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0 (금)

[단독]본업 뒷전인 의원들… 법안 92건중 1건 투표, 표결前 자리 뜨기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25일 본회의 92개 안건 표결 보니

동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본회의에) 출석 체크는 했지만 외부에서 일을 보고 다시 돌아가지 못했다.”(무소속 하영제 의원)

“목디스크가 심해서 중간중간 쉬어줘야 한다.”(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

동아일보가 26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통해 확인한 결과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92개 안건 중 의원 1인당 평균 표결 참여율이 67.4건(73.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원들이 본회의에 지각해 표결을 놓치거나, 표결이 진행 중인데도 조기 퇴장하는 등 표결에 불성실하게 임했기 때문이다.

본보는 전날 국회 본회의장을 찾아 의원들이 회의 내내 수시로 드나드는 모습과 수십 석이 비어 있는 장면을 확인했다. 오후 4시 30분경 민주당 김종민 조응천 의원 등 6명은 국회 본관 앞에서 흡연하며 대화했다. 이들은 이 시간에 10건 표결에 불참했다.

이날 국회 사무처가 집계해 공지한 출석률은 재석 299인 중 출석 286인에 청가 8인, 출장 2인으로 95.7%였다.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잠깐 얼굴만 비쳐도 ‘출석’한 것으로 기록되는 시스템상의 맹점을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92번째 마지막 안건 1개만 표결도

국민의힘에서 탈당한 무소속 하영제 의원은 이날 본회의에 출석은 했지만 표결에는 전혀 참여하지 않았다. 이날 본회의는 오후 3시 11분에 시작했고, 첫 번째 의안인 전세사기 피해 지원을 위한 특별법은 3시 26분에 표결에 부쳐졌는데, 15분도 되기 전에 자리를 떠난 것. 민주당 이상민 의원 역시 출석은 했지만 표결이 시작되기 전 본회의장을 나갔다.

두 사람은 “볼일이 있어서 나갔다가 미처 못 돌아왔다”고 해명했다. 하 의원은 외부 업무 때문에 돌아오지 못했다고 했고, 이 의원은 “세계사형반대운동연합과 간담회 약속이 있어 나갔다가 다시 못 들어왔다”고 했다.

이날 본회의에선 총 92건의 표결이 이뤄졌는데, 투표 도중에 나간 의원도 수두룩했다. 국민의힘 김병욱, 민주당 허종식 의원은 각각 4번째 의안인 ‘공인중개사법 개정안’까지만 표결하고 오후 3시 32분부터는 불참했다. 김 의원은 4건 중 3건만 표결에 참여했다. 허 의원은 “오후 5시에 법원 증인 출석이 있었다”고 했다.

초반 표결을 건너뛴 의원들도 있었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본회의가 시작한 지 2시간 20분 지나 이뤄진 마지막 의안 표결에만 참여했으며 민주당 신정훈 의원은 회의 시작 1시간 50분 뒤 진행된 49번째부터 표결에 참여했다. 성 의원 측은 “본회의 개의 때 왔다가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5분 자유발언 준비로 자리를 비웠다”고 해명했다. 신 의원도 “급히 처리할 일이 있어서 좀 늦었다”고 했다. 중간에 자리를 비우느라 표결을 건너뛴 의원들도 눈에 띄었다. 국민의힘 김석기 의원은 23개 표결에만 참여했다. 민주당 문진석 의원은 처음 9개 의안을 표결한 뒤 10∼34번째 법안은 건너뛰고 다시 표결에 참여했다가 44번째 법안부터는 쭉 불참했다.

표결에 전부 참여한 의원은 국민의힘 서병수 민주당 정성호 의원 등 44명으로 15.4%에 그쳤다.

● 출석률은 90%대인데 표결률은 반타작

이 같은 상습적 ‘표결 불참’ 탓에 본회의 출석률과 실제 표결 참여율이 크게 차이 나는 경우가 많다.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은 21대 국회 들어 열린 128회 본회의 출석률은 86%였지만 표결률은 20%에 그쳤다. 민주당 우원식 의원도 출석률은 93%였지만, 표결률은 53%에 머물렀다. 박 의원은 “지역구(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가 군이 4곳이라 행사를 빠짐없이 참여하려다 보니 생긴 일”이라고 했다. 우 의원은 “을지로위원회 등 당 내외 회의가 많은 때문”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느슨한 출석 체크가 불성실한 표결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여당 의원은 “표결을 하지 않고 도중에 빠지는 건 결국 자기 개인 플레이를 위해 본회의에 무임승차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