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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伊 언론 "젤렌스키가 교황에게 준 선물, 기독교 측면에선 결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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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피해 어린이를 어린 예수로 묘사해 논란 "메시아의 상실 의미"

"우크라이나 편 서달라"는 젤렌스키 호소에 교황청은 '중재자' 입장 되풀이

연합뉴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선물한 그림. 어린 예수가 검은 윤곽선으로만 그려져 있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바티칸=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주말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전달한 선물이 종교적으로 부적절해 교황에게 결례를 범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일간지 '일 파토 쿼티디아노'에 따르면 논란이 된 선물은 검은 윤곽선으로만 묘사된 어린 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 마리아의 그림이다.

지난 13일 이탈리아에 이어 바티칸시국을 찾아 프란치스코 교황을 접견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과 관련해 우크라이나를 적극 지원해 줄 것을 호소하면서 교황에게 이 그림을 전달했다.

이 신문은 저명한 언론인이자 역사가인 라니에로 라 발레 전 상원의원의 말을 인용해 "이 그림은 전쟁 피해 어린이들의 '상실'을 상징하는 것이지만 로마 가톨릭교회의 수장에게 어린 예수의 '상실'은 메시아의 상실, 즉 교회 제도의 존재 이유 자체를 상실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라 발레 전 상원의원은 "이 그림은 십자가에서 그리스도를 지우고 부활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외에도 방탄판을 활용한 작품을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선물했다. 이 작품에는 우크라이나 국기 색상의 줄무늬와 함께 가운데에는 붉은 배경에 성모 마리아가 그려져 있다.

지난 13일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바티칸시국을 찾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전쟁의 참혹함을 상징하는 작품을 선물한 반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평화의 상징인 올리브 가지를 형상화한 청동 조각품을 선물했다.

교황은 또한 평화와 형제애에 관한 여러 서적을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선물로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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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과 면담하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선물에서 드러난 양측의 입장 차이는 약 40분간의 면담이 끝난 뒤 나온 성명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나는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가 저지르는 범죄를 규탄해달라고 요청했다"며 "피해자와 침략자는 절대로 같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교황청은 "교황은 (면담에서) 가장 연약하고 무고한 전쟁 희생자들을 위한 인류애의 몸짓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를 편들기보다는 인도주의적 우려만 나타낸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교황에게 우크라이나 편에 서줄 것을 요구했지만 교황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의 중립적 중재자 역할을 맡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교황과 만난 뒤 이탈리아 방송에 나와 "교황님을 존경하면서 말씀을 올리자면 우리는 푸틴(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중재를 받을 수 없다"며 더 구체적 입장을 밝혔다.

'일 파토 쿼티디아노'의 마르코 폴리티 기자는 "지금까지 교황을 만난 국가 원수가 면담 테이블 위에 커다란 노트를 펼쳐놓고 요점을 적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며 "지도자는 교황을 만나서 말하기도 하지만 경청하기도 한다. 자신의 비전을 제시하는 동시에 종교적 권위자로부터 오는 관점을 환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런데 젤렌스키의 목표는 생각의 교환이 아니었다. 그는 교황을 압박해 푸틴을 범죄자로 규탄하는 데 동조하도록 하고, 자신의 '평화 계획'을 수용하도록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다"며 "하지만 교황청은 그 정도로 멍청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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