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대통령 첫 원폭 피해자 만남
“늦어서 죄송” 수차례 고개 숙여
“6월 재외동포청 설립되면
누구나 체계적 지원·보호 대상”
“한국에 꼭 초청하겠다” 약속도
21일 기시다와 위령비 공동참배
그러면서 “히로시마의 피폭 동포와 그분들의 가족, 그리고 함께 애를 쓰셨던 ‘민단’(재일본대한민국민단)과 많은 동포들을 한국에 초청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히로시마 한 호텔에서 열린 히로시마 동포 원폭 피해자와의 간담회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윤 대통령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한 히로시마의 한 호텔에서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원폭 피해자들을 만났다. 원폭 피해 당사자인 피폭 1세와 후손 등 20여명이 함께 했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늦게 여러분을 찾아뵙게 돼 죄송하다”며 수차례 고개를 숙였다. 이어 “우리 동포들이 입은 원폭 피해는 자의든 타의든 식민지 시절 타향살이를 하면서 입게 된 피해이기 때문에 그 슬픔과 고통이 더 극심할 것이라 생각한다”며 “여러분의 고통과 슬픔을 제가 가늠하기는 어렵겠지만 이 자리를 빌어 희생되신 우리 동포분들과 여러분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또 “1970년 한국인 원폭 피해자 위령비가 건립되고 공원 밖에 있던 위령비가 1999년 평화기념공원 안으로 옮겨졌다고 들었다”며 “히로시마 시민들을 비롯한 많은 분의 노력에 감사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한국 대통령의 한국인 위령비 참배와 한·일 정상의 공동 참배 모두 처음이다. 양 정상은 21일 히로시마 평화공원 내 한국인 위령비를 공동 참배한다. 78년 전 히로시마 원폭으로 14만여명이 희생됐고 한반도 출신자는 7만여명이 피폭돼 약 4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우리는 혈연이나 피를 중요시 하는 나라”라며 “여러분의 피가 한국인이면 다 재외동포이고 대한민국이 여러분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금년 6월 재외동포청이 설립되면 체계적 지원과 보호의 대상으로 하고, 고국 문화교류와 방문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히로시마 한 호텔에서 열린 히로시마 동포 원폭 피해자와의 간담회에서 박남주 한국원폭피해대책특별위 전 위원장의 손을 잡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윤 대통령은 한국 초청 의사를 전하며 “오랜 만에 고국에 오셔서 내 모국이 그 동안 얼마나 변하고 발전했는지 가까운 시일 내 한 번 보시기 바란다”고 했다.
권준오 한국원폭피해자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오늘 윤 대통령과 박진 외교부 장관이 피폭 피해자들을 만나 위로해 준 것은 정말 큰 위안과 힘이 된다”며 “(한·일 정상의 위령비 참배는) 한·일 우호 관계 발전에 이바지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피폭 당사자인 권양백 전 한국인원폭희생자위령비 이설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오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이 감격을 느끼고 있다”며 “선배 영령들에게 저 세상에서 만나게 되면 대통령이 왔다고 자랑스럽게 보고하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히로시마=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