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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6 (수)

[스프] 갑자기 사라지면 혹시 거기?…아무도 묻지 못하는 그곳의 실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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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코리아정식] 북한의 정치범수용소는 어떤 곳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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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2014년 보위부 보위원에게 집에서 체포되었습니다. 체포된 이유는 남한 사람과 손전화로 통화를 하고 돈을 이관받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다음부터 소식이 끊어졌습니다. 어느 보위부에 갔는지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나중에 외할머니가 사람을 통해 알아본 결과 어머니가 요덕관리소(정치범수용소)로 갔다는 것을 들었을 뿐입니다."

통일부가 발간한 <2023 북한인권보고서>에 나오는 탈북자 증언입니다. 북한의 인권유린 사례가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여기서 언급된 정치범수용소는 가장 극악한 인권유린 사례로 꼽힙니다.

하지만, 북한의 정치범수용소가 어떤 식으로 운영되는지 잘 아는 분은 많지 않습니다. 남한 내에서는 비슷한 예를 찾아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2023 북한인권보고서>를 기초자료로 해 북한의 정치범수용소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정치범수용소란?



남한의 구금시설 하면 교도소, 구치소, 경찰서 유치장 등이 떠오릅니다. 북한에서도 이런 시설들이 있긴 하지만, 정치범수용소는 이와는 전혀 다른 개념입니다.

정치범수용소는 교도소처럼 건물 몇 개로 구성된 곳이 아닙니다. 수용소별로 다르지만 차를 타고 수십 분, 또는 걸어서 2-3시간을 가야 할 정도로 방대한 지역입니다. 기본적으로 주민들이 거주하는 마을이라고 볼 수 있는데, 정치범수용소 안에 거주지역도 있고 작업장도 있고 농사짓는 곳도 있습니다. 또, 학교도 있고 병원이 있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정치범수용소가 정상적인 마을이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거주지는 단층 건물에 2-4 세대 정도가 거주하는 '하모니카집'이거나, 나무와 흙으로 대강 지어 비가 오면 무너지는 집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작업장은 대개 탄광으로 갱 안에 들어가면 10시간 가까이 나올 수 없었다고 합니다. 학교는 있지만 공부보다 작업이 우선이고, 병원은 있으나 항상 약이 부족했다고 합니다. 마취약이 거의 공급되지 않아 마취도 없이 칼로 째고 치료하는 경우가 있었다는 증언도 있습니다.

정치범수용소 내에서 인권을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수용자가 작업 도중 사망하거나 기관원들에게 맞아 죽어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학교에 다니는 아이도 교사에게 구타를 당하고 아이들이 작업 도중 사망해도 그뿐입니다. 공개처형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영양실조로 수용자들은 각종 병에 시달린다고 합니다.

정치범수용소는 전체 지역을 전기철조망 등으로 둘러싸 외부와 격리해 놨는데, 수용소가 위치한 곳 자체가 험준한 산악지역이어서 일반인들의 접근이 쉽지 않다고 합니다. 정치범수용소 지역이었다가 해제된 곳을 후에 방문했던 북한 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20km 정도 깊은 산골로 들어가야 했고 산이 아주 높아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말들이 나옵니다.

완전통제구역과 혁명화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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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범수용소는 크게 완전통제구역과 혁명화구역으로 나뉩니다. 완전통제구역은 기관원 외에는 접근이 불가능한 곳이고, 혁명화구역은 고된 노동을 하며 이른바 혁명화 처벌을 이행하는 장소입니다.

<북한인권보고서>는 완전통제구역 내 수용자에 대한 사면이 이뤄지기도 한 것으로 기술돼 있는데, 북한인권 문제를 지속적으로 다뤄 온 인권단체들에 따르면 완전통제구역은 죽을 때까지 빠져나올 수 없는 수용구역이라고 합니다.

정치범수용소에 끌려가는 사례는 다양합니다. 부모나 조부모의 성분 문제, 이른바 '말반동'으로 김일성과 김정일의 권위를 훼손한 문제, 간첩행위, 종교활동, 비리 문제, 한국행을 시도하다 잡히거나 가족이 탈북해 한국에 거주하는 경우 등입니다.

특히 김일성 일가의 권위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수감된 사례를 보면, 술자리에서 김일성 정권에 대해 비난하거나 김일성 일가 초상화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경우, 김일성 초상화에 낙서한 범인으로 지목된 경우, 3대 세습에 대해 비판하며 지도자는 계속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 경우 등이 있었다고 합니다.

정치범수용소에는 정말 무자비하게 끌려갑니다. 정치범으로 지목된 사람은 보위부에 체포된 뒤 실종되게 되는데, 가족들은 그저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되었을 것이라고 짐작할 뿐이라고 합니다. 가족들까지 수감되게 될 경우 보위부원들이 집이나 직장, 학교로 찾아가 체포한 뒤 수용소까지 이송했다고 합니다.

탈북자들이 쓴 글을 읽어보면 학교 다니던 친구가 갑자기 사라지면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갔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누구 하나 이에 대해 언급하지 못하고 학교에 다니곤 했다고 합니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진보와 보수의 입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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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열린 북한 여성 인권 실태 전시회, 사진 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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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범수용소가 북한 인권 유린의 상징적인 곳이지만 정치범수용소에서만 인권유린이 자행되는 것은 아닙니다. 정치범수용소 밖에서도 북한의 인권유린은 다반사로 일어납니다. 공개처형, 고문, 구타, 영장 없는 체포, 강제노동, 권력기관에 의한 여성인권 침해 등 헤아릴 수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북한인권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있을까요?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진보와 보수의 입장은 대체로 이렇습니다.

진보 진영은 북한 인권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북한 정권을 압박하기보다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북한 정권을 국제사회로 이끌어냄으로써 스스로 변화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봅니다. 북한에서 실질적인 통치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 김정은 정권인 만큼 김정은 정권이 스스로 변화하지 않는 한 북한 인권 개선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진보 진영은 평화협정 체결과 북미 수교 등을 통한 냉전구조 해체로 한반도에서의 군사 긴장 구조를 완화하고 북한 정권을 국제사회로 이끌어내는 것이 북한 인권 문제의 궁극적인 해결책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진보 진영이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 같은 정치군사적 구조에 집중하면서 북한이 싫어하는 인권 문제를 뒤로 미뤄버린 것도 사실입니다. 북한과의 협상에 집중하다 보니 북한이 알레르기적인 반응을 보이는 인권 문제는 주요 논의대상에서 빼버리게 된 것이죠. 진보 진영이 북한 인권 문제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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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식 북한전문기자(cs7922@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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