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8 (토)

[스프] 우리는 또 이 아이들을 버리는 걸까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내일이면 문 닫는 '해맑음센터'…갈 곳 잃은 학폭 피해 학생들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해맑음센터는 그렇게 시작됐다



2000년 4월.

성수여중의 한 학생이 동급생들에게 집단폭력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피해 아이는 40일간 입원 치료까지 받았는데 가해 학생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버젓이 학교를 다녔습니다. 보다 못한 피해 학생 어머니가 탄원서를 썼고 이 내용이 공개되면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 이후 비슷한 피해를 겪은 학생들의 가족들이 하나둘씩 모였습니다. 모여서 얘기해 보니, 학폭 피해 학생들은 '가해 학생을 계속 마주쳐야 한다'는 공통된 고충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게 해맑음센터입니다. 학교 폭력 피해 학생들만 받는 전국 유일한 시설입니다. 그리고 그곳의 현재 센터장이 성수여중 학폭 피해 학생의 어머니입니다.

학폭 피해 가족들의 노력 끝에 이곳은 현재 아이들이 심리 치유를 받으면서 교과 과정도 이수할 수 있는 시도교육청 위탁 지정 센터까지 됐습니다.

센터 재학생의 부모님은 이렇게 말합니다.

"저희 아들이 처음에 학폭을 당했을 때 정말 둘다 이렇게 숨도 못 쉬었었어요. 집안이 엉망진창이 됐을 때 그때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이 알려줘서 겨우겨우 찾아간 곳이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알음알음 알아봐가지고 갔는데 거기는 그냥 피해자 센터가 아니라 일단 가족이 돼 주더라고요."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수없이 호소했는데…결국 문 닫는다



그런데 이곳이 내일(19일) 문을 닫습니다. 2013년 대전의 한 폐교에 자리를 잡았는데, 4년 전부터 건물 붕괴 우려가 있었고 최근 안전진단 E등급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 사이 건물을 새로 짓거나 이전을 하면 되는 것 아니었냐고요?

센터 학생들과 교사들은 보수나 이전을 끊임없이 요청했습니다. 교육부에도 교육청에도 정치권에도 수도 없이 호소했습니다. 현재 세 들어 있는 건물은 그린벨트 지역이라 신축은 할 수 없고 이전 밖에 방법이 없는데 문 닫는 시점까지도 이전 장소를 확정 짓지 않고 있습니다.

교육부는 "후보지는 있다"고 해명합니다. 또 다른 폐교 3곳입니다. 학부모들과 센터 측이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무려 1948년 지어진 곳도 있고요, 건물 상태는 지금보다 더 안 좋았습니다. 깊은 산골에 위치해 버스는 2시간에 하나씩 오고 인적까지 드뭅니다. 도저히 옮겨갈 만한 곳들이 아니라는 게 학생과 교사들의 설명입니다.

물론 정부에서 운영하는 비슷한 기관인 Wee센터나 Wee스쿨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곳들은 '위기 학생'을 관리하기 때문에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이 모두 모인다는 겁니다.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해맑음센터 학생들은 또 한 번 버림받았다고 느낍니다.
해맑음센터 재학생1
정말 아무렇지 않게 내일 너네 나가라 이거는 그냥 저희를 가해자들 속에 다시 던져놓거나 그냥 버려두는 거 아닌가요.


해맑음센터 재학생2
'교육부가 학생들을 버렸다.' 이 한마디로 모든 설명이 다 가능할 것 같고 또 입교 절차라는 게 있잖아요. 입교 절차가 하루 만에 끝, (그렇게) 되는 게 아닌데. 여기 있으니까 한번 봐라. 이거는 그냥 버려두고서 너희가 알아서 해... 너희가 재주껏 살아보라는 말밖에 안 되는 것 같아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혜민 기자(khm@sbs.co.kr)

▶ 네이버에서 S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가장 확실한 SBS 제보 [클릭!]
* 제보하기: sbs8news@sbs.co.kr / 02-2113-6000 / 카카오톡 @SBS제보

※ ⓒ SBS & SBS Digital News Lab. : 무단복제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