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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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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빗속 ‘오월 어머니’ 15명 직접 맞아… ‘민주의 문’ 동반 입장 [5·18 기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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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민주묘지 현장 스케치

“매년 오겠다”는 약속 지킨 尹 대통령

유족·학생 대표들과 함께 헌화·분향

당시 고3 희생자 부모 손잡고 위로

묘역 유족 쉼터 민주관 확장도 지시

윤석열 대통령은 18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유가족 등 ‘오월의 어머니’ 15명과 정문 ‘민주의 문’을 통해 동반 입장했다. 윤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오월의 정신을 수차례 강조하며 하나가 되자는 메시지를 전했고 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윤 대통령은 빗방울이 떨어지는 가운데 지난해에 이어 이날도 광주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했다. 앞서 보수 정권 대통령으로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기념식에 참석했는데 취임 첫해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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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8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오월어머니회 회원들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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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올해는 주요 인사들과 함께 입장하던 관례에서 벗어나 민주화운동 당시 자식을 잃었던 오월의 어머니 15명을 묘지 입구 민주의 문에서 직접 맞이하고 입장했다. 윤 대통령은 검은색 정장과 넥타이 차림으로 어머니들과 함께 민주의 문에서 추모탑까지 약 200m 거리를 걸어가 헌화·분향했다. 윤 대통령은 방명록에 ‘오월의 정신 아래 우리는 하나입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윤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오월의 정신은 우리에게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실천을 명령하고 있다. 오월의 정신 아래 우리는 모두 하나”라며 5·18 정신을 계승해 하나가 되자는 통합 메시지를 전했다.

윤 대통령을 포함한 참석자 전원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며 기념식을 마쳤다. 윤 대통령은 굳게 쥔 주먹을 흔들며 노래를 불렀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기념식에서도 보수 정권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이 노래를 제창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등 참석자들도 주먹을 흔들며 함께 노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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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엔 ‘통합’… 올해는 ‘하나’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남긴 방명록. 광주=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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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기념식이 끝난 뒤 국립묘지 1묘역에 잠들어 있는 열사들의 묘지를 참배했다. 5·18 당시 광주 대동고 3학년생 전영진 열사, 42년간 무명 열사로 묻혀 있다가 올해 초 유전자 조사를 통해 최종 신원이 확인된 김재영 열사, 계엄군 고문 후유증으로 숨진 시민군 정윤식 열사 등이다.

윤 대통령은 전 열사 부모 전계량·김순희씨 손을 잡고 “자식이 전쟁에 나가서 돌아오지 않아도 가슴에 사무치는데, 학생이 국가권력에 의해 돌아오지 못하게 돼 그 마음이 얼마나 아프시겠냐”고 위로했다. 정 열사의 형 춘식 씨는 윤 대통령 손을 잡고 “43년 만에 대통령이 묘소를 찾아 줘서 동생이 소원을 풀었다”고 인사했다.

윤 대통령은 5·18 묘역을 참배하면서 “유가족들이 도시락도 드시고 쉬실 수 있도록 (묘역 입구의) 민주관 쉼터를 확장해 공간을 확보하라”고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에게 지시했다고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시신을 찾지 못한 희생자나 다른 묘역에 묻힌 고인들의 영정을 모신 유영봉안소를 방문했다. 윤 대통령은 이곳에서 윤상원, 윤한봉, 명노근, 김녹영 등 고인들의 사연을 듣고 명복을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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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광주 총출동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린 18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은 김진표 국회의장(앞줄 왼쪽부터)과 김명수 대법원장,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광주=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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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식에는 5·18 민주유공자와 유족, 학생, 시민, 대통령실 참모와 국회의원, 정부 인사 등 총 3000여명이 참석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난해 사실상 전원이 광주행 KTX 특별열차로 광주를 찾은 데 이어 이날도 대거 기념식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의 기념식 참석을 두고 광주·전남 지역민들은 감동과 실망이 교차했다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5·18민주화운동 부상자회는 성명을 내고 이번 윤 대통령이 참석한 기념식은 과거에서 미래로 나아가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43년 만에 국민 통합을 위해 가해자와 피해자가 사죄, 용서, 화해 선언을 했다”며 “이제는 우리 사회의 해묵은 첨예한 대립과 갈등을 끝내야 한다”고 밝혔다.

곽은산 기자, 광주=박지원·최우석·한현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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