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9 (토)

이슈 미술의 세계

친구에게 한마디도 안 한 이 남자, 호퍼 알고 싶다면 이 책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호퍼 전시 맞아 작품 세계, 삶 보여주는 책 2종 출간
한국일보

호퍼 A TO Z 표지


미국을 대표하는 화가 에드워드 호퍼(1882~1967). 도시인이 느끼는 숙명적 고독함을 예술로 표현해낸 그에게 매혹당한 이들이 어디 미국인 뿐일까.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국내 첫 개인전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는 개봉 보름여 만에 6만 명이 찾을 정도로 한국 관객의 마음을 빼앗았다. 호퍼의 삶과 작품 세계를 설명하는 책들도 전시에 맞춰 연이어 출간됐다.

독일 미술사학자 얼프 퀴스터가 쓴 ‘호퍼 A-Z’(한길사 발행)는 26개 알파벳 글자를 키워드로 호퍼의 삶과 작품 세계를 설명한 책이다. 그중 호퍼 부부와 자주 만남을 가진 친구이자 작가 더스 패서스 부부가 호퍼의 과묵함을 표현한 대목이 인상 깊다. “우리 부부가 집에 놀러 가도 호퍼는 한마디도 하지 않곤 했다. 그러다가 우리가 어디에 가야 해서 일어나려고 하면 호퍼가 무슨 말인가 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취미조차 쓸쓸했다. 슬럼프 때는 주로 영화나 연극을 보거나 문학책을 읽었다. 자동차 여행을 자주 했는데 미국의 거대한 대지가 주는 명상적 단조로움에서 그림 소재를 찾았다. 정치적으로 보수였지만 존 F 케네디의 영부인 재클린 케네디가 백악관에서 열린 전시회에 호퍼의 수채화를 전시했을 때는 매우 기뻐했다. 호퍼 애호가라면 솔깃할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한국일보

에드워드 호퍼 그래픽 노블 표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호퍼 삶을 처음부터 좇아가고 싶다면 ‘에드워드 호퍼 그래픽 노블’(이유출판 발행)을 권한다. 미술학교 학생 시절부터 일러스트레이터 시절, 인생 후반부 성공과 죽음을 압축적 대화와 만화를 통해 연극처럼 그려냈다. 특히 호퍼의 아내인 조세핀의 진면목을 발견할 수 있다. 촉망받는 예술가였지만 가부장적인 호퍼와 결혼한 후 주부의 역할에 머물게 된다. 그러면서도 호퍼의 매니저, 모델로 호퍼 예술을 지탱한다. 각자 이유로 불행했던 그들, 그러나 평생 함께했던 그들이 서로 받아들이는 과정이 먹먹하게 펼쳐진다.

호퍼의 예술 세계도 엿볼 수 있다. 사진이 발달하면서 ‘현실을 그린’ 사실주의 회화보다 추상 회화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호퍼는 그런 추상 회화를 “할 말이 있어도 말을 할 수 없는, 해독 불가능하고 무기력한 회화의 방식”이라고 비판하고 자신만의 사실주의적 회화 스타일을 발전시켰다. 잭슨 플록과 함께 ‘미국 미술의 양대 축’이라고 불리는 것도 거부했다. “대다수 미국인처럼 나 역시 여러 인종이 뒤섞인 결과물이다. 미국적 풍경을 그리려 한 적이 없다. 난 나 자신을 그리려 노력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