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히로시마 평화 기념 자료관 내부 모습. 원자폭탄이 떨어진 1945년 8월 히로시마 풍경이 담긴 전시물이 설치돼 있다. 히로시마=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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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19~21일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기간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참가국 정상들이 히로시마평화기념자료관에 방문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요미우리신문 등이 11일 보도했다.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지고 10년이 지난 1955년 개관한 이 자료관에는 원폭 피해 실상을 보여주는 각종 전시물과 핵무기 위험성을 알리는 자료와 영상물이 전시돼 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원폭 실상을 반드시 (해외 정상들이) 봐야 한다’며 자료관 방문을 강력하게 추진해왔다. 아사히신문은 “자료관 견학을 통해 피폭 실상을 각국 정상에 전하고 핵 군축 및 핵 확산 방지 분위기를 띄우고 싶은 생각”이라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오른쪽)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대통령실 제공) 2023.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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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7개국 및 한국을 비롯한 초청국 8개국 등 15개국 정상의 자료관 방문은 성사 단계라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승전국인 미국 프랑스 영국 등은 애초 이 제안에 거부감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NHK방송은 이날 “핵을 둘러싼 각국 입장은 다르다”며 “특히 미국은 2차 대전을 빨리 끝내기 위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투하)이 필요했다는 생각이 강하고 (내년) 대선까지 앞두고 있어 난색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자료관을 어디까지 둘러볼지도 논란이다. 자료관은 핵무기 위험성과 히로시마 재건 역사를 다룬 동관(東館)과 원폭 투하 후 참상을 보여주는 본관으로 이뤄졌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자료관 방문 자체가 무산되지 않도록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5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히로시마 원폭희생자위령비에 참배한 뒤 자료관을 들렀을 때도 동관만 잠시 머물렀고 본관은 가지 않았다.
각국 정상의 자료관 관람을 무리하게 추진한다면 태평양전쟁을 일으켜 동아시아를 비극의 구렁텅이에 빠트린 전범국 일본이 책임은 회피한 채 피해자 입장만 강조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정부는 G7 정상회의 마지막 날인 21일 한일, 한미일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향으로 조율하고 있다고 산케이신문이 11일 보도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21일 자료관 인근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 함께 참배한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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