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과 친분·정진상에 '옥중 면회' 등 공소장에 설명
공모관계 적시는 안해…배임 본류 수사 본격화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 |
(서울=연합뉴스) 박형빈 이도흔 기자 = 검찰이 백현동 개발사업의 '대관 로비스트'로 지목된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성남시장 재직 당시 '성남시의 비선실세'로 규정했다.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김 전 대표의 공소장에는 검찰이 파악한 김 전 대표와 이 대표,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오랜 인연이 자세히 적혔다.
검찰은 김 전 대표가 친분을 토대로 정씨에게 '옥중 로비'를 하고, 이를 통해 발생한 이익을 법적 문제 없이 나눠 갖기 위해 소송전까지 벌인 정황도 공소장에 담았다.
◇ "김인섭, 이재명 위해 사비 들여 여론조사·선거사무소 선점까지"
검찰은 공소장에 김 전 대표에 대해 "성남시의 각종 사업에 대한 인허가뿐만 아니라 성남시 공무원의 인사에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소위 '비선 실세'로 통했다"고 적시했다.
검찰은 김 전 대표와 이 대표, 정 전 실장 사이 인연의 시작을 2005년 무렵으로 파악했다.
이듬해 성남시장 후보로 출마하려던 이 대표가 평소 시민운동을 하며 친분을 쌓은 김 전 대표를 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고, 자원봉사자로 캠프에 들어온 정 전 실장과도 이때 처음 인연을 맺었다는 것이다.
이후 김 전 대표는 2008년 총선에서도 이 대표의 성남 분당갑 출마를 조언했고, 2010년 지방선거도 도왔다고 한다.
김 전 대표는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사비를 들여 여론조사를 하기도 했다.
이 대표가 2014년 성남시장 재선에 도전할 때도 김 전 대표는 이 대표의 요청을 받은 뒤 사비를 들여 선거사무소를 선점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김 전 대표는 이 대표가 당시 '형수 욕설' 사건으로 지지율 난조를 보이자 정 전 실장에게 관련 대응 방법을 조언하는 등 수시로 그와 선거 전략을 논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또 정 전 실장이 성남시 정책비서관으로 재직 중이던 2015년 4월 1일부터 이듬해 4월 6일까지 1년여 동안 김 전 대표와 거의 매일 통화하거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으로 파악했다.
정진상 실장 |
◇ "옥중서도 정진상 접견 통해 로비"…이재명·정진상도 수사 전망
김 전 대표는 이런 친분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로비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민간업자인 아시아디벨로퍼 회장 정모씨가 백현동 개발사업을 추진한다는 사실을 알고 접근, 당시 시장이던 이 대표 및 정 전 실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민원을 해결해줄 테니 대가로 사업 지분 중 일부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후 김씨는 정 회장의 요구에 따라 정 전 실장에게 '주거 용지와 R&D 용지 비율을 7:3이나 적어도 6:4가 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
성남시는 당초 부지 용도를 준주거지역으로 변경하면 주거 용지와 R&D 용지 비율이 최소 5:5는 돼야 한다고 판단했지만, 이후 6:4로 승인 기준을 낮췄다.
검찰은 김 전 대표가 2015년 2∼3월께 정 전 실장에게 '성남도시개발공사까지 참여시키면 사업 수익성이 너무 악화한다'며 공사의 사업 배제도 요청한 것으로 파악했다.
특히 김 전 대표가 안양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2016년 1월에는 장소 변경 접견을 온 정 전 실장에게 '지구단위계획을 넣었는데 한번 살펴보라', 'R&D 부지 전체를 다 기부채납하는데, 성남도개공까지 들어오면 사업이 어려워진다'며 '옥중 로비'도 재차 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남시는 이후 성남도개공의 사업 참여를 배제했고, 100% 민간임대아파트 공급 조건도 10%로 줄이며 나머지를 일반분양 아파트로 공급할 수 있도록 변경했다.
김 전 대표는 사업 승인 뒤인 2017년 법적으로 문제의 소지를 남기지 않기 위해 정 회장에게 아시아디벨로퍼가 보유한 회사 지분을 양도해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한 후 화해권고 신청을 통해 로비 대가 74억5천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김 전 대표의 공소장에 이 대표와 정 전 실장의 공모 여부는 적시하지 않았다.
다만 사업의 최종 승인자가 당시 시장이던 이 대표인 만큼, 이들에 대한 배임 혐의 수사도 본격화할 방침이다.
검찰은 최근 김 전 대표의 '팔영회'(전남 고흥 출신 모임) 후배로 백현동 개발 사업 실무를 맡았던 성남시 도시계획과 소속 공무원 김모 씨를 불러 조사하는 등 '윗선'의 개입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이밖에 김 전 대표의 측근이 이 대표의 '검사 사칭'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에서 이 대표에게 유리한 진술을 한 혐의(위증)와 이 대표의 위증 교사 혐의도 수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이 측근은 김 전 대표가 구속된 이후에도 거의 매일 면회하거나 서신을 주고받으며 로비 통로 역할을 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binz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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