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할 권리마저 박탈당했다"…10·29 이태원 참사 인권실태조사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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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6일)은 이태원 참사 발생한 지 200일째가 되는 날입니다. 2022년 10월 29일, 좁은 이태원 골목길에서 158명의 희생자가 발생했고, 살아남은 1명도 2차 가해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산하 '인권실태조사단'은 참사 이후 피해자들이 겪은 인권 침해 사례를 조사해 참사 199일째인 어제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166쪽 분량의 보고서에는 유가족과 생존자, 이태원 지역 주민, 구조자 등 참사 피해자 26명의 피해 증언이 담겼습니다.
피해자들은 검찰과 경찰의 수사 과정,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 과정에서 다양한 인권 침해를 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일반 시민 사회와 언론의 2차 가해도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8뉴스에 담지 못한 다양한 인권 침해 사례를 취재파일에서 풀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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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인권 침해
-159번째 희생자 유가족 A
"(한덕수 총리가)너무 이상하게 얘기를 한 거예요. 마치 ○○이가 무슨 의지가 없어가지고 정부에서는 모든 치료 지원을 다 했음에도 불구하고 얘가 의지가 없어서 그냥 가 버린 애 마냥."
-유가족 B
"2차 가해라는 게 진짜 너무 힘들더라고요. 최고 열 받았던 게 김미나 창원시 의원. 그거는 2차 가해가 아니고 아예 죽인 거예요."-40대 희생자 유가족 C
"걔가 나이가 몇인데 이태원을 가느냐 이렇게 욕하는 친구들도 있었고. 그럼 그때마다 내가 변명을 해야 돼요. '걔는 놀러 간 게 아니고…'"
-10대 희생자 유가족 D
"(경찰이) 물어보는 질문들이, 저희 아이들 마약 사범으로다가 몰았잖아요. 마약은 아니더라도 '비행 청소년 정도는 되겠지'라는 식으로 밀고 가더라고요. 질문들이 그랬어요. 술을 마시지는 않는지, 담배를 피우지는 않는지. 왜 거기에서 그 질문이 필요했을지…."
-유가족 E
"검사 포함해서 여섯 분 정도 오셔서 검사분이 '지금 SNS상에서 마약 이야기가 떠돌고 있다. 한번 부검을 해보겠느냐'고 해서 저희들은 완강히 거부했죠. 그래서 알겠다고 존중한다고 하면서 일단 그냥 그렇게 돌아갔고."
-유가족 F
"(실종자 가족 대기실에 있는 동안) 기자들이 밖에 쫙 있었는데 정말 기자들이 원숭이 찍듯이 계속 정말 안을 찍었어요. 자기네들 휴대폰 벨소리 엄청 크게 해놓고 해서 '여기 실종자 가족들이 여기 있고요 뭐 어쩌고저쩌고'하면서…. 그 현장에는 진보와 보수가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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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자 "살아났지만, 숨기고 살아야"
-생존자 A
"백화점 갔는데 사람이 좀 많더라고요. 숨쉬기가 좀 힘들어서 그때 바로 나왔거든요. 사지도 못하고."
-유가족이자 생존자 B
"저는 아직 친구랑 지인을 한 번도 못 만났어요. 그 사람들은 저를 위한다 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해줄 수도 있겠지만 제가 못나서 그런 상처를 받을 것 같은 거예요."
-생존자 C
"우연치 않게 기사를 보게 됐는데 댓글이 너무 제가 생각했던 것의 반대인 거예요. 저는 그래도 국민이 저희 편인 줄 알았거든요. 놀러 가다가 죽었으니 당연히 그거다 이런 댓글들이 너무 아파서 바로 꺼버렸죠."-생존자 D
"저는 사실 주변에 알고 지냈던 친구로부터 가해자 소리도 들었어요. 저한테 댓글로 '언니 나는 생존자는 가해자이자 피해자라고 생각해' 이렇게 얘기를 하더라고요."
-생존자 E
"(치료비 지원)동사무소에 가서 제가 신청을 했어요. ○○시청 측에서 생존자인 거 사진 보내라고, 그냥 현장에서 찍은 사진을 아무것도 다 괜찮으니까 현장에 있었던 걸 증명해달라 이렇게 얘기를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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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자·지역 주민도 피해자"
-구조자 A
"살리지 못했죠. 며칠이 지나도 그 부분만 생각이 나는데 그게 죄책감이 더….-구조자 B
"내가 좀 더 일찍 (현장에) 들어갈 걸 괜히 상황 파악한다고 시간 낭비한 거 아닌가 이러고 되게 자책도 많이 하고 죄책감도 많이 가지고…."
-구조자 C
"제가 일을 음식점에서 했는데 알람음이 있었어요. 알람음이 사이렌 소리랑 많이 겹쳐서 공황이 와버렸어 가지고, 이건 일 못하겠다 싶어서 일 그만두고, 사실 지금도 일을 안 하는 상태예요."
-지역 주민 D
"사건 현장에 일주일 넘게 그냥 있었어요. 시신이 놓여 있던 바닥에 앉아 있기도 하고 허망함과 생각들에 집에 갈 수가 없었고, 매일 거기 앉아서 울었죠. 그러다가 지치면 가고."
-지역 주민 E
"청년들한테 즐길 수 있었던 그 타이밍을 그렇게 망가뜨렸고, 상인분들한테는 이 상권을 살리기 위해서 되게 노력들 많이 하셨을 텐데…." "완전히 (상권이) 죽었어요. 코로나 때보다 더 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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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방치 속 피해자 인권 외면"
조사단은 보고서 결론 부분에 "10월 29일 국가는 없었다. 진실규명도 묻힐 위기에 처해있다. 국가는 인간 존엄과 평등을 해치는 혐오와 폭력을 조장, 방치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이태원 참사뿐 아니라 참사 이후의 애도와 추모, 피해자 지원 등 전 과정에서 발생한 인권 침해도 국가가 막지 못했다는 겁니다.
조사단은 이태원 참사 자체를 '국가에 의한 거대한 인권 침해 사건'으로 정의했습니다. 특히 국가가 ▲생명과 안전을 보장할 책무 ▲피해자 존엄과 권리를 보장할 책무 ▲적절한 지원을 체계적으로 마련하고 제공할 책무 ▲진상을 밝히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책무 ▲추모와 애도를 보장할 책무 등 국가의 마땅한 책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랄라 다산인권센터 활동가(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위원회)는 "이번 보고서는 다 쓰인 것이 아니라 앞으로 더 쓰여야 할 이야기의 시작"이라고 말했습니다. 보고서에는 보고서의 작성 이유에 대해 "모든 인간은 자신의 안위를 혼자서 해결할 수 없다. 우리 사회는 반복되는 참사에도 구조적 문제 해결 없이 위기 상황과 피해만을 간신히 모면하는 대응을 해왔다"라며 "지금 국가와 사회의 기준으로는 비극을 멈출 수 없다.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사공성근 기자(402@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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