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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이슈 미술의 세계

74세 디바 정미조 “내 노래에 울던 젊은이들…희망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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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정미조는 이달 17일부터 10월 31일까지 이화여대 박물관에서 특별전 ‘이화, 1970, 정미조’를 연다. 전시를 앞두고 서울 서초구 작업실에서 정미조를 만났다. 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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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무슨 일로 그리합니까. 홀로 이 개여울에 주저앉아서~’. 노래 ‘개여울’의 첫 소절에 100여명 관객은 숨을 죽였다. 50년이 넘은 노래. 원곡 가수 정미조(74)의 목소리는 깊고 짙었다. 지난 17일 서울 이화여대 박물관 강당에서 열린 ‘세대공감 콘서트’에서 그는 ‘개여울’을 “내 분신 같은 곡”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아이유가 음반을 내 젊은이들도 많이 알더라. 원곡과 달리 피아노와 함께 부르니 더 좋았다”고 말했다. ‘휘파람을 부세요’ ‘그리운 생각’ 등 다른 히트곡도 선보였다.

이날 콘서트는 가수이자 화가인 그의 특별전 ‘이화, 1970, 정미조’ 개막에 맞춰 마련됐다. 정미조는 1972년 데뷔 당시 이대 출신 가수로 주목받았다. 모교 박물관에서 열린 이번 전시에는 프랑스 유학 시절 그린 ‘파리풍경’(1979~81), ‘세느강가에서’(81), 그리고 몬테카를로 국제그랑프리 현대예술전 수상작 ‘몽마르트르’(81), 귀국 이후 작품인 ‘질주’(2004), ‘서울 야경’(2012~2014) 시리즈 등이 전시됐다. 또 음반의 초판 커버, 가수 활동 당시 무대의상 등도 만날 수 있다. 특히 70년대 무대의상은 디자이너 앙드레 김이 젊은 시절 제작해 사료적 가치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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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조는 이달 17일부터 10월 31일까지 이화여대 박물관에서 특별전 ‘이화, 1970, 정미조’를 연다. 전시를 앞두고 서울 서초구 작업실에서 정미조를 만났다. [사진 JNH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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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돌연 가수를 은퇴했을 때도, 37년 만에 가요계에 복귀했을 때도,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무슨 이유로 음악을 그만뒀나”였다. 데뷔곡 ‘개여울’로 스타덤에 오른 정미조는 7년간 승승장구했다. 발표곡마다 히트했고, 신인상·10대 가수상·동경국제가요제최우수가창상 등을 받았다. 그런데 그는 회의감이 들었다. “방송은 늘 ‘개여울’ ‘그리운 생각’ ‘사랑과 계절’ 세 곡으로 채웠다”며 “앵무새처럼 똑같은 노래를 부르며 ‘그만해야 할 때가 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영문도 모른 채 금지곡이 된 ‘휘파람을 부세요’ ‘불꽃’ 등이 아쉬움을 더했다.

“남들은 갑작스럽다고 했지만, 사실 가수 은퇴 2년 전부터 파리에 가 미술을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유학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몽마르트 언덕 8층 꼭대기 방 창문을 열면 센강과 노트르담 성당, 루브르 박물관, 에펠탑이 한눈에 보였다”며 “‘야경 속에 내가 있다’는 생각에 외롭고 힘든 감정이 사라졌다”고 떠올렸다. 이번에 전시하는 ‘야경’ 시리즈의 탄생 계기다. 13년간 유학한 그는 귀국해 수원대 서양화과 교수가 됐다. 2000년 초, 정미조는 전시 오프닝 행사에서 피아노를 치던 백남준 선생을 보며 손을 놓았던 음악을 떠올렸다. 그리고 가수 최백호가 “그 좋은 목소리로 왜 노래 안 하냐”며 에이전시를 소개해줘 ‘제2의 음악 인생’을 시작했다. 2016, 2017, 2020년 꾸준히 앨범을 냈다.

또다시 20대 때처럼 음악을 그만둘 수 있을까. 정미조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복귀 후 홍대에서 콘서트를 했는데, 젊은이들이 내 노래를 들으며 눈물 흘리더라”라며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공감해준다는 건 그만큼 희망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곡도 좋고 가사도 좋고, 1970년대보다 노래하기 좋은 환경이다. 게다가 들어주는 사람도 있는데, 그만둘 이유가 없다”며 “억지로 하진 않겠지만, 목소리가 나오는 날까지는 노래 부를 거다”라고 말했다.

어환희 기자 eo.hwa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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