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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이슈 5·18 민주화 운동 진상 규명

“한사람만 들어줬다면 안 아팠을 것”…5·18 계엄군 성폭력 피해자 40년 만의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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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군 성폭력 피해자들, 2021년 5·18 보상법 개정으로 40년 만에 피해 사실 인정받을 방법 생겨

당시 집단 성폭행 당한 여고생·여대생 등 대다수 피해자들 트라우마로 진술 거부하거나 사망

세계일보

SBS 캡처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저지른 성폭력 사건에 대해 국가 차원의진상 규명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피해자의 목소리가 40여년 만에 전해졌다.

15일 SBS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퇴근길 계엄군에 의해 끌려가 성폭행을 당했다는 김수연(가명)씨와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김씨는 그날의 일을 떠올리지 않으려 노력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당시 영문도 모른 채 상무대로 끌려갔다는 김씨는 “(계엄군 세 사람 중) 두 사람은 계급이 있고, 한 사람은 계급이 없었다고 기억한다. 그때 내가 집으로 걸어왔는가, 택시를 타고 왔는가 기억이 전혀 안 난다”고 진술했다.

SBS는 김씨가 그 동안 겪은 아픔에 대해 ‘지난 40년의 기억 대부분은 흩어졌지만, 계엄군의 만행만큼은 몸과 마음 곳곳에 짙은 흉터를 남겼다’고 설명했다. 90년대부터 5·18 민주화운동 관련 피해자들 증언이 터져나왔지만, 성폭력 피해자는 피해자로 인정받기까지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김씨는 “맞은 사람만 피해자고, 우리는 피해자가 아니었으니까요”라며 “들어줄 사람 한 사람만 있었으면 안 아팠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세계일보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 의해 성폭력을 당한 김수연(가명)씨가 SBS에 심경을 털어놓고 있다. SB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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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 5·18 보상법 개정으로 성폭력 피해자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40여 년 만에 열렸다.

최근 5·18진상규명위원회가 밝힌 계엄군 성폭력 통계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 정황이 드러난 51건 가운데 절반 이상은 피해자 진술 거부, 피해자 사망 등으로 조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피해자 대부분은 여고생이나 여대생 등 젊은 여성들이었으며 집단 성폭행도 다수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여성들은 상당수 정신 질환을 앓고 있었고, 이 중 한명은 정신 질환을 앓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자신의 성폭력 피해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꺼리고, 트라우마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홍인화 5·18민주화운동기록관장은 “‘내가 성폭력을 당했다’고 말하고 싶어 하지도 않고, 설득시켜서 겨우겨우 이야기하면 그다음 뭘 해야 하지, 그 후속 조치는 누가 해야 하지, 이제 (방법이 없으니까0”라고 그 동안의 고충을 털어놨다.

오는 7월 5·18민주화운동 계엄군 성폭력에 대한 피해 접수가 처음으로 시작된다. 김씨는 “여럿이 이제 모인다면 목소리는 내고 싶어요. 혼자는 못 하니까”라고 말했다.

서다은 온라인 뉴스 기자 dad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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