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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총선 이모저모

"김남국 힘내세요" 쏟아진다? 총선 전 또 '포털 촌극' 열릴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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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매스스타트 결승전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김보름 선수의 모습. 당시 '왕따 주행' 논란으로 마녀사냥을 당했지만 최근 노선영 전 선수에 손해배상 청구 재판에서 일부 승소해 5년만에 명예회복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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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오후 6시 30분 포털사이트 다음의 모바일 뉴스에서 ‘윤석열’을 정확도순으로 검색하면 첫 화면엔 15개의 뉴스가 제공됐다. 그 중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오전 스승의날을 맞아 진행한 현장 교원 초청 행사 관련 기사는 2개였고, 그나마 제일 먼저 제시된 기사는 〈국기에 대한 경례하는 윤석열 대통령〉 사진 기사였다. 반면 윤 대통령과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 기사는 9개였고, 그 중엔 〈십자가 앞세우고 행진 “국민 도탄 윤석열 정부”〉, 〈윤석열 정부 1년, 중징계 처분 검사는 1명〉과 같은 기사였다.

#. 최근 네이버와 카카오(다음)는 나란히 ‘키워드 추천’ 서비스 도입 계획을 밝혔다. 특정 집단이 여론 조작을 할 수 있다는 논란에 2020년(다음)과 2021년(네이버)에 차례로 폐지됐던 ‘실시간 검색어(실검)’ 서비스를 사실상 부활시키는 내용이었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또 다시 공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편향적인 뉴스 알고리즘 문제가 꾸준히 문제되는 상황에서 실검 부활 논란까지 더해지면서다. 특히,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정치권 입장에선 가뜩이나 거대화된 포털이 편향성 논란을 다시 일으킬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여권 관계자들은 지난 7~8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방한해 한·일 정상이 12년 만의 셔틀 외교를 복원할 당시 “포털의 뉴스 배열에 큰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15일 “윤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와 만나 무슨 얘기를 했는지 등의 뉴스가 먼저 제시되는 게 정상 아니냐”며 “네이버나 다음에서 ‘관련도순’(네이버), ‘정확도순’(다음)으로 기사를 보면 정상회담 내용은 찾기 어렵고, 누가 어떤 비판을 했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고 지적했다. 실제 본지가 15일 오후 ‘윤석열’ 키워드로 검색했을 때도 윤 대통령의 이날 일정 관련을 전하는 기사 대신 윤 대통령을 비판하는 기사가 다수 배치됐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윤 대통령 취임 1주년을 하루 앞둔 지난 9일 페이스북에 “포털 네이버 뉴스란에 ‘윤석열’을 검색어로 입력하면 기막힌 현실이 펼쳐진다. 지난 1년 숱한 성취를 이뤄냈음 불구하고 그에 관한 뉴스는 아예 실종된 것처럼 보인다”고 적었다.

