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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이슈 미술의 세계

[단독]美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미술관 100주년 빛낸 고려청자… “韓미술품 연구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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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아트 워싱턴 전시] 亞도자기 전시 ‘피콕 룸’ 가보니

9500점 기증자 저택 해체해 옮겨와… 세계 3점뿐인 ‘청자 진사주전자’ 등

국보급 포함 韓미술품 800여점 소장 “韓미술 전담 큐레이터 채용 진행”

“이 방의 주인이었던 찰스 랭 프리어(1854∼1919)는 아시아와 서양 미술을 같은 선에 놓고자 했습니다. 미국 화가가 디자인한 방에 한국 중국 일본은 물론이고 시리아 도자기까지 놓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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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미술관(NMAA)을 대표하는 공간인 ‘피콕 룸’. 메인 벽 정면에 제임스 휘슬러의 회화 ‘도자기 나라의 공주’(1863∼1865년)가 걸려 있고, 이를 중심으로 금빛 진열장에는 고려 청자를 비롯해 아시아 각국 문화재급 도자기 200여 점이 놓여 있다.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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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미술관(NMAA)의 큐레이터 다이애나 그린월드가 미술관의 가장 화려하고 역사적인 공간 ‘피콕 룸’(The Peacock Room·공작새의 방)을 소개하며 말했다. 피콕 룸은 NMAA에 미국과 아시아 미술품 약 9500점을 기증한 재력가 프리어의 디트로이트 자택 방을 해체해 미술관으로 옮겨온 것이다.

프리어의 대규모 기증으로 1923년 미국 내셔널 몰에 처음으로 생긴 미술관이자 미국의 대표적인 아시아 미술관인 NMAA가 올해로 설립 100주년을 맞았다. NMAA는 1일부터 14일까지 100주년 기념 축제를 개최하며 뉴욕타임스(NYT),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세계 언론사 기자들을 초청해 전시관과 향후 계획을 소개했다. 동아일보는 국내 언론사로 유일하게 이곳을 찾았다.

● 고려청자와 휘슬러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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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단 3점만 확인된 고려시대 청자 진 사 주전자.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미술관 제공


직접 찾은 피콕 룸에는 미국 화가 제임스 휘슬러(1834∼1903)의 회화 ‘도자기 나라의 공주’가 걸려 있고, 공작새 두 마리가 노니는 벽화가 푸른 배경에 금빛 물감으로 그려져 있었다. 아시아의 창호를 연상케 하는 격자무늬 진열장에는 고려청자, 중국 균요 자기, 일본 사쓰마 자기와 시리아 라까 자기 등 아시아의 문화재급 도자기가 놓여 있었다.

피콕 룸의 정식 명칭은 ‘파란색과 금색의 조화: 피콕 룸’. 이 방은 1876년 영국 리버풀에서 휘슬러가 처음 만들었고, 프리어가 1904년 매입해 27개 상자에 담아 배로 미국에 가져왔다. 그린월드 큐레이터는 “과거 이 방엔 중국 청화백자가 놓여 있었으나 프리어가 다양한 아시아 지역의 도자기로 바꾸었다”며 “현 모습은 1908년 사진을 참고해 복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콕 룸은 지난해 30년 만에 리모델링 작업을 거쳐 9월 재개관했다.

프리어는 휘슬러와 가까이 지내며 아시아 미술에 눈을 떴다. 1892년부터 사망한 1919년까지 한국 중국 일본과 이슬람 국가 도자기 1300여 점을 수집했다. 한국 미술품은 1890년대 일본 갤러리 야마나카 앤드 컴퍼니의 뉴욕 분점에서 처음 접했고 1907년에는 조선의 미국인 외교관이었던 호러스 알렌의 도자기 컬렉션도 매입했다. 그는 이렇게 모은 미술품들을 비교하며 감상했다.

NMAA는 프리어의 이런 정신을 받들어 아시아 미술의 다양성과 연결을 연구하고 교육하는 것을 모토로 삼는다. 체이스 로빈슨 관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미국을 국빈 방문했을 때 김건희 여사가 미술관을 찾았다. 예정에 없었지만 양해를 구한 뒤 김 여사에게 피콕 룸을 보여줬다”고 했다. 이어 “김 여사가 피콕 룸을 보는 순간 탄성을 질렀다”며 “피콕 룸으로 우리 미술관의 소장품과 역사를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 “한국 미술 연구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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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미술관(NMAA) 내 한국관 전경. 미술관이 소장한 미술품들은 기증자 찰스 랭 프리어의 유지에 따라 외부 대여를 거의 하지 않아 이곳에서만 감상할 수 있다.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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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따르면 소장품 중 한국 미술품은 총 800여 점이다. 이는 중국(1만3000점), 일본(1만5000점)에 비하면 적은 수이지만, 국보급 문화재들이 포함돼 있다. 고려청자가 다수를 차지하며, 고려 불화도 3점이 있다. 고려 불화는 세계적으로 200여 점이 남아 있다.

