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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G7 정상회담

G7 ‘40페이지 공동선언’···유의미한 핵군축 성과 남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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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히로시마 G7정상회의에 참석한 지도자들이 20일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UPI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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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로 피폭지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정상들은 20일 ‘핵무기 없는 세계’를 궁극적 목표로 하는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영문 40페이지 분량의 공동선언은 19일 G7이 정리한 핵군축에 관한 공동문서인 ‘히로시마 비전’을 토대로 했다.

히로시마 비전은 G7 정상회의에서 핵군축을 주제로 도출한 첫번째 문서이다. 핵 보유국을 5개국(미국,영국,러시아,중국,프랑스)으로 제한하고 이들 국가들에게 핵군축 협상을 의무화한 핵확산 방지조약(NPT)을 바탕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해 핵군축 협상에 참여할 것을 요구했다. 핵 비확산의 핵심이 되는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TBT)의 발효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핵무기 원료가 되는 고농축우라늄 등의 생산을 금지하는 ‘무기용 핵분열성 물질 생산금지조약’의 조기협상 개시를 요구했다. 원전을 포함한 평화적인 원자력 이용도 호소했다.

러시아, 중국, 북한을 겨냥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러시아에는 미국과 러시아 간 핵무기 통제 협정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스타트)’ 복귀를 촉구했다.

어떠한 핵군축 협정에 참여하지 않고 불투명한 행태로 핵전력을 증강시키는 중국에는 핵무기 보유 상황 등 객관적인 데이터 제공도 요구했다. “민생용을 가장한 플루토늄 생산 시도에도 반대한다”고 명시했다. 중국이 일본 및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동·남중국해 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며 “힘이나 강압으로 현상을 변경하려는 어떠한 일방적인 시도에도 강력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대만해협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이 국제사회의 안보와 번영을 위해 필요 불가결하다는 것을 재확인한다”며 양안(중국과 대만)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했다. 신장 위구르 지역의 인권 문제도 계속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북한을 겨냥한 메시지도 있었다. 북한에 대해선 “핵실험이나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발사를 포함해 불안정화를 초래하거나 도발적인 행동을 자제할 것을 촉구한다”며 “북한은 NPT 하에서 핵보유국 지위를 가질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및 탄도미사일 계획이 존재하는 한, (대북) 제재는 모든 국가에 의해 완전하고 엄격하게 이행되고 유지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G7이 핵군축 목표를 주장한 문서를 도출한 것은 처음이지만 현실성과 참신함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북·중·러를 상대로 한 대립 구도가 강화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도쿄신문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핵 위협을 실시하는 러시아와 핵 전력의 불투명한 증강을 계속하는 중국을 비난하는 한편, G7인 미국, 영국, 프랑스가 보유한 핵무기는 ‘방위 목적’이라고 강조해 핵 감축의 목표도 내걸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본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요미우리신문은 “핵을 보유한 북·중·러에 둘러싸인 일본의 경우 핵폐기라는 이상론에만 매달릴 수 없다는 사정이 있다. 일본이 미국의 핵우산을 강조하는 것도 그런 이유”라고 지적했다. 아사히신문은 “국제정세가 핵군축 실현보다 핵전쟁으로 번질지 모르는 위기의 상황이다. 이런 마당에 주요 7개국은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적대의식으로 결속하기만 하면 되느냐”고 밝혔다. 신문은 “주요 7개국이 핵군축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중-러와 대화가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현실적 해법에 대한 고민도 성명에 녹아 있다. G7 정상성명에는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그 길이 아무리 좁더라도 냉엄한 현실에서 이상으로 이끄는 세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명시됐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21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폐막 후 의장국 기자회견을 여는 장소로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의 ‘원폭돔’ 앞에서 ‘원폭자료관’이 정면에 보이는 위치를 택했다. 기시다 총리는 “평화의 소원을 상징하는 (원폭돔과 자료관을 잇는) 축선은 바로 전후 일본의 행보를 관철하는 이념이자 국제사회가 진행해야 할 방안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래 세대가 핵 공포 없이 평화와 번영을 누리도록 하는 것은 우리의 신념이자 책무”라며 “핵 전쟁이 인류 자체를 파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 세대는 피폭지 히로시마에서부터 계속 호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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