이런 상황에서 사실상의 실검 부활 시도는 비판 여론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네이버는 올해 하반기 ‘트렌드 토픽’이라는 키워드 추천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다. 다음은 지난 10일부터 비슷한 성격의 ‘투데이 버블’ 서비스를 시작했다. 키워드 추천이란 웹사이트에서 자주 언급되는 키워드를 인공지능(AI)이 선정해 사용자에게 보여주는 서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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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의 주범 김동원 씨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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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 서비스와 달리 개인 사용자마다 서로 다른 키워드를 추천해 집단적 여론조작이 일어날 여지가 적다는 게 포털업체의 주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포털업체가 가진 막강한 영향력에 비해 사회적 책임은 부족한 상황에서 ‘유사 실검’ 서비스가 자칫 특정 정치집단에 의해 여론이 왜곡되는 창구가 되는 일이 반복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훈 경희대 미디어학과 교수는 “포털 실검에서는 의도적인 왜곡을 하지 않더라도 큰 목소리는 더 커지고, 작은 목소리는 더 작아지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회자되는 것이 ‘왕따 주행’ 논란이다. 스피드 스케이팅 국가대표로 2018년 2월에 열린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했던 김보름 선수는 노선영 전 선수를 따돌렸다는 의혹으로 ‘마녀사냥’을 당했다. 당시 네이버 실검 1~3위에 김 선수의 이름이 오르내리며 네티즌의 공분을 산 것이 주효했다. 욕설 피해자였던 김 선수는 사건 발생 5년이 지난 13일에야 노 전 선수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재판에서 일부 승소하며 명예회복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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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포털의 기능이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경우도 있었다. 2017년 치러진 19대 대선을 앞두고 일어난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이 대표적이다. 2019년 조국 사태 당시에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이 올린 ‘조국 힘내세요’라는 키워드가 단시간에 네이버 실검 1위에 올랐고, 이에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조국 사퇴하세요’ 검색어를 잇달아 올리는 등 경쟁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실검 서비스가 사실상 부활되면 ‘김남국 (의원) 힘내세요’와 ‘김남국 사퇴하세요’ 경쟁이 다시 벌어지는 촌극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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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나란히 걷고 있다. 여권에서는 "당시 한·일정상회담에도 '윤석열'을 검색하면 윤 대통령을 비판하는 기사만 상위권에 올랐다"는 비판이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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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는 이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때부터 포털의 중립성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110대 국정과제에도 포함된 포털 개혁을 정부 출범 2년 차에는 성공시키겠다는 게 여권의 계획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2일 포털이 뉴스 서비스로 벌어들인 광고수익 등 손익내역을 정부에 의무적으로 제출하는 ‘포털 사회적 책임법’(신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당 지도부는 포털업체가 ‘검색광고’를 통해 과도한 이익을 얻고 있다고 보고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한 개선책을 찾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15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포털개혁에 대한 당의 입장은 ‘끝까지 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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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사태가 발발한 2019년 8월 28일 당시 오전 11시 기준 네이버 연령대별 급상승 검색어. '조국힘내세요'와 '조국사퇴하세요' 검색어가 1,2위를 다투는 등 사실상 친조국-반조국 네티즌 간 댓글 대결이 열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네이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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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특히 기사 배치, 실검 순위 등을 정하는 알고리즘의 투명성이 제고되지 않는 한 여론 조작이 재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도준호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포털은 나름대로 공정성을 지킨다고 하지만, 알고리즘은 마치 ‘블랙박스’와 같아서 외부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키워드가 배열되는지 알기 어렵다”며 “실검 서비스가 상업적으로 이용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는 “포털업체는 영업 비밀이라는 이유로 뉴스 알고리즘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AI가 하는 일이라고 강조하고 있다”며 “하지만 애초 알고리즘을 만드는 건 사람이기 때문에 객관적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카카오, 들어오라고 해”…반복되는 권력과 포털의 긴장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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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을 비롯한 증인들이 지난해 10월 24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소관 감사대상기관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김범수 센터장,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 이해진 네이버 GIO, 홍은택 카카오 대표이사, 박성하 SK C&C 대표이사. 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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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너무하군요. 들어오라 하세요.”

2020년 9월 8일 당시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 윤영찬 의원의 휴대전화 화면을 찍은 언론 사진엔 이같은 내용이 포착됐다. 당시 야당이던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다룬 기사가 포털 메인 뉴스에 자리잡자 국회 본회의장에 앉아있던 윤 의원이 “주호영 연설은 바로 메인에 반영되네요. 카카오에 강력히 항의해주세요”라며 보좌진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였다. 포털업체를 관장하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이던 윤 의원이 카카오 직원을 국회로 소환하는 방식으로 포털의 뉴스 편집권 문제에 개입하려하자 정치권은 시끌시끌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5공 시절 보도지침”, “포털 군기잡기”라며 윤 의원을 맹공했다.