한국관에서는 전 세계에 단 3점뿐인 명품 ‘청자 진사 주전자’를 볼 수 있었다. 나머지 두 점은 한국의 리움미술관, 독일 함부르크 미술공예박물관에 있다. 리움 소장품은 국보다. 담당 큐레이터 키스 윌슨은 “청자 진사 주전자의 붉은빛은 동(銅)을 안료로 사용해 내는데, 가마의 온도를 정확히 맞춰야 하는 까다로운 기법”이라며 “12, 13세기 고려의 선진 기술을 볼 수 있는 사례”라고 했다.

로빈슨 관장은 “미술관은 현재 한국 미술 전담 큐레이터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미국 내외 관련 기관과 협업하고 한국 미술 소장품도 늘려 나갈 계획이다.

“2025년말 ‘이건희 컬렉션’ 2개층에 대규모 전시”

NMAA 관장-큐레이터 인터뷰
“외부 소장품 기획전 최대규모 될 것
韓작가 2인, 미술관 새 100년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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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미술관 체이스 로빈슨 관장 (오른쪽)과 큐레이터 캐럴 허. 관장 집무실에는 한국 고대 장식 기와인 ‘치미’ 모형이 있었다. 워싱턴=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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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미술 작가 두 명이 우리 미술관의 향후 100년의 문을 열게 됩니다.”

미국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미술관(NMAA)에서 2일(현지 시간) 만난 현대미술 큐레이터 캐럴 허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올해 10월 NMAA에 새롭게 문을 여는 현대미술 갤러리의 개관전인 ‘박찬경 개인전’의 전시 기획을 맡았다.

미술관 곳곳에서 열린 100주년 기념 축제에는 갓 만들기, K팝 댄스 클래스 등 한국 문화 체험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었다. 김치 만들기 강좌는 가장 먼저 신청 표가 매진될 정도였다. 허 큐레이터와 체이스 로빈슨 관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로빈슨 관장에게 먼저 NMAA에서 선보일 이건희 컬렉션 전시에 대해 물었다. 그는 “2025년 말∼2026년 초 새클러 갤러리 2개 층을 이용할 예정으로, 외부 소장품 기획전으로는 가장 큰 규모”라며 “컬렉터 이건희의 비전은 물론이고 우리 미술관 소장품과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방법을 고심 중이다”라고 말했다. 전시는 NMAA에서 열린 뒤 미국 시카고미술관, 영국 런던 영국박물관으로 순회할 예정이다.

허 큐레이터가 담당하는 박찬경 개인전에서는 ‘늦게 온 보살’ ‘후쿠시마’ ‘소년병’ ‘모임’ ‘시민의 숲’ 등 영상·설치 작품 5점을 선보인다. 허 큐레이터는 “1980년대 어두운 역사부터 세월호 사고, 또 일본의 후쿠시마 사고까지 다루는 박찬경의 작품을 통해 다양한 시대와 지역 간의 대화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했다.

2024년에는 미술관 입구에 한국 설치미술가 서도호의 작품이 설치될 예정이다. 이 공간은 미술관을 찾는 관람객이 지하철역을 빠져나오면 가장 먼저 보게 되는 ‘얼굴’과도 같은 곳이다. 약 30년 전까지는 근대 일본 조각가의 작품이 설치되어 있었다. 허 큐레이터는 “워싱턴의 역사적 공간인 내셔널 몰과 맞닿은 아주 상징적이고 중요한 장소”라고 설명했다.

로빈슨 관장은 한국의 미술과 문화를 집중 조명하는 이유로 한국계 미국인들의 정치 경제 문화적 성장을 꼽았다. 그는 “최근 ‘한국계 미국인 위원회’를 비롯한 전국적 단체가 결성되는 등 한국계 미국인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며 “미술관도 위원회와 협업해 올가을 추석 페스티벌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로빈슨 관장은 세계적으로 K팝, 한국 음식 등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한국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미술관의 문턱을 낮추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문화는 일반인이 어렵게 느끼는 미술관에 쉽게 다가가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며 “관객들이 아시아 문화를 더 다양하고 깊이 있게 느끼길 바란다”고 밝혔다.

워싱턴=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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