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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5·18 민주화 운동 진상 규명

5·18 역사공간 '들불야학' 보존될까…2년간 논의 지지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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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터 2곳, 광천동성당 이미 사라져·시민아파트는 철거 임박

광주시·서구·조합·천주교 4자 협의체, 결론 못 내고 답보

연합뉴스

철거 앞둔 광주 서구 광천시민아파트
[연합뉴스 자료사진]


(광주=연합뉴스) 정다움 기자 = 광주 도심 대규모 재개발 사업지에 속한 5·18 민주화운동 역사 공간의 보존방안 논의가 수년째 답보 상태다.

각 책임 주체가 실무협의체를 구성한 지 2년이 흘렀으나, 서로 눈치만 살피며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한 사이 철거 일정은 점점 다가오고 있다.

15일 광주 서구 등에 따르면 광천동 성당과 광천시민아파트가 속한 광천동 일원 재개발 사업지가 관리처분계획 인가 절차를 밟고 있다.

관리처분계획 인가는 재개발사업 행정절차의 마지막 단계이다.

다음 달로 예상되는 관리처분계획 인가가 나오면 올해 하반기 이주와 철거 등 본격적인 아파트 건설에 돌입한다.

광주 최대 규모의 재개발사업이 추진되는 이곳에는 들불야학의 무대였던 광천동 천주교성당과 시민아파트가 있다.

들불야학은 1978년 설립된 노동 야학으로, 광천동 성당 교리실에서 출발해 학생 수가 늘자 바로 옆 시민아파트의 윤상원 열사 거처로 배움터를 옮겼다.

5·18 시민군 대변인을 지낸 윤 열사 등 들불야학의 교사와 학생 다수는 1980년 5월 당시 항쟁 지도부와 시민군으로 참여했다.

시민아파트 배움터에서는 항쟁 소식을 전하는 '투사회보'가 제작됐고, 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노래 '님을 위한 행진곡'의 사연과도 연결돼 있다.

이같은 역사성 때문에 광천동 재개발사업이 본궤도에 오르자 시민아파트와 성당의 원형 보존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5·18단체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잇달아 제기됐다.

현재 광천동 성당의 경우 이미 철거돼 교리실 일부 벽면만 공터에 남아있고, 시민아파트는 일부 세대가 거주 중이나 사실상 방치 상태에 놓여있다.

들불야학의 가치에 공감대를 이룬 광주시, 서구, 재개발조합, 천주교 광주대교구는 2021년 5월 25일 4자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시민아파트와 성당 보존에 협력하기로 했다.

실무협의체는 꾸려졌으나, 참여 주체 간 허심탄회한 의견교환이 없었던 탓에 2년간 논의는 별다른 성과 없이 지지부진했다.

시민아파트의 경우 전체 3개 동 가운데 들불야학 배움터였던 1개 동을 보존하자는 제안이 나온 이후 구체적인 절차나 방법은 논의조차 없는 상황이다.

연합뉴스

광주 광천동성당에 남은 들불야학 옛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성당은 과거와 같은 양식으로 다시 짓자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으나 후속 논의는 마찬가지로 공백인 상태다.

5·18 역사 공간 보존을 위해 사유재산 일부를 양보해야 하는 조합은 광주시와 서구 등 자치단체에 상응하는 보상을 요구한다.

재개발 사업 행정절차가 막바지에 이른 만큼 시와 구가 보다 적극적인 협상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조합은 촉구한다.

조합 관계자는 "철거 대신 보존을 택한 조합원들에게 상응하는 이득이 돌아가야 한다"며 "그런데도 광주시와 서구는 어떤 조건도 제시하지 않고 있어 논의에 진척이 없다"고 말했다.

관할 기초지자체인 서구는 여전히 들불야학 보존과 관련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서구 관계자는 "올해 안으로는 어떠한 방향으로는 논의가 정리될 것"이라며 "구체적인 시기와 방안은 미정이다"고 설명했다.

광천동 재개발 사업은 광주 서구 광천동 일대 42만6천380㎡에 5천611세대가 입주하는 아파트 53개 동을 짓는 대규모 주택단지 건설사업이다.

조합원 숫자만 2천300여 명으로 광주 최대규모 재개발 사업이자 전국적으로도 흔치 않은 규모이다.

da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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