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대응' 석탄 퇴출 약속에 독일·일본은 딴소리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주요 7개국(G7)이 일본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서 기후위기 대응에 역행해 오히려 천연가스 투자 확대를 허용하는 듯한 문구를 밀어 넣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로이터 통신,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G7은 20일 히로시마 정상회의에서 채택한 공동성명에서 "우리는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를 단계적으로 줄일 필요가 있다"면서 이같은 속내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G7은 성명에서 "액화천연가스(LNG) 공급 증가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면서 "이 분야에 투자하는 게 현재 위기에 대응하고, 잠재적 가스 시장 공급 부족을 해결하는 적절한 방법으로 본다"고 적시했다.
특히 이같은 문구는 지난달 G7 환경장관 회의에서 채택된 성명보다도 한발 더 나아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환경장관 공동성명에서는 천연가스 투자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잠재적 부족 사태에 대응하는 데 적절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그런데 20일 채택된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서는 이전 문구를 살짝 바꿔 천연가스 투자를 아예 공식적으로 부활시켰다는 게 환경단체 지적이다.
실제로 성명은 "러시아 에너지 의존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이례적 상황으로 볼 때 가스 분야에서 공인된 투자는 잠정적 대응으로 적합할 수 있다"고 한 것이다.
이를 두고 국제 그린피스는 성명에서 "화석연료에서 벗어나야 할 긴급한 필요에 직면해서도 지도자들이 테이블로 들고 온 것은 새로운 화석연료에 대한 지지"라고 규탄했다.
옥스팜도 G7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핑곗거리'로 삼아 새로운 화석 가스 투자를 위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이번 정상회의 성명을 최종 조율한 것은 독일로 알려졌다.
하지만 독일 정부는 이런 시선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한 독일 당국자는 "우리는 새로운 가스 발전소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이것은 나중에 '그린 수소'(태양광이나 풍력 등 친환경으로 만드는 수소)로도 운용될 수 있는 방식으로 지어져야 할 것이며, 따라서 이는 친환경 미래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러시아로부터 가스관을 통해 천연가스를 적극 수입해 온 독일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서방 제재에 맞서 유럽행 가스관을 틀어막자 직격타를 맞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독일은 LNG 기반 시설 투자를 끌어올려야 할 필요성에도 직면했다.
NYT는 이번 공동성명의 배후로 특히 일본에 주목했다.
일본 정부가 돈줄을 대온 특정 유형의 석탄 화력 발전소에 투자를 이어갈 만한 표현이 성명에 포함돼 있었다는 것이다.
이전에도 G7은 기후위기 공동 대응에서 일본 등이 딴 목소리를 내면서 진땀을 흘려왔다.
지난달 G7 환경장관 회의에서 영국과 프랑스는 화석연료의 신속한 감축을 촉구했으나 일본은 화석연료 사용에 여유를 두자는 태도를 보였다.
이번 G7 의장국인 일본은 2011년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이후 화석연료 수입에 크게 의존해온 실정이며, 천연가스에 대한 투자도 "청정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단계"로 인정하자는 입장이다.
G7 엇박자로 미국도 곤혹스러운 처지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야심 차게 추진해온 기후위기 대응 의제를 옹호해야 하면서도, 일부 동맹국이 바라는 화석연료 유예 방안 사이에서 끼어있는 신세라고 NYT는 진단했다.
newgla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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