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확인 않고 만남 주선…"사소한 오류가 왜곡의 씨앗"
엉뚱한 사람과 상봉 행사 |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부상당한 5·18 계엄군과 그를 도운 시민의 극적인 상봉 자리를 마련했지만 정작 엉뚱한 사람을 데려와 빈축을 사고 있다.
5·18 조사위는 지난 24일 광주 북구 한 병원에서 5·18 계엄군 출신 박윤수 씨가 부상당한 자신을 도와준 광주 시민과 의사를 만나는 자리를 마련했다.
박씨는 5월 항쟁 당시 머리에 돌을 맞아 정신을 잃고 쓰러진 뒤 누군지 알 수 없는 시민의 도움으로 손수레에 실려 의사 정영일 씨가 운영하던 이 병원으로 후송됐다.
조사위는 수소문 끝에 당시 택시 기사였던 시민 신봉섭 씨가 박씨를 도와준 시민 중 한 사람이라고 특정하고 만남의 자리에 신씨를 초청했다.
박씨도 신씨가 자신을 도와준 '생명의 은인'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거듭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러나 대화 과정에서 박씨를 치료한 의사 정영일 씨와 신씨가 기억하는 당시의 상황이 서로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정씨는 "박씨는 손수레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기억했지만, 신씨는 "자동차에 실어 후송했다"고 했다.
신씨는 또 "당시 후송한 병원은 (정씨 병원과) 이름이 다르다"고도 했다.
결국 5·18 조사위는 신씨가 도와준 사람은 박씨가 아니라 유사한 사례인 다른 계엄군으로 잠정 결론 내렸다.
감사 인사를 한 박씨도, 인사를 받은 신씨도 머쓱한 상황이 연출된 셈이다.
누구보다 철저한 검증을 해야 하는 5·18 조사위가 제대로 된 확인 없이 섣불리 사실관계를 확신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5·18 단체 관계자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5·18 조사위가 성과 내기에 급급해 초보적인 실수를 저지른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5·18 관계자는 "5·18 역사는 오랜 기간 왜곡에 시달려왔고, 사소한 오류 하나가 왜곡의 씨앗이 될 수 있다"며 "그런 점에서 이번 실수를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5·18 조사위 관계자는 "사전 조사에서 신씨의 진술이 당시 상황과 매우 부합했다"고 해명하며 "박씨를 병원으로 후송한 시민이 누구인지, 신씨가 후송한 계엄군은 누구인지 조사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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