확인

기상청, 7월 많은 비·여름 평년기온 혹은 고온 전망

경향신문

슈퍼 엘니뇨의 영향을 받았던 2016년 여름은 더위가 유독 심했다. 2016년 8월 19일 오후 시민들이 폭염으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른 서울 세종대로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뒤쪽으로 청와대 본관의 모습이 보인다. / 정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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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앞으로 5년 안에 인류 역사상 최악의 더위가 올 것이다.”

세계기상기구(WMO)가 지난 5월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전 세계에 보낸 ‘경고’다. 세계기상기구의 3일과 17일 발표에 따르면 지난 3년간 기온 상승에 ‘브레이크’를 걸어줬던 라니냐의 시기는 끝났다. 대신 이제는 기온 상승을 부채질할 ‘엘니뇨’ 발생 확률이 커졌다. 엘니뇨가 시작되면 국제사회가 파리협정에서 약속했던 방어선(산업화 이전 대비 온도 상승폭 1.5도 이하로 유지)은 일시적으로나마 깨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인류가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폭염이 다가온다는 얘기다.

전 세계에 날아온 이 경고장의 의미를 알기 위해선 엘니뇨·라니냐에 대한 약간의 이해가 필요하다. 적도 부근의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는 평소에는 서태평양보다 낮다. 동태평양에서 서태평양으로 부는 무역풍 때문이다. 태양에너지가 데운 동태평양 표면의 바닷물을 무역풍이 서쪽으로 이동시키면, 바다 밑에서 올라오는 차가운 물이 동태평양의 빈자리를 메우는 원리다. 그런데 2~7년 주기로 무역풍이 일정 기간 약화되는 시기가 찾아온다. 이때는 동태평양 표면의 따뜻한 바닷물이 서쪽으로 이동하지 않기 때문에 바다 밑의 차가운 바닷물과 섞일 수 없다. 따라서 동태평양 해수 온도는 평소보다 뜨거워진다. 이 현상을 ‘엘니뇨’라고 한다.

‘엘니뇨’(스페인어로 아기 예수)는 페루의 어부들이 해수 온도 상승에 따라 멸치가 잘 잡히지 않는 시기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붙인 이름이다. 엘니뇨가 주로 크리스마스 무렵 찾아왔기에, ‘아기 예수’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반대로 동태평양의 해수 온도가 평소보다 더 낮아지는 현상은 ‘라니냐’(여자 아기)라고 한다. 통상 태평양의 ‘엘니뇨 감시구역’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은 현상이 5개월 이상 지속될 때 엘니뇨가 시작됐다고 본다. 감시구역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낮은 상태로 5개월 이상 지속되면 ‘라니냐’의 시작이다.

엘니뇨·라니냐는 적도 부근 태평양 일대에서 일어나는 현상이지만, 전 지구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크다. 엘니뇨 때 지구 온도는 약 0.2도 오르고 라니냐 때는 약 0.2도 떨어진다. 지역과 계절에 따라 홍수, 가뭄, 태풍, 폭염, 한파 등 이례적 기상 현상도 속출하게 된다. 특히 해수면 온도가 1.5도 이상 오르는 ‘슈퍼 엘니뇨’는 지구 온도를 더 높이 끌어올리고 기상 이변의 파괴력도 더 크다.

■ 엘니뇨와 온난화의 결합

엘니뇨는 기후변화와는 관계없는 자연현상이지만, 인류가 초래한 온난화와 결합해 ‘역대급 고온현상’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슈퍼 엘니뇨가 발생했던 2016년의 더위가 대표적 예다. 그해 지구의 표면 온도는 산업화 이전에 비해 1.28도나 올라 최고치를 찍었다. 한반도에서도 2016년은 폭염일수(일 최고기온이 33도를 넘는 날)가 관측사상 역대 3위(폭염일수 22일)에 이르렀던 매우 무더운 해였다. 이때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 등 동남아시아에서는 심각한 가뭄으로 쌀, 설탕, 팜유 등의 생산량이 급감해 100억달러가 넘는 손실을 입기도 했다.

다수의 기상학자는 현재 발달 중인 엘니뇨가 2015~2016년에 발생한 것과 같은 ‘슈퍼 엘니뇨’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딥러닝 기술을 이용한 엘니뇨 예측 연구를 해온 함유근 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사진을 보여주고 물체를 맞추게 하는 것과 유사한 방식의 딥러닝 기법(합성곱신경망)을 이용해 그간의 엘니뇨·라니냐 해수 조건을 학습시킨 뒤 예측을 하게 해보았더니, 올해 발달할 엘니뇨는 슈퍼 엘니뇨일 가능성이 높게 나왔다”고 설명했다. 함 교수팀의 엘니뇨 예측 모델은 2019년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실린 바 있다.

