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만난 정치권 인사에게 “중기부를 출입하게 됐다”고 했더니 그가 던진 말이다.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쉽게 접촉할 수 있는 시장에서 일정을 소화하면 자연스레 잠재적 유권자들과 대면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의미다.
특별한 함의를 담지 않은 발언이었지만 조금 달리 생각해보면 자영업계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이 느껴졌다. 엄청난 표를 가진 유권자이기 때문에 적당한 당근으로 도움을 줘야하는 존재라는 인식이다.
자영업자 대출 1000조원 시대를 맞아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취재하는 과정에서도 이 같은 인식을 감지할 수 있었다. 오는 9월 만료되는 자영업자 대출상환 유예 조치를 두고 많은 취재원이 내년 총선을 앞둔 정부·여당에서 이 조치를 연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을 내놨다.
가장 최근 통계로 한국은 4명 중 1명이 자영업자일 정도로 자영업 비중이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에서도 6번째를 차지할 정도다. 경제적 체력이 약하기 때문에 연쇄 도산의 여지가 있어 정부가 섬세한 정책을 펼칠 수밖에 없다.
그렇더라도 ‘지원’과 ‘자생’은 전혀 다른 개념이다. 자영업자를 ‘보호’의 대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성장’을 이룰 수 있는 정책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아직 한국에선 잘 망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은 후순위다. 그러다보니 코로나19를 거치는 동안 자영업자 대출규모는 48.9%나 늘었다.
자영업자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대출로 연명하는 자영업자가 많을 수록 국가경제의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도 단순한 수명 연장을 위한 지원보다는 잘 망하게 한 뒤 양질의 임금근로자로 전환시킨다든지 재도전에 쉽게 나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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