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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18 계엄군 출신 박 씨(오른쪽 첫 번째)와 그를 도와준 것으로 잘못 파악된 시민 신 씨(오른쪽 두 번째)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부상당한 5·18 계엄군과 그를 도운 시민의 극적인 상봉 자리를 마련했지만 정작 엉뚱한 사람을 데려와 빈축을 사고 있습니다.
5·18조사위는 어제(24일) 광주 북구 한 병원에서 5·18 계엄군 출신 박 모 씨가 부상당한 자신을 도와준 광주 시민과 의사를 만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박 씨는 5월 항쟁 당시 머리에 돌을 맞아 정신을 잃고 쓰러진 뒤 누군지 알 수 없는 시민의 도움으로 손수레에 실려 의사 정 모 씨가 운영하던 이 병원으로 후송됐습니다.
조사위는 수소문 끝에 당시 택시기사였던 시민 신 모 씨가 박 씨를 도와준 시민 중 한 사람이라고 특정하고 만남의 자리에 신 씨를 초청했습니다.
박 씨도 신 씨가 자신을 도와준 '생명의 은인'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거듭 감사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그러나 대화 과정에서 박 씨를 치료한 의사 정 씨와 신 씨가 기억하는 당시의 상황이 서로 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 씨는 "박 씨는 손수레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기억했지만, 신 씨는 "자동차에 실어 후송했다"고 했습니다.
신 씨는 또 "당시 후송한 병원은 (정 씨 병원과) 이름이 다르다"고도했습니다.
결국 5·18조사위는 신 씨가 도와준 사람은 박 씨가 아니라 유사한 사례인 다른 계엄군으로 잠정 결론 내렸습니다.
감사 인사를 한 박 씨도, 인사를 받은 신 씨도 머쓱한 상황이 연출된 셈입니다.
누구보다 철저한 검증을 해야 하는 5·18조사위가 제대로 된 확인 없이 섣불리 사실관계를 확신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5·18단체 관계자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5·18조사위가 성과 내기에 급급해 초보적인 실수를 저지른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또 다른 5·18 관계자는 "5·18 역사는 오랜 기간 왜곡에 시달려왔고, 사소한 오류 하나가 왜곡의 씨앗이 될 수 있다"며 "그런 점에서 이번 실수를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5·18조사위 관계자는 "사전 조사에서 신 씨의 진술이 당시 상황과 매우 부합했다"고 해명하며 "박 씨를 병원으로 후송한 시민이 누구인지, 신 씨가 후송한 계엄군은 누구인지 조사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 제공,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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