지구를 가열하는 온실가스가 2016년 이후로도 꾸준히 대기에 쌓이고 있음을 생각하면, 올해 슈퍼 엘니뇨의 파괴력은 7년 전보다 더 클 수 있다. “엘니뇨와 온난화의 결합은 지구 온도를 미지의 영역으로 밀어넣을 것”(페테리 탈라스 세계기상기구 사무총장)이라는 경고까지 나온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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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엘니뇨가 닥쳤던 2015~2016년 지구 곳곳에서는 여러 기상이변들이 있었다. 2015년 12월 홍수로 물에 잠긴 파라과이 아순시온의 거리를 주민들이 나룻배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위).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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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 엘니뇨가 닥쳤던 2015년~2016년 세계 곳곳에선 여러 기상이변들이 있었다. 2016년 5월 캐나다 포트맥머리에서 엘니뇨의 영향으로 발생한 산불이 주택가를 뒤덮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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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 엘니뇨가 닥쳤던 2015년~2016년 세계 곳곳에선 여러 기상이변들이 있었다. 2016년 칠레 남부 칠로에섬 해변에 엘니뇨로 인한 독성 적조로 폐사한 조개가 널려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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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니뇨의 패턴이 온난화의 영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함 교수는 “과거 슈퍼 엘니뇨가 1982년, 1997년, 2015년 등 대략 15년 주기로 발생했는데 이번에 슈퍼 엘니뇨가 또 온다면 주기가 짧아지는 것”이면서 “온난화가 엘니뇨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연구자마다 이견이 있긴 하지만, 더 강력한 엘니뇨가 더 자주 오는 추세를 보인다는 점에 대해선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기후변화와 결합한 엘니뇨는 아마존 열대우림의 탄소흡수 능력마저 뒤흔들 수 있다. 국종성 포항공대 연구팀은 온실가스로 인해 힘이 커진 엘니뇨가 아마존 열대우림 식물들의 광합성을 저해한다는 연구결과(2018년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를 내놓은 바 있다. 아마존 열대우림은 전 지구에서 화석연료를 태워 나오는 이산화탄소의 4분의 1을 흡수해 ‘지구의 허파’라고 불리는 지역이다.

■ 한반도의 여름은?

태평양 해수면 온도의 영향을 받는 베트남, 태국, 방글라데시 등 동남아시아는 지난 4~5월 낮기온이 45도에 육박하는 ‘괴물 폭염’을 겪었다. 방콕에선 체감기온이 50도를 넘기도 했다. 서태평양 인근에 있는 동남아시아의 폭염과 가뭄은 전형적인 엘니뇨 현상 중 하나다.

낮 최고기온이 35.5도(16일·강릉)에 이르는 등 한여름을 방불케 했던 한반도의 5월 초순 더위도 동남아 괴물 폭염과 연관이 있었다. 당시 한반도 남쪽에 일시적으로 형성됐던 이동성 고기압이 더운 공기를 올려보냈는데 “더운 공기의 근원이 되는 지역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서태평양 부근”(기상청 관계자)이었다고 한다. 동남아 폭염이 한반도 더위의 직접적 이유는 아니었지만 영향은 받은 셈이다.

앞으로 엘니뇨가 본격화하면 한반도는 어떤 영향을 받을까. 기상청은 올여름 한반도에서 엘니뇨 영향이 더위보다는 강수로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통계적으로 살펴볼 때 엘니뇨가 발생했을 때 한반도엔 수증기가 많이 유입돼 남부지방 중심으로 강수량이 증가하는 현상을 보인다”며 “7월에 평년보다 많은 강수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기상청과 다른 전망을 내놓는 연구자들도 있다. 함유근 교수는 “올해 엘니뇨는 조금 특별하다. 과거 3년간의 ‘라니냐’ 기간 동안 열대지역 수원에 쌓였던 열에너지가 폭발하는 슈퍼 엘니뇨가 될 것”이라며 “슈퍼 엘니뇨의 영향은 통상적 엘니뇨 때와는 다르다. 슈퍼 엘니뇨 때 한반도에선 중부지방 중심으로 기온이 높아지고 강수량은 적은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기상청 측은 아직까진 슈퍼 엘니뇨 가능성은 높게 보지 않고 있다.

다만 기상청도 올여름이 평년보다 더울 가능성은 높게 본다. 기상청은 지난 5월 24일 발표한 ‘3개월 전망’ 자료에서 “6~8월의 기온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을 확률이 각각 40%, 낮은 확률은 20%”라면서 “고기압성 순환이 강화돼 더운 공기가 강하게 유입될 가능성(기온 상승)과 저기압성 순환이 발달해 북쪽에서 찬 기운이 내려올 가능성(기온 상승 저지)이 모두 존재하는데, 종합적으로 볼 때 평년과 유사하거나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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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MS)가 제공하는 오는 8월 서울의 일기예보. 이틀을 제외한 29일 내내 비가 온다는 내용이다. / 마이크로소프트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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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니뇨 뉴스와 동남아 폭염으로 떠들썩하던 시기 SNS에선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한반도 일기예보가 화제가 됐다. MS사가 오는 7월과 8월에 2~3일을 제외하면 한 달 내내 비가 올 것이라는 ‘비공식 예보’를 내놓은 것이다. 빗방울 그림이 빼곡한 달력 위엔 ‘이번 달은 대부분 비일 것입니다. …비 오는 날이 29일 있습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기상청 관계자는 “기온, 습도, 기압 등 각종 관측데이터를 수치예보모델에 입력해 얻은 결괏값을 예보관이 분석해 내놓는 게 예보인데 사흘까지는 신뢰할 수 있고, 좀더 늘린다고 해도 열흘까지가 최대”라면서 “현대 과학기술로 두세 달 뒤의 날씨를 날짜별로 알 수는 없다. (MS의 비 예보는) 잘못된 계산식에 의한 결괏값일 뿐”이라고 말했다.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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