네이버 출신인 윤 의원의 메시지가 언론 카메라에 ‘박제’되면서 정치권과 포털의 관계를 나타내는 상징적 장면으로 남게 됐지만 포털의 공룡화 뒤 역대 정부와 포털업체는 늘 긴장관계였다. 흔히 레거시 미디어로 부르는 기존 신문·방송사를 “언론 기득권”으로 적대시한 노무현 정부는 포털을 통해 언론을 통제하려했지만 역설적으로 포털의 영향력이 과도해졌다. 이후 역대 정부는 매번 칼을 빼들어 포털 개혁을 외쳤지만 늘 용두사미로 끝나곤 했다.



여야 공수전환되면 달라지는 입장

2008년 이명박 정부 초기 한나라당 소속 심재철·김영선·진성호 의원 등 여당 의원들은 포털의 뉴스 편집 기능을 제한하는 일명 ‘포털규제법’을 줄줄이 발의했다. 2013년 박근혜 정부 초기에도 새누리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가 태스크포스(TF)까지 꾸려 대형 포털의 과도한 독점을 규제하는 방안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은 여당의 포털 개혁 추진에 “포털규제법을 통해 대형 포털을 위축시킨다. 진보·중도적 언론들이 그나마 기를 펴고 있는 뉴스 소비 구조에 타격을 입히려는 방식”(2013년 8월 박범계 의원)이라고 비판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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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나선 가운데 네이버 부사장 출신인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호영 원내대표 연설과 관련해 보좌진과 문자메시지를 주고받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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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며 여당이 된 민주당은 포털 개혁에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 민주당은 언론 개혁의 핵심 과제 중 하나로 포털 규제를 선정했고, 2021년 미디어혁신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인터넷 뉴스 포털 혁신 방안 마련에 나섰다. 김의겸 의원 등은 포털 자체의 기사 배열 및 추천을 금지하고 아웃링크(뉴스를 클릭하면 언론사 홈페이지로 연결되는 방식)를 강제하는 내용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과거 여당이던 국민의힘이 주장했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은 법안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여야가 바뀌면 포털에 대한 공수 교대도 함께 바뀌는 게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각 정부가 원하는 것은 중립적인 미디어 거버넌스를 세우고 공정성이 바탕이 된 포털 환경을 만드는 것이 아닌 것 같다”며 “과거 정부의 포털 개혁은 정권 입맛에 맞게 포털을 길들이려는 목적으로 보였다”고 비판했다.



“포털 통한 여론 통제 아니냐” 비판 여론

포털의 거대화에 따라 규제에 영향을 받는 사용자도 수천만명에 달한다는 점에서 포털 개혁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로 통한다. 포털이 자체 편집한 뉴스를 제공받는 게 뉴스 수용자 입장에선 더 간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어 사실상 독점에 가까운 포털 뉴스를 개혁하려 해도 소비자의 반발이 상당한 것이다. 포털업체가 민간 기업이라는 점도 개혁을 어렵게 하는 지점이다. “민간 기업에 과도한 개입을 하려 한다”는 비판이 늘 뒤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어려움 때문에 대선과 총선 등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는 표심이 멀어지는 것을 우려해 정치권은 포털 규제에서 한발짝 물러서는 모습을 반복해왔다. 포털 규제를 당론으로 추진하던 새누리당도 20대 총선을 앞둔 2015년 포털의 편향성 문제를 법적 규제가 아닌 자율 규제로 풀어야 한다며 방향을 전환했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국민의힘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청년층의 여론이 안 좋아지면서 방향을 틀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치권이 애매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시선도 있다. 정치권의 집중 비판을 받던 포털업계가 일부 요구를 수용하고 나면 정치권 입장에선 포털을 통해 뉴스 기사 배열 등에 영향력을 끼치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치권 입장에선 레거시 미디어보다는 포털이 통제하기 더 낫다고 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성·김다영·전민구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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